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이마트 동탄점을 방문한 한 고객이 은행 공동 ATM에서 국민은행 통장정리를 수 차례 실패 후 가방 안에 통장을 다시 넣고 있다. 사진=박창민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아니, 통장정리가 안되네." - 경기 화성시에 거주하는 51년생 최 모씨
"기계가 바뀌어서 우리은행 통장만 된데요." - 경기 화성시에 거주하는 53년생 이 모씨

7일 경기 화성시 소재 이마트 동탄점을 방문한 두 고령 고객의 대화다. 한 고객이 은행 공동 자동화기기(ATM)에서 국민은행 통장정리를 하려다 수 차례 실패하고 통장정리가 안된다고 혼잣말을 하자 대기줄에 서 있던 다른 고객이 우리은행 통장정리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전한 것이다.

▲ 7일 ATM을 이용하려 이마트 동탄점 공동 ATM을 찾은 고객들. 사진=박창민 기자
발길 돌리는 고객들…'금융취약계층 편의성 제고' 취지 무색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은 지난 4일부터 전국 이마트 4개 지점(하남·남양주 진접·동탄·광주 광산점)에 은행 공동 ATM을 설치하고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동탄점에는 기존 각 은행별로 1대씩 운영되던 총 4대 ATM 대신 그 자리에 공동 ATM 2대가 놓였다. 나머지 3개 이마트 지점에도 ATM이 2대씩 배치됐다.

공동 ATM 도입은 카드 결제와 비대면 거래 증가로 ATM 운영에 부담을 느낀 은행권의 대안이다. 실제로 ATM은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4대 은행이 보유한 ATM은 올 1분기 기준 총 2만1247대로, 1년 전보다 1116개 줄었다. 하루 평균 3개씩 ATM이 사라진 셈이다.

은행권은 당초 도입 목적을 운영비용 절감과 금융 취약계층 편의성 제고라고 밝혔으나, 아직까진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 취약계층인 고령층을 위해 통합 통장정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지점별로 공동 ATM을 관리하는 전담 은행이 다르다. 동탄점을 맡은 은행은 우리은행이다.

문제는 현재 공동 ATM이 전담은행의 통장정리 기능만 제공한다는 점이다. 동탄점에선 우리은행 통장을 제외한 타 은행 통장으로는 통장정리가 불가능하다. 하남점은 국민은행, 진접점은 신한은행, 광산점은 하나은행이 각각 전담운영을 맡고 있다.

▲ 7일 이마트 동탄점에서 기자가 공동 ATM 화면에 '통장정리'를 누른 후 타행통장을 넣어봤으나 '이 통장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창이 떴다. 사진=박창민 기자

기자도 이마트 동탄점 은행 공동 ATM에 타행통장으로 통장정리를 시도해봤지만 불가능했다. ATM은 '이 통장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창과 함께 서비스가 진행되지 않았다.

이날 이마트 동탄점 내 공동 ATM이 위치한 자리에서 40여분 동안 60대 이상 고객 4명이 통장정리를 시도하다 실패했다. 

다른 지점에서도 발길을 돌리는 고령층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설익은' 시스템으로 시범 운영을 나선 결과 피해를 보는 고령층들이 있는 것이다.

시범 운영 기간이 마친 뒤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통장을 가지고 다니는 고령층은 더욱 불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담은행만 가능한 통장거래는 '금융 취약계층의 편의성 제고'를 내세운 공동 ATM 도입를 무색하게 만들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통장거래 기능 개선에는 상당 기간이 걸린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은행마다 통장 양식이 다르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마다 통장양식이 달라 현재 ATM으로는 한계가 있는 데다 통장 거래내역을 은행 상호간에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통장정리에 고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은행들도 알고 있다"라면서 "시범 운영 기간을 거치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마트 동탄점 내 A입점점포에서 일한다는 이 모씨(69)는 이틀에 한번 이상 동탄점 ATM을 이용해 왔다. 그는 "이 자리(공동 ATM가 들어선 자리)에 기계가 한 대씩 있을 때가 훨씬 편했다"라면서 "이 나이 들어서 평생 거래해 온 은행을 바꿀 순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