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MM의 알헤시라스호. 출처=HMM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HMM(구 현대상선), 팬오션 등 국내 해운업계가 잇달아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교역량이 크게 줄 것이라던 연 초의 우려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저유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3분기 성수기와 맞물려 국내 해운업이 부활의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해운업계, 깜짝 실적에 방긋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운업계 상당수가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HMM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조3751억원, 영업이익 1387억원, 당기순이익 28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6%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손실은 흑자로 돌아섰다. HMM이 분기 기준 흑자를 낸 건 지난 2015년 1분기 이래 무려 21분기, 5년 만이다. 

팬오션 또한 같은 기간 연결 기준 매출액 6834억원, 영업이익 64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익은 각각 8.1%, 27.3% 증가했다. 하림그룹 편입 이후 최대 실적이다.  비주력 사업 부문인 컨테이너선과 탱커선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7.7%, 1920%씩 증가했다. 특히, 곡물 트레이딩 부문에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40% 가량 상승하며 분기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이 밖에 SM상선도 창립 이후 첫 상반기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진해운 파산 3년 만에 해운업계에 모처럼 날아든 희소식이다. 해운업계의 이번 호실적을 두고 코로나19로 인한 물동량 감소 등 시황 악화에도 불구, 각사의 선제적 위험 관리가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정적인 물동량을 확보하고 선대 운용 등에서 경쟁력을 발휘했다는 것. 

해운업계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여파로 물동량이 대폭 줄 것을 우려했다. 설상가상으로 발틱운임지수(BDI) 등 주요 해운지표가 연중 최저점을 찍으면서 실적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도 HMM은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물동량이 줄어든 가운데 개별 운항 효율이 높은 대형선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초대형선은 유럽항로 평균 선형인 1만5000TEU급 선박에 비해 약 15%의 운항 비용이 절감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4월부터 본격 시작된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협력으로 항로 합리화, 화물비용 축소 등 원가구조 개선도 이뤄냈다. 

팬오션은 비정기적 단기 운송계약(스팟영업)을 강화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점이 실적 개선을 이끌어 냈다. 스팟영업은 전용선 계약보다 시황이 운임에 빠르게 반영돼 운임이 낮을 땐 운용을 줄이고, 운임이 높을 땐 운용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운영 선대 확대, 해운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전략도 수익성 개선에 일조했다. 

이와 함께 저유가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와 운임 상승,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 등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유가·성수기에 3분기 기대감 ‘쑥쑥’

업계에서는 3분기에도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분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기대감 등이 반영돼서다. 여기다 하반기가 시작되는 3분기부터는 물동량이 많아 통상 전통적 성수기로 분류된다. 이에 따른 운임 상승세도 국내 해운업계의 하반기 호실적 전망을 키우고 있다. 

실제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벌크 해운업 시황을 나타내는 BDI는 13일(현지시간) 1577포인트를 기록했다. 올 7월 6일 1956포인트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점을 찍었던 BDI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7월 27일 1293포인트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대표 컨테이너 운임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1022포인트까지 상승했던 SCFI는 코로나19의 확산세와 함께 4월 818.16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6월 이후 오름세를 보이며 7월 말 1103.47 포인트, 이어 지난 7일 기준 1107.39포인트를 달성해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한 코로나 관련 제품 수요가 몰리면서 해운사들의 도미노 운임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오는 15일 아시아 항만에서 선적 예정인 화물운임은 미서안향FEU(4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당 3600달러, 미동안향 4100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최고 수준이다. 5월말부터 코로나 관련 필수 품목 수입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완화 후 각국의 경제활동이 재개되면 교역과 원자재 시장의 물동량이 서서히 회복세를 띌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갈등과 코로나19 등 변수가 남아있는 만큼 섣불리 해운업 회복을 논하긴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반등 기미를 보이는 국제유가와 해외 선사들의 선복량 증대로 인한 가격 하락 등은 변수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성수기엔 통상 운임이 오르는데다, 코로나 관련 제품 수요가 지속되면서 당분간 가격 상승 여력이 건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