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로 전 세계 주요 철강사들의 2분기 실적이 바닥을 찍은 가운데 업계는 3분기 반등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내 철강사들은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 생산 회복세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지만 공급과잉, 가격 약세 등 악재가 산적해 있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외 철강사, 코로나19에 ‘휘청’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철강사 아르셀로미탈은 2분기 영업손실 2억5000만달러(한화 약 2793억원) 영업이익률 –2.3%를 기록했다. 일본 최대이자 세계 3위 철강회사인 일본제철 또한 올 2분기(4~6월) 420억엔(약 4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일본제철의 경우 2012년 2분기 875억엔 적자를 기록한 이후 8년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이 밖에 US스틸도 당기순손실 4억7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분기 1억2000만달러 대비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국내 철강사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올 2분기 별도기준 영업적자 1085억원으로 2분기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해 시장의 충격을 안겼다. 현대제철은 전기로 실적 개선으로 영업익이 3분기 만에 흑자전환하며 부침 속 선방을 거뒀다. 그러나 이 또한 전년 동기와 비교할 경우 94% 감소한 수준으로, 고로 부문 매출은 둔화됐다. 

코로나19로 자동차, 조선 등 수요기업들의 생산활동이 멈추면서 철강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 들어 국내외 철강 수요는 급감했고, 이에 철강사들은 자구책으로 생산 설비 중단을 비롯해 관련 설비 매각, 생산량 조절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철강업계가 하반기 실적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3분기가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나란히 3분기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포스코는 “철강 판매가 당초 예상보다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3분기부터는 실적이 회복할 것”이라 전망했으며, 현대제철 또한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 생산 회복에 따라 자동차 강판 물량이 정상화되고 저수익 부문의 적자 축소 노력이 이어져 손익이 개선될 것”이라 밝혔다. 

주 수요 산업인 자동사 산업 회복세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다. 실제 7월부터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회복세를 띄고 있다. 미국 완성차 시장 판매 감소폭은 전년 동기 대비 4월 49%에서, 6월 24%, 7월 12%로 서서히 줄고 있다. 또한 중국 자동차 판매량도 4개월 연속 회복세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의 신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4.9% 늘어난 208만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밖에 인도 등 다른 주요 시장에서도 점차 판매 감소폭이 주는 ‘U자 반등’이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회복세가 철강업계 반등의 키(Key)인 만큼 긍정적인 신호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여전히 변수는 남아 있어 섣부른 기대감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급심화·가격 약세 등 지속… “철강사 원가절감 노력 빨라질 것” 

코로나19로 글로벌 철강사들이 감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국 철강업체들은 되레 생산량을 늘리며 치킨게임에 나서고 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전년 동기대비 1.9% 증가한 3억4785만4000톤을 기록했다. 중국의 산업 생산이 재개되고 정부가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탓이다.

아울러 자동차 산업의 회복세가 감지되는 반면 또 다른 주 수요산업인 조선은 수주절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의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는 2010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회사별 수주 목표 달성률을 보면 현대중공업그룹이 12%, 대우조선해양 19.8%, 삼성중공업 6%에 불과하다. 

철강업계가 후판(선박 건조시 사용하는 두께 6mm 이상 철판) 가격을 양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현대제철은 후판 가격을 톤당 3만원씩 내리는 걸로 조선사들과 가격 협상을 마무리 했다. 

다른 제품의 가격 상승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최근 건설업계는 철스크랩 가격 인하됨에 따라 제품 가격도 인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철광석·석탄 등 원자재 가격도 고공 행진 중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톤당 111.7달러를 기록해 올 들어 최고가를 기록한 철광석 가격은 같은 달 31일 108.87달러로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17% 가량 높은 수준이다. 2년 전인 2018년 8월 3일 톤당 66.92와 비교할 경우 1.6배 가량 치솟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 자동차 산업이 회복세를 띄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에 철강사들이 감산폭을 줄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철강사들이 최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중국으로의 수출로 위기를 타파한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지만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부진한 수익성은 결국 내부 개선을 통해 만회하는 수밖에 없어 원가절감이 가속화 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