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국내 식품주(株)가 2분기 실적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정간편식(HMR) 수요가 늘고, K-푸드(한국 식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동원산업(006040)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식품주들 대다수가 시장 기대치 이상의 성적을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음식료품 지수는 지난 3월 23일 2507.68을 나타낸 뒤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전일 4294.35까지 상승했다. 약 4개월 반 만에 71.24% 오른 것이다. 특히 같은 기간 한국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지수는 1482.46에서 2279.97까지 53.79% 상승해 음식료품 업종이 이를 웃도는 상승을 기록했다.

▲ 3월 이후 음식료품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자료=한국거래소

최근 식품주의 상승세는 실적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5일 하나금융투자의 보고서에 따르면 CJ제일제당(097950), 농심(004370) 등 식품주의 2분기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2%, 18.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이들의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7.8%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식품주 2분기 호실적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세계 최고의 라면 1위로 농심의 '신라면 블랙'을 선정했다. '신라면 건면', '신라면 사발'도 각각 6위, 8위에 올랐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는 중국 2위 온라인 거래 사이트인 징동닷컴 교자·완탕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를 보인 바 있다. 

아울러 지난 4일 식품주에서 가장 먼저 2분기 실적 발표를 한 동원식품·동원F&B는 모두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동원산업 실적은 2분기 식품주 실적 개선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동원산업의 어닝 서프라이즈는 미국 법인인 스타키스트의 2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58% 상승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한유정 연구원은 “중국과 미국이 K-푸드 소비의 큰 손이 되어가고 있다"라며 “특히 7월 라면에 대한 중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으며, 미국 또한 같은 기간 113% 확대를 기록하면 중국과 간격을 축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CJ제일제당의 미국 가공식품 자회사 ‘쉬완스’, 농심의 미국법인 ‘농심 아메리카’, 풀무원 미국 두부 브랜드 ‘나소야’ 등 해외 법인을 소유한 기업을 중심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 뉴욕타임즈 최고의 라면 순위에 오른 농심 라면 제품 제공 = 농심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온라인을 통한 식품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6월 온라인 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43.4%, 33.4%, 39% 늘었다. 

최근 식품업종의 주가는 실적 개선 기대를 반영하며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어닝 서프라이즈가 이어진다면 추가 상승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키움증권 박상준 연구원은 “실적 악화가 예상되던 동원F&B마저 간편식 제품 수요 확대로 영업이익률이 높아졌다"라며 “주요 경쟁사인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풀무원 등의 국내 식품 사업부 실적 또한 시장 기대치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 심은주 연구원은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3분기까지도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하반기 실적 개선을 시현 중인 업체들의 전년도 실적 부담이 제한적이고, 국내 내식 선호 현상이 단기간에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심은주 연구원은 "해외 사업부의 매출 확대는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식품주에 대한 벨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