[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락했던 미국 증시가 3월 중순 저점 이후, 약 4달 반 가까이 조정을 겪지 않고 상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의 닷컴버블 사태가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27포인트(0.27%) 상승한 1만1042.50에 거래를 마감했다. 주가 저점이 형성된 3월23일 이후. 4개월 반 만에 60.9%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스탠더드 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지수도 각각 50% 수준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에 많은 투자자가 닷컴버블과 현재 미국 증시를 비교하고 있다. 지난 1999년~2000년에 발생한 닷컴버블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당시 인터넷과 관련 기업의 성장으로 기술주들이 모여있는 나스닥지수가 5개월 만에 87.8% 급등했다. 

▲ 현 나스닥지수 추이가 닷컴 버블 시기와 비슷하다

수익률만 놓고 비교하면 나스닥지수를 비롯한 지수들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실물경제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투자환경이 닷컴버블 시기만큼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20% 이상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닷컴버블과 현재 강세장의 원인도 다르다. 과거 닷컴버블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새로운 사업과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던 시기였다. 최근 주가 상승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언택트) 업종의 성장 덕분이다. 또한, 미국 경제는 1999년~2000년 전년 대비 평균 4.5%의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올해는 8%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추가 상승을 제한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2000년 닷컴버블의 종착점은 나스닥지수가 고점을 경신한 3월10일로, 이후 25거래일 연속 하락해 상승분의 30%가량을 반납했다. 지수 하락의 원인은 실적을 크게 뛰어넘는 주가 폭등 상황에서, 매출의 10배가 넘은 시가총액을 가진 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적과 탈(脫) 동조화(디커플링)를 보이는 주가에 대한 의구심이 결국 지수 조정으로 이어졌다. 

최근 이러한 상황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올해 매출액은 257억달러지만, 시가총액은 2700달러수준(7월13일기준)으로 매출의 11배를 넘겼다. 

대신증권 문남종 연구원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실물지표 개선 폭보다 주가 상승 폭이 더 컸던 만큼 그 괴리를 축소하는 가격 조정 과정은 불가피하다”라며 “8월 중순~9월 중순 미국 증시의 가격 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닷컴버블 시기 매출 대비 시가총액이 크게 상회한 기업이 33곳에 불과한 반면, 현재는 두 배인 62곳이다.

▲ 닷컴 버블과 현재 매출 대비 시가총액 10 배 상회 기업수

다만, 주가 조정이 끝난 이후에도 MAGAT(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애플, 테슬라) 등 기술주들이 주가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 등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긍정적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이에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피해 섹터의 회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긴 하지만, 코로나19가 가져온 비대면 경제의 성장은 기술주들에 더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당시에도 주가 조정이 일어난 이후에 S&P500, 다우지수보다는 지수 상승 폭이 컸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회복이 더 빨랐다. 

문남종 연구원은 “향후 코로나19 백신 소식이 이어진다면, 코로나19 피해 업종에 대한 투자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라면서도 “코로나19 수혜를 받고 있는 주요 기업이 대부분 기술주인만큼 나스닥 지수를 중심으로 성장주에 투자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 11월 미 대선도 증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연구원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또 한 번 '강한 미국'을 이뤄내기 위한 재정, 통화정책 압박을 통해 유동성 장세에 힘을 실을 것"이라면서 "반대로 바이든 부통령이 당선되면 '중도, 포용주의'라는 트럼프 때와 전혀 다른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면서 정책 모멘텀을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