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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 칼럼 : CEO만 보세요] 지극한 사소함에서 나오는 대단한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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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 하는 목수와 그렇지 못한 목수를 구분하려면 연장의 날을 언제 세우는 지 보면 알 수 있다. 일 잘하는 목수는 일하기 전에 미리 연장 손질을 해서 시작되면 일에만 몰두한다. 반면에 일 못하는 목수는 일이 시작되고 나서야 일이 잘 되지 않음을 연장 탓 하며 그제서야 날을 세운다. 거기에 작업시간 다 까먹고 정작 해야 될 일은 허둥지둥 할 수 밖에 없다. 장인의 숙련된 기술이니 정성도 쏟아 부을 수가 없다.

커뮤니케이션 담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언론 매체에 근무하는 기자들이나 데스크들은 일반 기업들보다 부서(인사) 이동이 잦다. 경험에 의하면 짧은 출입기간은 6개월이고 길어야 2~3년 정도로 계속 출입처도 바뀌고 부서도 바뀐다. 바쁜 일 때문에 한동안 신경 쓰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자료를 보내면 엉뚱한 답변만 돌아오게 된다. 부랴부랴 새로 담당이 된 기자를 찾게 되는데 딱 일 못하는 목수 꼴이다. 이건 그나마도 나은 케이스이고 웬만한 회사는 출입기자가 뭔지 개념도 없는 곳이 너무 많다.

출입기자라고 하니까 대규모 기자실을 갖춘 기관이나 대기업처럼 늘 모셔야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분야를 커버하는 기자들을 지칭한다. 요즘은 블로그나 유투버 같이 1인 매체도 충분히 가능한 시대이지만, 기자들 수가 많은 언론사들일수록 담당하는 분야가 아주 세분화되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오피니언 같이 분야를 나누고 특히 경제 분야에서는 각 산업 업종별로도 잘게 나눠진다.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가면 언론사 인원 상황에 따라서 더 쪼개지기도 한다.

사실은 그게 큰 여론이라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하나의 문이 된다. 닫힌 방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문을 열고 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 문이 어딘지도 모른다면 그 방으로 들어가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그 문이라는 것이 불변으로 딱 정해져 그대로 유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바뀐다는 것이다. 문이 알아서 내 앞으로 찾아와 주는 법은 없다. 그러니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 문이 어딘지를 열심히 찾는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그 큰 방안에서 일어나는 여론의 흐름을 잘 타야 하는데, 문이 어딘지 찾다가 볼일 다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니면 엉뚱한 문을 붇잡고 들여보내 달라고 어거지를 부려봐야 결과는 뻔하다.

 

‘기자와 친구가 되어도 되나?’

초년병 시절 산업자원부 기자실에서 문전박대 당할 때 그나마 도움을 준 기자가 있다. 지금이야 은퇴했지만 당시 모 일간지의 산업부 차장 시절이었다. 출입처와 상관없이 그 뒤로도 일년에 한 두 번씩은 만나곤 했다. 심지어 회사가 형사소송에서 패소하고 암울해 졌을 때에는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주기도 했다. 광화문으로 불러내 식사에 맥주까지 사주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뭔가 하려고 하는 것’이 보여서 좋다고 칭찬했었다. 그리고 몇 가지 애정 어린 충고도 덧붙였다.

대기업들도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달라서, 어떤 회사는 얘기가 잘 통하는데 어떤 곳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누가 담당기자인지 신경도 쓰지 않다가, 큰 일이 터지고 나서야 호들갑을 떠는 회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회사에 큰 호재거리가 있어서 당장에 크게 부각시켜야 할 경우나,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할만한 부정적 사건이라도 생기면 그제서야 높으신 임원부터 커뮤니케이션 담당까지 뭉쳐서 헐레벌떡 찾아온다는 것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다들 알 만한 회사인데다가 연간 지출하는 광고비 규모가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신문사까지 직접 찾아온 사람들이라 면상에 대 놓고 딱 잘라 싫다고 할 수는 없는 법이라, 말로는 ‘알겠다’고 해놓고 그 사람들 나가는 순간 자료는 바로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 적이 많았다고 했다.

언론사 역시 영리를 추구하는 주식회사다. 기자들 역시도 주식회사에 근무하는 샐러리맨들이며 기업의 이윤 추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업의 모든 임직원들이 속한 회사의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하듯이, 언론사 역시 광고주 일에 신경이 더 쓰이는 건 당연하다. 보통의 경우라면 광고주의 기사에 한번이라도 더 눈길이 가게끔 쓰게 된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어서 기자와 커뮤니케이터와의 관계가 꼭 돈에 결부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돈 많은 부자가 항상 모든 사랑을 차지하는 승자가 되지 않듯이, 평소에 잦은 만남과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중요하다. 거기에 취재원으로서의 커뮤니케이터가 기사를 쓰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더 나을 수 밖에 없다. 결국은 신경 많이 써주고 기사 거리에도 도움 되는 관계에 더 많은 정이 가는 법이다. 좀 더 귀 기울이게 되는 관계가 중요하다. 결국에는 돈보다도 관계에 무게가 쏠리게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렇게 들려준 조언들을 언제나 마음 속 깊이 새기고, 철칙으로 지키고자 한다.

지금은 별 것 아니지만, 그 시절엔 참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다. 자주 만나다 보면 이런 저런 온갖 얘기들이 대화의 주제로 등장하게 되는데, 어느 틈엔가 회사나 취재관련 얘기보다는 지극히 사적인 분야의 내용이 많아지게 되었다. 회사의 공적인 업무로 만나는 사이였기 때문에 ‘이렇게 사적인 얘기만 주고 받는 것이 맞는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디까지가 공적인 만남이고, 또 어디까지 사적이 관계를 유지해야 하나 하는 혼돈을 느끼고 있었다. 혈액형이 스몰 a형인 내 성격이 원래 그랬다. 그리고 친구지간도 아닌데 사적인 영역은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하나 하는 것도 의문이었다.

“기자들과 자주 만나다 보니 친해지게 되는데요, 너무 가까워지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친구처럼 마음의 문을 열어도 될까요?”

“하하하, 사람 만나면서 뭐 그렇게까지 고민해가면서 선을 그어놓을 필요가 있겠어?”

“회사의 업무상 만나는 사람인데, 개인적 친분이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공과 사는 구분해야 된다 생각됩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마음을 열고 친해지는 건 당연한 거고, 회사 기밀이야 알아서 조절해야지.”

나의 말 같지도 않은 질문에 커뮤니케이션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선배님의 답변이었다.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고민됐는지 지금은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경험 있는 선배나 동료도 하나 없었기에, 거의 몇 년 동안 마음 속에 확신이 서지 못한 그런 의문이 드리우고 있었다. 너무 자주 만나는 것도 그렇고 애써 적당하게 기간을 조절해 가면서 나름 나만의 선을 지킨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혼자서 끙끙댔다. 

 

평소 부담 없는 대화가 일 터진 뒤 천만금보다 나아

습관적으로 일찍 출근한다. 행여라도 남들과 같이 출근하는 일이 없도록 출근 같은 일상사에도 애들 쓴다. 야근과 술자리로 몸이 파김치가 되었더라도, 다음날 아침에는 무조건 일찍 출근하는 것이 나름대로의 프라이드였다. 먼저 나와서 뉴스를 보고 빨리 정보를 접하는 것이 첫 번째 기본 자세다. 혹여 놓친 승진이나 인사이동 같은 소식은 없는지, 그리고 연락이 다소 뜸해진 사람들과 관련된 부고를 반드시 점검한다. 초년병 시절에야 놓치고 나서 민망해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동적인 습관이 됐다.

개인적인 대소사를 챙기는 것이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데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왕이면 남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챙기는 것이 좋다. 열심히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무슨 정보가 되었던 남들보다 먼저 알 수 있다. 차장 무렵까지는 인사 부고든 새벽부터 확인하는 편이었음에도 항상 나보다 먼저 알고 있는 선배들이 부러웠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했다. 잘 해봐야 본전이었다. 전날 미리 알고 내가 언제 보고하고 조치하나 하고 벼르고 있던 선배들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여지없이 질책이 날아들곤 했는데, 오래 하다 보면 자연스레 되는 것임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점심 약속은 늘 한 두 달 전에 스케줄을 채웠다. 일이 없을 때 미리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건사고 없는 정상적인 회사의 모습, 사람에 집중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친분을 쌓고 서로 통하는 데에는 지름길이 된다. 처음엔 밥이나 술 한잔 하자는 약속 하나 잡기가 왜 그렇게도 힘 들었는지, 하지만 이력이 붙은 뒤로는 늘 두 세달 치의 스케줄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스케줄 중간중간 약속이 없는 날을 한 두 개 적절히 배치하는 요령도 생겼다. 모든 언론사가 그렇지만 세상에 큰 일이 벌어지면 기자의 행적은 자기들도 예측불허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기까지 십 년 이상의 내공이 필요했다.

한 명의 기자가 담당하는 출입처가 수십 군 데에서 많게는 수백 군 데까지 이르기도 한다. 세상 어느 곳이나 20:80의 법칙이 존재하듯이 그 많은 출입처들 중에서도 상위 20%의 기업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겨우 관심을 받는다. 나머지 기업들에게까지 세세하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다. 언뜻 보면 기자 수가 엄청 많아 보이지만,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기업이나 기관 수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때문에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과 기관들일수록 커뮤니케이터의 발품 팔러 다니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평소 미리 만나는 것이 나중에 큰 일이 터졌을 때 천만금을 쓰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서 진정성이 통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은 큰 일이 터졌을 때 시끌벅적하게 돈을 펑펑 써가면서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미리 미리 술술 풀어나가는 사람이다.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되 별 다른 문제 없이 순리대로 잘 풀어가는 사람이 능력자다. 그런 능력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또 혼자만 가진 능력은 아무 쓸모도 없다. 서로가 그 능력을 인정해 주는 속에서 발휘된다. 오랫동안 꾸준히 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만남의 인연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고 설켜서 촘촘하게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자연히 그 속에서 대단한 일들도 진행된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7.28  07: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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