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이 오성홍기로 뒤덮히고 있다.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CD 업계는 사실상 중국의 손에 넘어간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는 QD 디스플레이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중국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LG디스플레이는 알짜배기 LCD를 놓지 않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가동하며 OLED 분야에서는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역시 중국의 존재감이 심상치 않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여전히 독보적인 OLED 존재감을 자랑하지만, 그 점유율은 크게 하락한 상태다. LG디스플레이는 필요하다면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일종의 동맹전선을 구축한 점이 눈길을 끈다.

▲ 출처=갈무리

대형 LCD, 중국의 손으로
글로벌 대형 LCD 시장은 완전히 중국의 손으로 넘어갔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TV용 LCD 패널 시장에서 중국 BOE가 18%, 중국 CSOT가 16.5%, 대만 이노눅스가 15.8%, 중국 HKC가 10.8% 점유율을 기록한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9.3%와 9.1%의 점유율로 5위와 6위에 그쳤다. 

상반기 패널 시장 규모가 1억2904만장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4%가 줄었다. LCD 시장이 중국 박리다매 융단폭격을 당한 상태에서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만나 더욱 쪼그라드는 추세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L8-1-1 라인 철수를 기점으로 연내 LCD 시장 완전철수를 선언하며 전체 시장이 더욱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도 선별적인 LCD 철수에 나서며 올해 기준 국내 LCD 캐파 셧다운 규모는 60만장에 이를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다만 최근 대형 LCD 시장은 다시 반등할 조짐이다. 지난 7월 TV용 LCD 패널(32인치~65인치)의 가격이 43인치 패널을 제외하고는 반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32인치 LCD 패널의 경우 지난달 판가가 전달 대비 11%나 오른  39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코로나 이후 보복소비 등의 영향을 고려할 때 올해 TV 출하량을 전망하며 2억1411만대에 이를 것이라 밝힌 가운데, 전체 TV 시장이 살아나며 대형 LCD 업계도 하반기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도 LCD 시장의 하락세라는 거대한 트렌드를 거스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엇보다 국내 제조사 입장에서는 중국의 박리다매에 이미 쑥대밭이 된 대형 LCD 시장에 다시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무리라는 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들은 이미 대형 LCD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혹은 알짜배기만 챙기는 전략으로 돌아섰다"면서 "무엇보다 중국 제조사의 강력한 영향력을 이제와 거르스는 것은 현실성이 없으니 차라리 미래 디스플레이로 승부를 본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말했다.

▲ 출처=갈무리

삼성의 전략
삼성디스플레이는 QD 디스플레이로의 전환에 속도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오는 2025년까지 QD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 및 연구개발 등에 총 13조1000억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 계획을 강하게 추진할 예정이다. LCD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만큼 미래 디스플레이 전략에 더욱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2021년 중으로 65인치 QD디스플레이 패널을 월 3만장 출하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아산사업장에 구축하고 있는 QD 디스플레이 생산 라인 'Q1'에 일본 캐논도키의 증착기와 더불어 캐논의 노광기까지 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LCD 철수를 빠르게 진행하며 QD 디스플레이에 승부를 건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중국의 반격이다. LCD 시장을 박리다매 전략으로 밀어붙인 중국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의욕적으로 키우는 QD 디스플레이 시장에도 기웃거리고 있다.

선봉은 대형 LCD 시장 1위 사업자로 활동하는 BOE다. BOE는 온라인으로 열린 미국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20'에서 13.6인치 크기 QD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전격 공개하며 시장의 반응을 끌어내는 중이다. 비록 휘도는 120니트(nit)에 불과할 정도로 조악하지만 색재현성 100%(NTSC 기준)를 구현하는 등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잉크젯 프린팅 기술이 존재해야만 8K OLED까지 공개하며 삼성디스플레이를 긴장시키고 있다.

당장의 대형 프리미엄 전략은 QLED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설명이지만, 이는 전략의 방향성에 따라 추후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다.

한편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여전히 OLED 맹주로 활동하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분기 플렉서블 OLED 시장에서 2930만장을 출하해 당당히 1위를 지켰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S20이 흥행에 실패하고 미국의 압박을 받는 중국 화웨이 P40 프로용 패널 공급량도 생각보다 저조해 출하량이 1분기 대비 무려 22%나 줄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 점유율은 1분기 81.9%에서 2분기 63.2%로 수직낙하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주춤한 자리는 중국 BOE가 메웠다. 2분기 시장점유율이 24.4%를 기록하며 단숨에 2위에 올랐다. 1분기 대비 3배 가까운 점유율을 빨아들이며 삼성디스플레이와 격차를 처음으로 40% 미만으로 좁히는 것에 성공했다. 물론 삼성디스플레이가 갤럭시노트20, 아이폰12에 패널을 공급하는 상황에서 하반기에는 다시 격차를 늘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현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예단할 수 없다'는 반응이 중론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속도전, 초기술 격차'밖에 믿을 구석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OLED와 시장경쟁을 하면서도 QD 디스플레이로 치고 들어오는 중국 제조사들의 공방을 막아내려면 결국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5G 시대 스마트폰 소비전력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OLED 패널 기술을 선보인 점이 반가운 이유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일상적 사용환경에서 기존 스마트폰 대비 패널 구동 전력을 최대 22%까지 낮출 수 있는 '어댑티브 프리퀀시(Adaptive Frequency)'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저전력 OLED 기술인 '어댑티브 프리퀀시'는 소비자의 사용환경에 맞춰 디스플레이 주사율을 자동으로 조절해 전체 소비전력을 최소화하는 패널 기술로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갤럭시노트20 울트라'에 처음 적용됐다. 빠른 화면 전환이 필요한 모바일 게임에는 120Hz, 영화는 60Hz, 이메일 등 일반적인 텍스트 확인 및 입력에는 30Hz, 사진과 SNS 등 정지 이미지에는 10Hz로 가변 주사율을 지원함으로써 패널 구동 전력을 기존 대비 최대 22% 낮춰 스마트폰의 실제 소비전력 개선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이호중 삼성디스플레이 상품기획팀 상무는 “5G 상용화에 따라 고해상도 동영상 스트리밍 및 게임 콘텐츠가 급증하는 가운데 디스플레이의 소비전력 절감 기술이 중요해졌다”라며“’어댑티브 프리퀀시' 는 디스플레이가 콘텐츠에 맞게 주사율을 자동으로 조절해 소비전력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기술로 스마트폰의 사용시간을 늘려 소비자들의 실제 사용성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출처=삼성디스플레이

LG의 전략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빠른 QD 디스플레이 전환,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1위 지위를 지키기 위한 방어전에 돌입한 가운데 중국의 반격이 강하게 몰아치는 분위기다.

LG디스플레이는 전략이 다르다. LCD에서 완전히 철수하지 않는 상황에서 OLED 전환을 꾀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LG전자를 기점으로 중국 디스플레이와의 협력도 타진하기 때문이다.

일단 LG디스플레이는 LCD에서 OLED로의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은 유효하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첨단기술산업 개발구에 위치한 8.5세대(2,200mm×2,500mm) OLED 패널공장에서 LG디스플레이 정호영 사장을 비롯해 CPO(최고생산책임자) 신상문 부사장, 경영지원그룹장 양재훈 부사장, 중국 CO법인장 박유석 상무 등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양산 출하식을 갖고 본격적인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당초 중국 공장은 올해 초 가동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등 기타 이슈로 그 일정이 늦어졌다. 이런 가운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며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물량 자체가 커진다. OLED TV 연 1000만대 생산도 꿈이 아니다. 당장 고해상도의 48, 55, 65, 77인치 등 대형 OLED를 주력제품으로 생산할 계획이며 향후 시장수요 증가에 따라 현재 월 6만장인 생산능력을 월 9만장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파주와 광저우의 생산능력을 합쳐 1000만대의 OLED TV를 뽑아낸다면 시장의 판세를 단숨에 바꿀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에 원판 Glass 기준 월 6만장 규모의 광저우 OLED 패널공장이 양산에 돌입함에 따라 기존 파주에서 생산중인 월 7만장 규모의 양산능력에 더해 월 13만장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대형 OLED 신규 공장으로 높은 효율성과 생산성을 갖춰, 초대형 및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한층 유리하다.

정호영 사장은 “대형 OLED는 LG디스플레이 미래 성장의 핵심 축”이라며 “광저우 신공장의 본격 가동으로 우리는 대형 OLED 사업의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 모두 가속화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어 “본격 양산에 이르기까지 예기치 않은 대내외 변수들이 많았지만 이를 잘 극복하고 성공적인 양산체제를 구축해 낸 임직원들에게 감사하다”고 격려하고 “앞으로 더 높은 목표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며 “후발업체들과의 기술격차 확대와 제품 차별화 등을 통해 대형 OLED 사업의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OLED TV 패널 시장을 장악, 프리미엄 TV 시장을 선도한다는 의지다. 분위기도 좋다. LG OLED TV는 유럽 7개국 소비자 매체 TV 성능 평가에서 1위에서 4위까지 모두 독식했으며 프랑스 크슈아지르(Que Choisir)는 308개 TV 평가에서 LG OLED TV(모델명:65C9)에 최고 평점인 16.5점을 부여하기도 했다. 심지어 네덜란드 콘수멘텐본드(Consumentenbond)는 "최고의 TV"라는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

다만 LCD 시장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2분기 가준 제품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확대 영향으로 노트북, 태블릿, 모니터 등 IT용 LCD 패널이 전체 매출의 52%를 기록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아직 중소형 LCD 시장에서 매출이 나오는 만큼 이에 집중한 다양한 전략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LCD 시장에서는 나노셀TV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을 가동하며 시장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방식이다. LCD TV에서는 나노셀 기술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키운다는 뜻이다. 나노셀은 10억분의 1 미터(m)인 1나노미터 크기의 미세 입자를 LCD셀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LG전자는 올해 LG 나노셀 8K AI 씽큐 모델을 지난해 대비 크게 강화했으며 65형까지 출시됐다. 손대기 LG전자 한국HE마케팅담당 상무는 “OLED에서 나노셀로 이어지는 프리미엄 라인업을 앞세워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히고 프리미엄 TV 시장을 지속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중소형 플렉서블 OLED 시장에서도 서서히 두각을 보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410만 장의 플렉서블 OLED 패널을 공급해 시장 3위를 기록한 상태며 아이폰12맥스 물량 2000만대를 소화할 경우 시장 점유율 확대가 유력하다. 다만 애플워치용 OLED 패널을 공급하는 상황에서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가 생산성 향상에 나서는 등 경쟁자들이 많아지는 것은 불안하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LG전자와 BOE의 최근 밀월도 관심을 받고있다. 실제로 LG전자는 V60과 벨벳에 중국 BOE 패널을 장착했고 9월 말 출시되는 윙에도 BOE 패널 탑재가 유력하다. 여기에 LG전자는 BOE에 OLED 장비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소식이 업계에 파다하다. LG디스플레이가 아닌, 원가절감을 위한 LG전자의 로드맵이지만 LG디스플레이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소식이다.

▲ LGD 광저우 공장. 출처=LGD

중국의 행보, 위험하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상당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나, 중국의 존재감은 어느새 부쩍 커져 발 밑의 공포가 되었다. 당장 중국 정부는 13차 5개년(2016~2020년) 계획에 따라 후 10년간 약 170조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할 방침이며, 최초 인수합병을 통한 전략을 버리고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내수중심 로드맵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은 지금도 공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34조원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창신메모리는 D램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고 지난 4월 양쯔메모리(YMTC)는 128단 QCL 3D 낸드플래시 생산을 성공한 데 이어, 샘플 테스트까지 통과했다. 이러한 행보는 당연히 중국 반도체 자급률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SMIC는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관리위원회와 공동으로 6조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세워 반도체 생산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TSMC와 거래가 끊긴 화웨이가 최근 SMIC와 많은 물량을 주고받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심지어 영국의 암 중국 자회사는 사실상 중국 정부의 묵인 아래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 시장의 물량공세에 따른 나비효과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LCD 시장에서 BOE는 2017년 12월 중국 허페이에 B9을 가동했으며 2019년 1분기부터 10.5세대 공정으로 거침없이 진격했다. 그와 비례해 LG디스플레이는 적자의 늪에 빠졌고 LCD 시장은 최근 완전히 중국의 손으로 들어갔다. 이 모든 것이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 시장의 물량공세 덕분이다.

이런 가운데 BOE가 QD 디스플레이는 물론 중소형 플렉서블 OLED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역시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 시장의 물량공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에도 LCD 시장의 악몽, 나아가 반도체 굴기의 현재가 반복될 수 있다는 공포가 감지되는 이유다.

일단 삼성디스플레이는 선택과 집중, LG디스플레이는 프리미엄을 중심으로 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위기를 넘는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세부적략을 철저히 세워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전략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 시장의 물량공세를 등에 업은 차이나 파워에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디스플레이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