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지펀드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측정하고, 중국 컨테이너선의 이동 데이터를 수집해 활동을 감시하는 등 갖가지 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출처= China.org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위성 사진을 통한 운송업계의 움직임과 소셜미디어의 소비자 심리 측정 등 특이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호황을 맞고 있다. 그런 데이터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헤지펀드와 기업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공식 경제지표가 코로나로 인한 경제활동의 붕괴와 회복을 반영하는 것이 너무 느리다고 판단한투자자들이 표준 금융시장 지표나 통계자료 이상의 틈새 정보를 제공하는 이른 바 대체 데이터 (alternative data)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로 그런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그런 데이터가 기업이나 경제의 발전과 변화를 보다 잘 알 수 있는 실시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040억 달러(124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헤지펀드 회사 맨 그룹(Man Group)의 데이터 사이언스 담당 이사 하인스 칼리안은 "확실히 지난 6개월 동안 대체 데이터의 수요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런 데이터 세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대체 데이터 제공업체들이 우리에게 접근하는 빈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컨설팅회사 액센츄어(Accenture)의 글로벌 자본시장 책임자 마이클 스펠러시는, 올해 헤지펀드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중국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중국 정부의 성명과 비교하며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측정하고, 중국 컨테이너선의 이동 데이터를 수집해 활동을 감시하는 등 갖가지 지표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 특별한 위기에서, 그런 데이터들이 매우 유용한 것으로 판명되었으니까요.”

대체 데이터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앤드류 로와 자스미나 하산호지치가 쓴 <기술적 분석의 발전>(The Evolution of Technical Analysis)에 따르면 고대 바빌로니아의 상인들은 유프라테스 강의 깊이와 흐름이 상품 공급과 상관 관계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측정해 거래 우위를 점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컴퓨터가 주도하는 거래 펀드에 대한 투자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대체 데이터가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체 데이터 제공기관인 Alternativedata.org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도 펀드매니저들은 대체 데이터에 많은 비용을 지출했지만 이 비용이 3년 전 4억 달러 수준에서 올해 17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났다. 또 다른 대체 데이터 제공업체인 뉴오데이터(Neudata)는 대체 데이터 제공업체가 거의 1500개에 이르며, 코로나 확산이 절정이던 3, 4, 5월에 평소보다 고객 문의가 4배 더 많았다고 말했다.

BNP 파리바자산운용(BNP Paribas Asset Management)의 프레데릭 잰본 CEO은 “5년 전에만 해도 미미했지만 지금은 시장 데이터에 투입하는 예산의 10%를 대체 데이터에 할애하고 있다”고 밝혔다. 4000억 유로(560조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이 회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얼마나 빨리 확산하는지를 측정하는 ‘R 넘버’ 같은 코로나 19 감염 지표와 실시간 에너지 소비량 추적이 투자 예측에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대체 데이터 중에는 출처는 전통적인 것이지만 분석하는 방법이 새로운 것도 있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유니제션(Unigestion)은 지난 6월,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통신사의 언론기사나 펀드 애널리스트의 노트 등이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창이던 때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개선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런 뉴스를 전하는 '뉴스캐스터'의 감성 신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유니제션의 피오나 프리크 CEO는 "그 덕분에 시장에서 빠져나올 시점과 다시 들어갈 시점을 보다 빨리 간파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어스펙트 캐피털(Aspect Capital)의 펀드매니저 아시프 누어는 “이미 수년 전부터 대체 데이터에 의존해 왔지만 최근 몇 달 동안의 경험으로 그에 대한 신뢰를 더 확고히 하게 되었다” 고 말했다.

이 회사의 ‘뉴스 읽기’ 알고리즘은 지난 2월 중순에, 유가와 함께 움직이는 노르웨이 통화 크로네(Krone)의 약화를 일찌감치 감지했다. 그 예측에 따라 이 회사의 시스터메틱 글로벌 매크로 펀드 (Systematic Global Macro fund)는 그 달 말에 크로네에 매도 포지션(short position)을 취했고 3월 초에 다시 매입 포지션(long position)을 취했다. 결국 유가가 폭락하고 크로네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면서 회사는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대체 데이터가 경기 흐름을 나타낸다 하더라도 투자에서 얼마나 자주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펀드매니저들도 있다.

암스테르담의 켐펜 캐피털 매니지먼트(Kempen Capital Management)의 대체전략팀장 미치엘 미우위센은 "변동성이 높은 단기 예측 데이터가 항상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체 데이터에는 허점도 많다고 투자자들은 지적한다. 예를 들어,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에 대한 소셜 미디어 게시물은 유용하게 보일 수 있지만 대개 지역 코드화(geocoded)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위치 데이터로서는 충분치 않다는 의미여서, 그 게시물이 실제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올린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UBS 증거추적연구소의 제러미 브루넬리는 코로나바이러스 억제 조치의 영향을 감시하기 위해 런던의 CCTV 데이터를 조사했지만, 상황이 변동되기 전에 알 수 있을 만큼 데이터를 빨리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산운용사 캠 시스터메틱(GAM Systematic)의 앤서니 롤러 대표는 자신의 회사도 대체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지만 대체 데이터가 지난해 그의 펀드 수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올해에도 시장을 주도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카드 일일 데이터나 고객 수 데이터가 주가 회복을 예측하지 못했다”며 “경기 회복을 예측한 것은, 위성 사진, 신용카드 데이터, 화물 운송 데이터 같은 대체 데이터가 아니라 투자 심리, 동물적 감각,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 같은 상식이었다."고 말했다.

"대체 데이터가 데이터 제공자의 관점에서 가치가 있을 지 모르지만 아직 투자자의 관점에서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