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내 집 하나 마련하기 참 힘들다. 기존 아파트를 매매하려고 해도 너무 올랐다. 서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을 넘는다. 한 민간 부동산 시장조사업체가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을 조사한 결과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더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과 광진구 등의 가격이 올랐다.  

청약 당첨도 어려워졌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청약 당첨 가점 평균 70점이 넘는 단지들이 나왔다. 4인 가족이 무주택 기간 15년,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을 모두 충족해도 69점이다. 70점이 넘는 건 그만큼 어렵다. 귀하다는 청약 만점(84점)자도 종종 나온다. 청약이 힘들어지니 분양권 시장은 반사이익으로 수요 활황을 이어갔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서둘러 아파트 사들이는 3040

한국감정원의 부동산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총 45만2123건이다. 부동산 매매거래 신고제가 도입된 2006년 이후 역대 최대치의 반기별 거래량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지난 5월에서 6월 사이는 급격하게 증가했는데, 5만7426건에서 10만2482건으로 거래량이 2배 가까이 뛰었다.

▲ 자료 = 한국감정원, 표 = 이코노믹리뷰

거래를 주도한 건 3040이다. 올해 상반기 아파트 매매 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30대는 10만 3619건, 40대는 12만3637건으로 총 22만7256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거래건수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전체 매입자 2명 중 1명이 30대 혹은 40대라는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차이가 크다. 2019년 상반기 아파트 매매 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30대는 4만6175건, 40대는 5만5579건, 총 10만1754건이다. 올해 거래량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이렇게 거래량이 폭증한 건, 부동산 시장에 불안심리가 가중돼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퍼졌기 때문이다.

집값은 최대치로 올랐다. 업계에서는 6·17 규제 대책 막차 매수세 영향으로 분석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2020년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월간 주택종합(공동주택·다세대연립·단독) 매매가격은 전월대비 0.61% 상승했다. 지난 2011년 4월(1.14%) 이래 월간 기준 오름폭이 가장 컸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6·17 대책 발표에 시행일 이전 저금리 유동성으로 인한 매수세가 나타나면서 상승폭을 키웠다”며 “다주택자와 법인 등에 대한 세제 강화 등을 담은 7·10 보완 대책의 영향은 제한적으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7·10 대책과 7·22 세법 개정안 발표 이후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정부의 규제 대책 여파에 풍선효과 덕을 본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에서 호가는 올라가지만 실거래로 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수도 이전설에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 세종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언젠가 호가가 실거래로 굳혀진다”고 덧붙였다.

“요즘 사려고 하는 사람도 없어요”

부동산 규제가 계속 강해지면서 이왕이면 ‘똘똘한 한 채(선호도도 높고 입지 가치도 높은 주택)’에 대한 수요심리가 강해졌다. 특히 서울에 수요가 쏠렸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만난 한 수요자는 “지방에 있는 아파트 다 팔아서 서울 아파트 한 채 사는 게 낫다”고 전했다.

그러나 8월 현재 서울 아파트 거래는 사라졌다. 지난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 건수는 이날 기준 204건이다. 전년 동월(8월) 6606건과 비교했을 때 5%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이달 강남4구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 거래는 ▲강남구 5건 ▲서초구 17건 ▲송파구 6건 ▲강동구 16건이다.

송파구 잠실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L씨(가명)는 “집주인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강남권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겠지만 시세가 쉽게 내려가진 않는다”며 “부동산 대책이 신통치 않다보니 물건이 잘 안 나올 뿐이다”라고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서초구 반포동 공인중개업을 하는 다른 업자도 “최근에 15억원 밑으로 거래가 많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투자성보다는 4년 이상 거주할 생각으로 다들 매수한다”며 “예전처럼 집값 몇 백 만원 오르는 걸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보는 사람들은 소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세 물건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물건이 괜찮다 싶으면 동네 분들도 바로바로 계약한다”고 말했다. 

▲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 단지.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현재 서울 매매 거래 상승세가 유지되는 이유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의 가격이 올라가는 영향이 크다. 규제를 피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지역의 오름세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통 호재와 개발 호재 등이 있는 곳은 7월 한 달 매매가가 크게 올랐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벽산블루밍 전용 84.99㎡는 지난달 3일 6억6000만원(23층)에 매매 거래 됐다. 지난 1일 8억2500만원(2층)에 실거래가를 다시 썼다. 인근 N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해당 아파트에 나온 매물은 없다. 이 일대 호재인 서부선 경전철(총 연장 16.15km)은 은평구 새절역에서 관악구 서울대입구역까지 16개 정거장으로 건설된다.

구로구 신도림동 우성3차 전용 84.75㎡은 지난달 25일 9억6700만원(14층)에 거래됐다. 8월 12일 기준 매매가는 11억원에 나와 있다. 인근 C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해당 물건은 10억 2000만원에 나온 물건인데, 며칠 전 8000만원을 올렸다”며 “하지만 호가는 호가고 실거래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8월 서울 분양현장. 사진 = 이코노믹리뷰 DB
“결국 청약이다?”

공급은 줄어들고 거래도 막히니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해졌다. 청약 경쟁률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결국 청약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지만, 청약 당첨되기는 어렵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청약만큼 안전한 내 집 마련 방법은 없지만, 당첨되기 어려운 가점대 분들은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지난 11일 1순위 청약 접수한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는 422가구 모집에 2만7738명이 몰렸다. 같은날 강동구 성내동에서 분양한 주거복합단지 ‘힐스테이트 천호역 젠트리스’의 경우 160가구 모집에 3322명의 청약자가 신청했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푸르지오써밋’은 106가구 모집에 1만7820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168대 1을 기록했다. 대치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인데다 모든 타입의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 단지임에도 경쟁률이 치솟은 것이다.

서울뿐만 아니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마찬가지로 같은날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천안 푸르지오 레이크사이드’에는 52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7만7058명이 몰렸다.

“언제 집을 살까요?”

전문가들은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겐 지금이 집을 구매할 때라고 조언한다. 정부의 금융 지원들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년 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명목으로 32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현금성 주거비 보조, 공공주택 공급, 공공금융 지원 등이다.

심형석 미국 SWCU(South Western California University)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들은 규제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책으로 상대적으로 다주택자들이 매수가 힘들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청약은 50점이 안 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며 “청약 가점이 50점이 안 되는 분들은 청약을 과감히 포기하고 기존 주택 매입에 나서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60점이 되는 분들은 적극적으로 청약에 나서야 한다”며 “청약에 당첨되는 게 투자 측면에서 가장 좋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청약 가점 50점 이하인 사람들은 내년 초 ‘급매’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 심 교수는 “내년 5월까지 양도세 중과가 유예된 상태다. 양도세 회피 매물이 급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 판단을 빨리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