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가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3상에 진입하면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백신 개발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을 성공적으로 개발해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출시 초기에는 물량 부족으로 백신 개발을 주도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백신 개발과 더불어 생산·공급까지 해결됐을 때 코로나19 정복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평가다.

▲ 글로벌 코로나19 백신 임상 개발 현황 (2020.7.31 기준) 출처=IBK투자증권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에서 현실로

12일 IBK투자증권에서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7월 31일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 관련 임상시험은 26건, 비임상은 139건으로 확인됐다. 이 중 모더나의 'mRNA-1273', 아스트라제네카의 'AZD1222',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BNT162'가 3상 임상시험에 진입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으로 주목을 받는다.

모더나는 미 정부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지원금을 받고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백신은 2회 접종 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효과가 2년 이상 지속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더나는 지난달 27일 3상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임상 대상자만 총 3만명으로 2022년 10월쯤 전체 임상 데이터의 수집 및 분석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감염병 위기 상황을 고려해 중화항체 형성 및 면역반응 등 중요한 지표가 확인된다면 긴급사용승인을 통해 보다 빠르게 공급될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의 백신연구소와 함께 아데노바이러스 재조합 단백질을 활용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인 'AZD1222'을 개발 중이다. 지난 4월 영국에서 성인환자 1090명을 대상으로 임상 1/2상을 완료했으며, 5월부터 1만 2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3상에 착수했다. 계획된 임상 종료 시점은 내년 8월이지만 백신 투약 후 중화항체 생성 여부나 부작용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가 없다면 긴급 사용승인을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임상 2/3상에 대한 탑라인 결과는 9월쯤 공개될 예정이다.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기업 바이오엔테크와 공동으로 3종의 후보물질을 코로나19 백신으로 개발 중이다. 백신 후보물질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BNT162로 전령RNA(mRNA)를 나노미터(nm) 크기의 지질입자에 담아 체내에 주입하는 것이 특징이다. 후보물질 중 2종이 지난달 초 美 FDA로부터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임상시험에서 목표 결과값을 도출하면 연내 승인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BNT162의 임상 2/3상은 3만2천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 모더나에서 진행중인 예방백신 파이프라인 현황. 출처=모더나

백신 생산 경쟁도 치열

백신 개발과 함께 공급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백신을 성공적으로 개발해도 초기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한정돼 있다. 이에 각국 정부는 벌써부터 백신 개발업체들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치열한 백신 확보전에 뛰어든 상태다.

문경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인류가 백신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한 번에 수요에 대응하는 공급이 이루어지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3개 이상의 백신이 승인이 난다고 가정했을 때 공급 문제는 적어도 1년 안에 해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백신 개발업체들은 임상시험과 더불어 공급을 위한 생산설비 투자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모더나는 백신 생산 공급을 위해 스위스 제약사 론자와 손을 잡았다. 론자는 현재 미 뉴햄프셔 포츠머스 지역에 mRNA-1273 백신 생산라인을 준비 중이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 연내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할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생산시설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생산능력(Capa)은 10억 도즈 규모에 달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전 세계에 20억 도즈 이상의 백신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도의 세럼인스티튜트, 중국의 선전 캉타이 등 대규모 백신 생산시설을 구축한 기업들과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세계 곳곳에 생산기지를 확충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도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일부 맡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21일 SK바이오사이언스 및 보건복지부와 '3자간 협력의향서'를 체결하고, 경북 안동에 위치한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공장 L하우스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기로 했다.

문 연구원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임상 단계가 가장 빠르고 효능 및 안정성이 입증된 백신 후보물질부터 긴급 승인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백신 후보물질 2~3개가 승인된 이후 자체 생산설비 및 CMO를 활용해 대량 생산이 시작되면 시장에 본격적으로 백신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