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사상 처음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연료비 단가가 무연탄 연료비 단가보다 낮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제 유가의 하락세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6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이달 LNG 연료비 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63.83원을 기록, 무연탄 단가인 69.00원보다 5원 넘게 밑돌았다.

상대적으로 비싼 연료인 LNG와 통상적으로 저가인 무연탄의 단가가 이처럼 역전된 것은 연료비 단가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이다.

8월 LNG 연료비 단가는 석탄 발전의 주 연료인 유연탄과의 격차도 12원대로 좁혀졌다. 이 역시 역대 최소 폭이라는 설명이다. 무연탄과의 차이가 가장 적었던 때는 약 18년 전인 2002년 10월로, 당시 LNG가 무연탄보다 5.54원 더 비쌌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가스 발전 연료가 석탄 발전 연료보다 값이 싸진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국제 유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천연가스를 대부분 수입하는데, 원유 생산 시 함께 방출되는 천연가스의 가격은 유가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 유가는 통상적으로 3~4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LNG 가격에 영향을 미치며, 8월 LNG 발전 연료비 경우 올해 4~5월 당시 유가 수준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5월은 코로나19 확산세가 한창 극심하던 때로, '마이너스(-) 유가'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던 시기다. 원유를 팔면서 오히려 돈을 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글로벌 '셧다운'이 이어지면서 원유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고, 재고는 넘쳐 원월물보다 근월물이 비싼 현상인 '콘탱고'가 심화된 상황이었다. 이때 만기일 도래 전 최근월물로 교체하는 '롤오버' 움직임이 일제히 일어나면서 원유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왜곡,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이다.

유가가 기록적인 급락세를 이어갔던 만큼, LNG 연료비 단가 역시 당분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상반기에 나타난 유가 추이를 감안하면, LNG 연료비 단가는 다음 달을 저점으로 오는 10월까지 낮은 수준으로 지속, 11월부터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20년 8월 기준 LNG 연료비 단가는 전년 동월 대비 25.7% 내린 수준으로, 2005년 이후 가장 저렴한 가격이다. 때마침 여름철 전력 수요 성수기에 원가 급락이 맞물리면서, 한국전력 등 전력 공급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출처=하나금융투자

LNG 연료비 단가와 함께 전력 도매 가격(SMP)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SMP는 대체로 LNG 발전 단가와 같은 흐름을 보인다. 시간대별 최종 전력 공급자 원가는 시간대별 SMP로 결정되는데, 대부분 LNG 발전소가 시간대별 최종 전력 수요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통합 SMP는 지난 1월 kWh당 84.54원에서 불과 4개월 만인 5월 70.91원으로 대폭 떨어졌고, 6월에도 70.92원으로 전월과 거의 동일한 수치를 기록했다.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LNG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LNG 연료비가 무연탄보다 낮아진 건 놀라운 일"이라며 "(LNG가) 탄소 배출 저감도 꾀할 수 있다면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힘입어 더욱 각광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