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한화솔루션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코로나19의 여파가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의 실적을 마이너스 방향으로 돌려세웠다. 그럼에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시장의 우려보다 훨씬 양호한 실적들을 내며 ‘버팀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한화그룹의 지주사인 ㈜한화(이하 한화)는 13일 공시를 통해 각 자회사 실적들이 반영된 2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된 수익성(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었다.  

한화는 13일 공시에서 연결기준 2분기 매출 11조41억원, 영업이익 501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의 경우,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 불확실성이 반영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여기에는 건설, 방산, 소재 등 특수·일반 소비재를 다루는 한화 계열사들의 매출이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의 영향을 받아 대부분 소폭 감소한 것이 반영됐다. 

▲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악재 상쇄한 호재, 수익성 지켜내다  

한화의 주력 사업인 소재와 금융(보험) 부문에서 이뤄진 수익성의 개선은 그룹 전체의 영업이익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화의 2분기 영업이익은 137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9%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실적 발표 이전에 투자계가 예상한 수준을 50% 이상 웃도는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4.55%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507억원으로 82.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수익성의 개선을 이끈 것은 소재·연료·화학부문 자회사인 한화솔루션과 금융 자회사인 한화생명의 호실적이었다. 한화솔루션은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케미칼 부문의 수익성 개선으로 지난해 대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한화생명은 손해율 하락에 따른 수익 개선, 증시 상승에 따른 변액보증 준비금 환입 등의 긍정적 요인으로 양호한 실적을 시현했다.

올해 2분기 한화솔루션은 매출 1조9564억원, 영업이익 1285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은 코로나19 확산 가운데서도 2개 분기 연속으로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8% 증가했다. 태양광 사업부문이 1분기 영업이익 개선을 이끌어냈다면 2분기에는 화학(케미칼) 부문이 실적의 개선을 이끌었다. 아울러 연료 부문 자회사인 한화종합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수소연료 트럭 기업 니콜라의 지분 상장에 따른 평가 차익도 이번 분기의 실적에 반영됐다. 2분기 한화솔루션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541% 증가한 1473억원을 기록했다. 

▲ 한화가 투자한 미국 니콜라 사의 수소연료 전기차. 출처= 니콜라 홈페이지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큐셀(태양광)·케미칼(석유화학) 등 주력사업 분야에서 발생한 호재들로 인해 코로나19 악재로 인한 실적의 변동성이 줄어들었다”라고 설명했다.

한화의 금융사업부문 자회사 한화생명은 올해 2분기 매출 3조4744억원, 영업이익 13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17.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당기순이익은 128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73.3%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측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리 인하,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위험요소였지만 운용자산 이익률의 상승, 보장성보험 판매의 확대 등 호재 요소가 위험요소를 상쇄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화 자체사업의 경우 올해 2분기 매출 1조83억원, 영업이익 580억원을 기록했다. 방산부문의 사업 정상화에 힘입어 각각 지난해 대비 5%, 21.6% 증가했다. 

불확실성 지속,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경영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한화가 하반기 실적도 상반기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한화 방산부문의 호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산하 방산 부문의 매출 증대, 한화생명 손해율 개선, 한화솔루션 태양광 부문 수요 개선 등 장기 관점의 호재가 있어 앞으로의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아울러 한화는 정부가 주도하는 그린뉴딜과 관련한 자체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이 부분에 있어서의 일종의 수혜도 예상된다. 

▲ 출처= (주)한화 2020년 2분기 IR자료

한화 관계자는 “지속성장 및 미래가치 확보를 위해 한화는 한화정밀기계로부터 협동로봇(산업용 로봇에 안전 기능이 강화돼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공동 작업이 가능한 제조용 로봇) 사업에 진출한다”라면서 “향후 기계부문은 협동로봇사업의 로봇공학기술을 활용해 현재 공급하고 있는 디스플레이·물류·이차전지 관련 설비를 고도화하며 시너지를 창출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영계에 거의 ‘일반화돼있는’ 위기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기업들은 각자의 기회를 잘 살리는 것과 동시에 적절한 사업 반경의 확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한화 역시 대내외적 위기에서 주춤할 수도 있었으나 사업 구조의 정리, 정상화 등을 통한 대응의 성공으로 위기 가운데 빛나는 실적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