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전경<통인화랑제공>

‘동질이형(Allotropism,同質異形)’은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외형을 가진 물질들이 동일한 성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그의 작품에서 동질(同質), 즉 작품의 공통적인 성분(substance)은 직사각형의 캔버스, 같은 색으로 균일하게 물감이 발라진 캔버스 표면(surface)과 그 위에 덧붙은 나무토막의 형태, 재료와 색의 공통성이고, 이형(異形)은 그것들이 ‘변주’ 되어 배치될 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Allotropism(同質異形), 130.3×162.1㎝ Acrylic on canvas & wood, 2015

이에 따라 이계원의 작품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들은 직사각형 캔버스, 단색으로 칠해진 화면과 그것을 통해서 생겨난–작가는 그가 추구하는 표면과는 다르다고 보는–화면의 평면성이다. 선 원근법을 통해서 표현된 깊이감이라는 전통적 회화의 환영주의를 거부하기 위해서 단색의 화면을 도입하였고, 그 위에 어떤 이미저리(imagery)도 그려 넣지 않음으로써 그의 캔버스의 표면이 원근법적 환영을 거부하는 추상회화에서 지향하는 2차원적 평면과는 구별되기를 원한다.

▲ Allotropism(同質異形), 130.3×162.1㎝ Acrylic on canvas-board & pinewood, 2014

그는 자신의 캔버스의 표면이 관객에게 표면 그 자체로, 즉 미니멀리스트들에게서처럼 즉물적(literal)으로 지각되기를 바란다. 이것을 작가는 자신의 단색 화면이 평면성과 구별되는 근거로 제시한다. 이계원의 작품을 가장 오브제처럼 보이게 만드는 특징은 회화의 ‘환영’의 문제를 해결한 방식에 있다.

▲ 전시전경<통인화랑제공>

그는(이계원 작가,LEE KE WON,李桂園,화가 이계원) 마치 캔버스 표면의 일부를 파괴해서 떼어 내어 옮겨 놓은 듯이(displace) 캔버스 위에 나무토막을 올려놓는다. 단색 캔버스 표면 안의 다른 색 표면들은 표면 파괴의 환영이다. 작가가 경험한 다인종, 다문화 사이의 동질성의 은유로부터 출발했던 ‘동질이형’주제는 이러한 작품들에서는 관객과 작품과의 시지각(視知覺) 경험의 문제로 환원되었다.

△글=김정희 미술사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전시=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Seoul), 7월26~8월20일,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