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크게 휘청인 온디맨드 차량공유 기업 우버와 리프트가 또 하나의 대형악재를 만났다. 각 플랫폼 노동자를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이는 라이더를 중심으로 하는 국내 플랫폼 노동자와 관련된 처우 개선 논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출처=갈무리

AB5 법안
씨넷을 비롯한 외신은 1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법원이 우버와 리프트를 대상으로 각 플랫폼 노동자, 즉 드라이버들에게 직원으로 재분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0일의 유예기간이 부여된 가운데 우버와 리프트는 즉각 반발했다. 우버는 "드라이버들은 대부분 독립적으로 일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고 리프트도 성명을 내어 "드라이버들은 직원이 되고싶어 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즉각 항고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당장의 드라이버 처우는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드라이버의 직원 고용 압박이 거세지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법안이 관련 판결을 낸 결정적 배경은 AB5 법안에 있다.

AB5 법안(Assembly Bill 5)은 올해 1월 시행됐다.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에서 노동자의 지위가 소위 ABC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기업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벌금과 영업 중단을 감수하는 법안이다. 

A, 즉 일하는 사람이 회사의 간섭에서 자유로운지 판단하며 B, 일하는 사람이 통상적인 비즈니스 외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C, 일하는 사람이 독립적인 고객층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ABC 테스트다. 이를 통과하면 플랫폼 노동자, 아니면 정직원이다.

우버 및 리프트 드라이버의 경우 ABC 테스트에 따르면 노동자로 분류된다. 그런 이유로 우버와 리프트도 자사 드라이버를 노동자로 분류해야 하지만, 이들 플랫폼 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공공사업위원회(The California Public Utilities Commission)가 우버에 AB5 법안 준수를 촉구했을 당시, 우버가 강력하게 반발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AB5 법안의 준수를 촉구하며 사실상 플랫폼 노동자를 직원으로 분류하자 우버와 리프트가 반발하는 장면이 속출하고 있다.

사실 AB5 법안이 처음 가동될 당시 플랫폼 업체들은 반발기류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이를 플랫폼 노동자의 성격을 규정하는 논의의 장으로 삼으려는 분위기가 포착된 바 있다.

우버와 리프트는 긱 이코노미를 중심으로 플랫폼 사업을 하며 이는 수요와 공급의 절묘한 균형을 원칙으로 한다. 그 연장선에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간섭 여부를 두고 논란이 나오는 상황에서, 긱 이코노미와 정직원의 간극을 명확한 가이드 라인으로 재정립하자는 목소리가 플랫폼 내부서도 나왔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법원의 법적 판단이 나오며 우버와 리프트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장기적 측면에서 '새로운 판'을 짜야 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 출처=갈무리

어떻게 봐야하나
샌프란시스코 법안의 판결은 온디맨드 플랫폼이 추구하는 긱 이코노미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사실 온디맨드 기업은 불황에서 탄생하며, 필연적으로 공급자인 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에 종속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 연장선에서 플랫폼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높은 자유도를 보장하며 긱 이코노미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고, 플랫폼 노동자는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일과 일상을 병립시키는 것이 '최고의 그림'이다.

문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커질 때 시작된다. 무엇보다 온디맨드 기업이 존재감을 키우는 시기는 불황의 시기며, 이 순간 플랫폼에 종속되는 플랫폼 노동자는 높은 자유도를 보장받으며 일과 일상을 병립시키는 것은 일종의 사치가 되어 버린다. 

특히 타다 드라이버는 물론 배달앱 라이더의 경우 이미 존재하던 사업군이 온디맨드의 영향을 받아 새롭게 재해석된 경우가 많다. 기존 업무가 난데없이 플랫폼 위로 올라와 긱 이코노미를 강요받으며 처우는 전과 달라질 것이 없다면 당연히 분노가 커질 수 밖에 없다. 플랫폼 노동자의 딜레마다.

이런 상황에서 각각의 의견이 충돌하는 중이다. 플랫폼은 긱 이코노미가 자유롭고 독립적인 노동활동을 보장한다 주장하면서도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자에 정직원에 준하는 규약을 준수하는 딜레마를 보이고, 각 노동자들도 누군가는 정직원을 원하지만 누군가는 독립적인 노동환경을 보장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최근 국내 배달앱 라이더 시장 상황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배달앱 시장이 성장하며 10만명의 라이더가 근무하는 가운데 전업 라이더는 2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각 플랫폼들은 강력한 프로모션으로 라이더들을 영입하려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고, 라이더들의 몸값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중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충돌하고 각자가 자기의 입 맛에 맞는 설명만 하기 때문에, 아직 명확한 답을 내놓은 곳은 없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의 판단으로 보면 미국은 긱 이코노미를 부정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국내도 비슷하다. VCNC 타다 드라이버가 최근 직원의 처우를 인정받는 사례가 나오는 등, 관련 논의는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다행히 국내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를 명확하게 가리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포럼이 지난 4월 출범했기 때문이다. 포럼은 이병훈 중앙대학교 교수를 위원장으로 삼아 권현지 서울대학교 교수, 박은정 인제대학교 교수가 공익 전문가로 참여한다. 여기에 김성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국장, 박정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국장,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 이영주 라이더유니온 정책국장이 힘을 더한다. 기업에서는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과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이사, 이승훈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외협력팀장, 유현철 스파이더크래프트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 플랫폼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포럼 발족식. 사진=최진홍 기자

제 3의 길 가능할까
샌프란시스코 법원의 AB5 법안에 따른 플랫폼 노동자의 정직원 규정 촉구가 태풍의 눈이 된 가운데, 우버의 최고경영자(CEO) 다라 코스로샤히는 뉴욕타임즈에 기고를 해 제 3의 길을 제안했다.

플랫폼 노동자를 정직원과 계약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보지 말고 회사들이 공동으로 수당 펀드를 조성하자 제안했다.

플랫폼 노동자의 독립적인 노동을 전제하면서 그들에게 정직원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펀드를 별도로 조성하자는 발상이다. 여기에는 다수의 플랫폼 노동자들이 스스로 직원이 되기 보다는 플랫폼 노동자로 남기를 원한다는 전제가 깔렸다.

다만 이 방법도 임시방편인데다 업계 전반의 광범위한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결국 플랫폼 노동자의 성격을 명확하게 확립하고, 다양한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야 한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