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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街 규제의그늘③] 현실 모르쇠...탁상공론 한계 드러낸 ‘재포장 금지법’

환경부, 예외기준 고시·세부지침 전면 재검토
협의체 논의 거쳐 보완…10월부터 현장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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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이 행사 라면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뉴시스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지난 6월18일 공개된 '재포장 금지법'은 탁상공론에서 비롯된 규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였다. 규제 대상과 내용이 명확하지 않았고, 이에 유통업체와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결국 정부는 재검토를 통해 내년 1월로 시행 시점을 연장했지만 환경보호라는 근본적인 목적이 희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묶음할인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재포장 금지법'을 재검토하기로 하기로 나섰지만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규제에 대한 거센 반대가 쏟아지자 정부가 업계와 소비자 반응만 떠본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환경부는 이달 시행 예정이었던 재포장 금지법을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이에 쟁점이 된 모든 사항들을 9월까지 제조사·유통사·시민사회·소비자·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후 관련 업계가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도록 3개월(10~12월) 적응 기간을 거친 뒤 도출된 문제점을 수정·보완해 내년 1월부터 본격 집행한단 계획이다.

판촉 위한 ‘묶음 할인 상품’ 금지...취지만 좋았던 '도돌이표' 행정

논란이 됐던 ‘재포장 금지법’의 골자는 판촉을 위한 ‘묶음 할인 상품’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라면 5개 묶음에 낱개 한 봉지를 테이프로 감싸 총 6개를 5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금지된다. 이는 업계는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법안이다. 정부가 기업의 마케팅 방식에까지 관여해 시장을 과도하게 규제한다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의 ‘재포장 금지법’에는 오류와 한계가 존재한다. 아직 ‘재포장’ 단어 자체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시장에서 혼란만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다. 각 유통 단계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완제품으로 제조된 것은 재포장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관련 정책 수립과정에서 포장 전문가나 관련 전문가와 충분한 논의 없이 내놓은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환경부는 “과대 포장을 줄이려는 것이지 가격 할인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며 해명하고 나섰지만, 계속되는 여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해당 가이드라인을 유예하기로 했다.

이영기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관은 “평소 낱개제품으로 팔다가 재포장해 파는 묶음 포장과 종합선물세트와의 구분과 법적 해석이 명확하지 않아 이에 대해 업체와 논의를 하면서 업계와 소통을 위한 자료로 세부지침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는 급히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방향으로 돌렸지만 이 역시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참고자료로 연세대에 의뢰한 연구용역 과정에도 업계 의견이 1차적으로 반영됐다. 이후 지난 6월 업계 간담회 때도 관련 자료를 요구해 서면 제출을 2차적으로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또다시 환경부가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하면서 업계로서는 같은 의견을 3번째로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도돌이표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장재 관련 정책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앞세운 제도 도입과 기술개발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현재 내년 1월 시행 전까지 업계 모든 입장을 듣는 것은 무리가 있고, 지금까지 접수된 내용을 바탕으로라도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자연 기자 nature@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7.30  06:03:00

<경제를 리뷰, 미래를 본다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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