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이번엔 진짜일까요? 속은 게 한두 번이 아니라서….”

‘보험상품 판매 중단’ ‘보장 축소’ 등 영업 변경을 예고하는 보험사 공지를 접한 한 보험설계사의 말이다. 상품을 판매하는 설계사의 이 같은 반응은 보험사들의 거짓 공고에 따른 절판마케팅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절판마케팅이란 보험사들이 특정 보험 상품의 ‘절판’을 내세워 단기적 판매책을 꾀하기 위한 전략을 의미한다. 즉, “오늘만 이 가격” “내일부터 판매 중단”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던 호객행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보험 절판마케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통상 대대적인 상품 개정을 앞둔 3월이나 연초, 연말, 명절 등에 절판마케팅이 극에 달한다.

금융당국의 제도 변경에 따른 판매 규제로 절판마케팅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엔 금융당국이 무해지환급형 상품구조를 변경하라고 보험사들에게 지시하자 관련 절판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절판마케팅의 주요 문제는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설계사들이 빠른 시간 안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절판에만 집중, 제대로 된 상품 설명 없이 계약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절판마케팅이 극성인 무해지환급형 상품의 경우 저축성 기능을 앞세운 불완전판매가 횡행하고 있다. 무해지환급형 상품은 중도 해지 시 환급금이 없지만 만기까지 유지하면 환급률이 높아 이를 활용한 영업이 활발하게 이뤄져왔다.

하지만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면 절판마케팅 자체를 꼭 나쁜 시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해당 상품에 가입 니즈가 있던 고객이라면 보장 혜택이 변경되기 전 가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어찌 보면 ‘착한 절판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어차피 가입할 상품이라면 혜택이 많을 때 가입하는 것이 고객 입장에서도 좋기 때문에, 이를 절판마케팅이라는 시각보다는 일종의 정보제공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실제 예정이율(보험사 기대 수익률) 인하 전 절판마케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데, 일반적으로 예정이율이 인하되면 보험료가 높아지기 때문에 그 전에 가입하는 것이 보험 소비자들에게 유리하다. 상품 개정이 꾸준히 이뤄져 온 일명 ‘제2의 건강보험’ 실손의료보험 역시 과거의 보장이 더 좋다는 말이 많다.

조만간 상품 구조가 변경될 무해지환급형의 경우에도 보험료가 일반 상품 대비 저렴하기 때문에 만기까지 계약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고객들에겐 알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실시하지도 않을 영업 변경 사항을 거짓으로 공고해 가입을 유인하는 이른바 ‘나쁜 절판마케팅’이다. 보험사들은 설계사들에게 공문이나 교육 자료를 통해 수시로 영업정책을 바꾸면서 절판마케팅을 종용한다.

특정 보험사는 상습적으로 이를 활용해 설계사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업계에선 공문으로 내려온 인수지침이 허위인지 진실인지 분간이 안 간다는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해당 원수사 측에선 “원래는 이렇게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접게 됐다”는 식의 무책임한 대응만 이뤄지고 있다.

‘나쁜 절판마케팅’은 보험 소비자들의 불필요한 가입을 이끌어 내는 셈이어서, 이는 곧 가입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소비자 신뢰’를 외치던 보험사들이 정작 자신들은 설계사들에게 불완전판매를 종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