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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과 롯데, 효성...그리고 한국타이어

또 불거진 오너 일가 골육상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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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타이어 시장 7위 기업인 한국타이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오너 일가의 골육상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차남을 선택하자 장남을 중심으로 다른 자녀들이 반발하는 기류가 팽배한 가운데 한국타이어 내외부에서는 아버지의 선택을 받은 차남이 치열한 권력투쟁의 최종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자칫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조양래 회장. 출처=한국타이어

"사랑하는 딸이..."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은 지난달 31일 "딸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입장문을 냈다. 조 회장은 "정말 사랑하는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딸이 괜찮은 건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라 하소연하기도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지난해 11월 조양래 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이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전격 구속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서 인적분할 된 후 사내 영향력을 키우던 그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종의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직후 미묘한 분위기가 시작됐다. 실제로 재계 취재를 종합한 결과 조 사장이 구속된 후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움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가족 모임을 열어 조 사장이 구속된 후 그룹의 경영 승계와 관련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구속된 조 사장 입장에서는 미묘한 순간의 연속이다.

조 이사장은 동생인 조 사장이 법정 구속된 상황에서 그룹의 승계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장남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주사를 총괄하고 조현범 사장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맡는 투톱경영 체제였고, 지분율은 엇비슷한 상태였다. 그러나 장녀인 조 이사장은 조현범 사장이 법정 구속된 상태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무너트리고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에 힘을 집중시키려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변수는 코로나19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계를 강타하며 조 이사장이 주도하던 그룹 승계 논의가 올스톱됐고, 그러는 사이 조현범 사장이 3월 보석으로 출감했기 때문이다. 후계에 대한 논의는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이런 가운데 조양래 회장은 지난 6월 26일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전체 지분의 23.59%, 2194만주를 모두 넘기는 일이 벌어졌다. 블록딜 방식의, 말 그대로 기습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에 힘을 실어주려던 조 이사장의 뜻과 정반대로 흘러간 셈이다. 힘의 균형은 순식간에 보석으로 출감한 조현범 사장에게 기울었다. 조양래 회장의 결단으로 조 사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율이 42.90%에 이르며 그가 최대주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조 사장이 최대주주에 오른 직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면서 일각에서는 형인 조 부회장이 반격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으나, 조양래 회장이 본인의 후계를 차남인 조현범 사장로 낙점한 것은 어느정도 굳어가는 분위기다.

조양래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 힘을 실어주던 초기,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과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은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내 반격에 나섰다. 조현식 부회장이 최근의 변화를 두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는 사이 장녀인 조 이사장이 전면에 나서 조양래 회장에 대해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성년후견 신청은 나이가 많거나 질병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 대해 후견인을 정하는 제도며, 조 이사장이 이를 청구했다는 것은 곧 조 사장에 막대한 지분을 몰아준 조 회장의 뜻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으로 읽힌다.

결과적으로 조양래 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사장을 후계로 낙점한 가운데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을 주축으로 다른 자녀들이 반발하는 모양새가 그려지고 있다.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되는 순간이다.

그 연장선에서 조양래 회장은 지난달 31일 '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조 회장은 나아가 조 이사장이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한 것을 두고  “매주 친구들과 골프도 즐기고 있고 P/T도 받고 하루에 4~5km 이상 걷기운동도 한다.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다”면서 첫째 딸을 포함해 모든 자식들에게 이미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증여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절절한 부정애가 들끓는 입장문에도 명확한 방향성은 보인다. 후계자로 조현범 사장을 낙점한 결정은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양래 회장은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적이 없다”면서 "“(딸은) 회사의 경영에 관여해 본적이 없다. 만약 재단에 뜻이 있다면 이미 증여 받은 본인 돈으로 하면 될 것"이라 말했다. 이어 조 회장은 조 사장의 경영능력을 두고 "15년을 지켜봤다"며 합격점을 줬다.

   
▲ 조현범 사장. 출처=이코노믹리뷰DB

다양한 시나리오
재계에서는 조현범 사장이 조양래 회장의 선택을 받은 만큼, 당분간 힘의 균형은 조 사장에 기울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지분 격차가 상당하다. 조 회장의 지분을 받은 조 사장의 지분율은 무려 42.9%에 이르지만 조현식 부회장의 그룹 지분은 19.3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면서, 많은 정재계 인사들과 가까운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활기찬 성격에 친화력도 좋아 직원들과 쉽게 융화된다는 말도 들린다.

경영능력도 어느정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가운데 조 사장은 콘티넨탈을 롤모델로 삼아 강력한 인수합병으로 그룹의 다양한 비전을 타진한 바 있다. 타이어를 넘어 모빌리티 전반의 꿈을 꾸고 있으며 2019년 10월 등장한 한국테크놀로지의 스마트팩토리 로드맵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10월 대전에 연구개발센터인 테크노돔을 준공하며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한편 사업 다각화와 브랜딩 강화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실적이 코로나19로 크게 후퇴하는 가운데, 내부에서는 '지금의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려면 조 사장이 제격'이라는 기류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 사장 체제가 완전히 자리잡기에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사법 리스크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조양래 회장이 슬하에 2남 2녀를 둔 가운데, 그룹의 지분율은 차남인 조 사장이 42.90%를 가지고 있어 절대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이 0.83%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아직은 침묵을 지키고 있으나 조만간 투쟁전선에 뛰어들 것이 유력한 조현식 부회장은 19.3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둘째 누나인 조희원씨(지분 10.82%)도 조 이사장의 진영에 설 것이 유력한 가운데 이들의 지분을 모두 더하면 30.14%다.

이들의 지분을 조 사장의 지분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지만 조현범 사장이 하청업체로부터 수억 원대의 뒷돈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추후 벌어질 법정 공방을 통해 조 사장이 구속이라도 되면 다른 주주들이 일제히 조 부회장 및 조 이사장의 편에 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6.24%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은 조 사장이 구속될 경우 조 부회장 및 조 이사장의 손을 잡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럼에도 42.09%의 지분을 가진 조 사장을 직접적으로 견제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오지만, 그가 구속된 상황에서 제3의 주주들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없는데다 그룹 내부의 기류가 일변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이사회 구성은 조현식 부회장이 대표이사, 조현범 사장은 사내이사며 조 사장이 구속될 경우 조 부회장이 이사회를 이끌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경계하기 위해 조양래 회장이 급하게 조 사장에 막대한 지분을 밀었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결국 양측의 전투는 '속도'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양측이 적절한 타협을 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도 효성그룹에서 분할된 역사를 가진 만큼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시나리오다. 여기에 둘째 누나인 조희원 씨를 미국 법인에 위장 취업시켜 희귀병을 앓고있는 조 씨의 자녀를 도운 혐의로 조 부회장도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형량이 낮아 조 부회장이 구속될 가능성은 낮지만 최악의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말이 나온다.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테크노돔. 출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진칼, 롯데, 그리고 효성
재계에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영권 분쟁을 두고 한진칼과 롯데, 효성에서 벌어진 경영권 분쟁과 묘하게 닮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한진칼은 고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3자 주주연합(KCGI·반도건설·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다. 남매간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점에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비슷한 구석이 있는데다 가족 모두가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실제로 조원태 회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차녀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경영권 분쟁 초기 조원태 회장의 대척점에 섰으나, 조현아 전 부사장이 KCGI 등 외부세력을 끌어들이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차녀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장남에 힘을 실어줬다.

롯데와도 공통점이 있다.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고령에 접어들자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차남인 신동주 현 롯데그룹 회장도 경영권 분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진 가운데 고 신격호 회장이 타계하고 차남인 신동빈 회장은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고 신격호 회장의 넷째동생인 신정숙씨가 2015년 당시 생존해있던 고 신격호 회장을 대상으로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최근 조희경 이사장이 조현범 사장에 지분을 건낸 아버지 조양래 회장을 대상으로 성년후견인 개시 청구 재판을 한 장면과 오버랩된다.

1985년 당시 한국타이어그룹을 분할한 효성그룹과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조양래 회장의 형은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다.

   
▲ 출처=한국타이어

더 최악이다?
재계에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두고 한진칼과 롯데 및 효성과 묘하게 닮았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더 최악'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한진칼처럼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롯데의 경우는 신동빈 회장 체제로 확고한 방향성을 보여주며 그룹이 빠르게 안정을 찾았으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장기간 내홍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도 지분을 끌어 모으며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3자 주주연합이 여전히 한진칼을 노리는 것처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권 분쟁도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상황은 조현범 사장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으나 사법 리스크에 따라 정국이 출렁일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지루한 싸움이 벌어지는 한편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소모적인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상황 자체가 더욱 야만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에서 벌어진 고 신격호 명예회장을 둘러싼 성년후견인 제도의 경우, 당시 고 신격호 명예회장은 정상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년후견인 논란은 우선 논리적 타당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조양래 회장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그의 신변에 큰 변화가 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아직 멀쩡하게 아버지가 활동하고 있는데 성년후견인을 신청한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해도 너무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조양래 회장의 나이는 83세다.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8.01  09:03:32

<경제를 리뷰, 미래를 본다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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