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페이스북은 오큘러스라는 가상현실 자회사를 가지고 있고, 암호화폐 프로젝트인 리브라를 가동하고 있으며 지금은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가지고 있으며 왓츠앱을 보유하고 있다. 2007년 파라키(parakey)부터 2020년 레디 앳 던(Ready at Dawn)까지 페이스북이 인수합병한 기업만 74개에 이른다.

구글은 포털로 출발해 모회사 알파벳 기준으로 생명공학, 모빌리티,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실제로 안드로이드를 인수합병해 지금의 구글 모바일 제국을 건설했고 2014년 인공지능 회사 딥마인드를 인수, 알파고 신화의 초석을 마련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한 때 '퇴물'로 여겨지며 글로벌 ICT 업계의 '뒷방노인'이 되나 싶었으나, 2011년 스카이프 인수를 비롯해 다수의 기술기업들을 쓸어담았으며 2018년에는 깃허브까지 품으며 반전에 성공했다.

▲ 플랫폼 이미지. 출처=갈무리

슈퍼 플랫폼의 시대
현재 글로벌 ICT 업계를 호령하는 기업들의 역사는 곧 인수합병의 역사다. 물론 시장 독과점 문제가 터지는 한편 MS의 노키아 인수 등 사실상 실패한 인수합병 흑역사도 제법 많지만 그 방식이 인수합병이든 합종연횡이든, 이제는 뭉쳐야 살아남을 수 있다. 슈퍼 플랫폼의 시대다.

슈퍼 플랫폼의 시대가 도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5G의 등장 및 클라우드 기술의 발전 등으로 다양한 ICT 기술은 속속 우리의 삶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결되는 한편 그 연장선에서 기존 사업을 새로운 인터넷 기술들이 거세게 흔들고 있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테크핀 업체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며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온디맨드 기반의 모빌리티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는 이유다.

이러한 흐름은 라이트 스타일 플랫폼의 등장을 촉발시키는 중이다. 거대 사업자들과 하나의 특성에 기인한 플랫폼 모두 온라인에서 시작해 오프라인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하급수적인 전략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슈퍼 플랫폼이 등장하는 추세가 많아지고 있다. 개인의 삶이 인터넷을 만나 오프라인의 혁신을 이뤄내는 전략은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만 할 수 있는 일이고, 이는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는 중이다.

지금도 각지의 거인들이 기업을 쓸어담거나 합종연횡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이유다. 여기에는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룬 거대 기업들의 존재감이 이미 시대의 대세가 되었고, 망 중립성 훼손 등의 부차적인 이슈가 겹쳐 소규모 플랫폼으로는 미래를 도모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 출처=라인

뭉쳐야 한다
최근 슈퍼 플랫폼의 필요성이 크게 회자되는 곳은 미디어 시장이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자본을 통한 합종연횡, 나아가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가운데 국내서도 관련된 다양한 전략이 꿈틀대는 중이다.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인수하고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품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규제기관도 처음에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슈퍼 플랫폼의 시대를 외면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최소한의 경쟁을 위해서는 합종연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특히 두 시장 중 하나의 시장이 무너질 경우 상대적으로 강한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유연하게 다른 시장을 흡수하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네이버의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 합병도 비슷한 사례다. 현재 네이버는 라인의 지분 70%를 가지고 있으며 소프트뱅크는 야후재팬을 지배하는 Z홀딩스의 지분 40%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는 라인의 전체 사업부분을 분할해 신설법인(LINE Split Preparation Corporation)에 내년 2월 28일까지 흡수합병시키며, Z홀딩스를 라인과 야후의 통합지주회사로 만드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인공지능 및 ICT 시장에서, 공룡들과 경쟁해야 하는 네이버 라인의 전략적 승부수라 볼 수 있다.

문제는...
문제는 아직 많은 영역에서 슈퍼 플랫폼의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 과정에서 나오는 잡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독일계 자본의 국내 스타트업 쇼핑'으로 치부하지만, 이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지원을 받은 쿠팡의 공격에 수세에 몰린 배달의민족이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두 회사는 우아DH아시아라는 합작법인을 통해 아시아 시장 개척을 위한 대장정에 나설 방침이다.

점점 심해지는 푸드테크 전반의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합종연횡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무대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려 노력하는 가운데, 이를 무작정 색안경만 끼고 바라볼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슈퍼 플랫폼의 시대는 영역을 가리지 않으며 무차별적이다. 우리도 이제 이기적인 IT 자강론을 가져야 한다.

최근 미 하원은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거대 ICT 기업의 시장 독과점을 문제삼는 청문회를 열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거인들은 유럽연합에서 구글 등이 관련된 논란으로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받은 적은 있으나, 모국인 미국에서 시장 독과점의 그물에 걸렸던 사례는 없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미국의 강력한 규제기관이 실리콘밸리 기업을 정조준하자 실리콘밸리의 긴장감은 크게 올라갔다.

미국은 한 때 석유시장의 90%를 장악했던 스탠다드오일을 무려 30개의 회사로 쪼갰던 역사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의 '플랫폼 쪼개기 발언'과 트럼프 대통령의 실리콘밸리에 대한 악감정, 미국에서 커지고 있는 실리콘밸리 기업의 시장 독과점 논란 등이 결합되면 예상하지 못한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여러가지 논란속에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열린 미 하원 청문회는 결국 맥없이 끝났다. 시실린 위원장이 4대 IT 기업들을 대상으로 "너무 많은 권력을 갖고 있다"며 비판한 것은 나쁘지 않았으나, 이후로는 이렇다 할 논의도 없었다. 쿡 애플 CEO는 서면 증언에서 "애플은 우리가 사업을 하는 어떤 시장에서도 독점적 점유율을 갖고 있지 않다"며 "아이폰은 물론이고 다른 어떤 상품군에서도 그렇다"고 주장하는 등, 오히려 거인들의 변명만 이어졌다.

다만 해당 청문회의 성격을 차치하고, 현재 미국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거인들의 행보를 통 크게 열어주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은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미국은 자국의 글로벌 존재감의 중요한 양분인 ICT 거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들을 독려하고 지원하며, 다가오는 중국과의 전쟁에서 첨병으로 세울 생각이 충만하다.

물론 시장 독과점은 위험하며, 하나의 기업이 모든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슈퍼 플랫폼의 시대는 현실이 되고 있으며, 규제 당국은 시장 독과점을 논하기 전 필수적인 고민인 '시장의 현실적인 크기'를 측정하는 판단이 아직 지나치게 협소하다. 시장의 특성과 당장의 트렌드를 검토하고 그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후 그들에게 후발주자를 키워낼 수 있는 책무를 지우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