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에 이어 최근 엑스엘게임즈가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게임 업계에 노조 결성 바람이 불고 있다.

엑스엘게임즈 노조가 사측에 요구하는 건 포괄임금제 폐지와 고용안정이다. 일한 시간 만큼 돈을 지급하고, 프로젝트가 폐지돼도 내치지 말라는 것이다.

포괄임금제 폐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동안 많은 게임 업계 직원들, 특히 개발자들은 공짜 야근, 주말 출근 등을 강행해야 했다. 업무가 과도한 건 논외로 하더라도 일한 시간 만큼 대가를 지급하는 문화는 정착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이와 함께 정해진 시간에 집중해서 일하는 분위기도 확산돼야 한다.

실제로 노조가 있는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뿐 아니라 넷마블,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포괄임금제를 이미 폐지했다.

그러나 게임 업계 노조가 한 목소리로 고용안정을 외치고 있는 산업의 현실은 씁쓸하다.

사실 과거 게임업계는 '모험가들'의 천국이었다. 본래 개발자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경력을 쌓고,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이직하거나, 일부는 원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창업도 활발히 시도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었다.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니어도 능력에 따라 고액의 연봉을 받을 수도 있는 게 IT업계의 특성 중 하나다.

그러나 이제는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게임 개발 기간은 늘어나는 반면 성공 확률은 낮아지고, 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며 새로운 도전 기회와 가능성이 점점 줄고 있어서다. 실제 구직 사이트에는 게임 채용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는 호소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게임 업계가 중소기업은 살아남기 힘든 중견·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됐고, 규모가 큰 게임사 마저도 신규 프로젝트의 성공을 담보할 수가 없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개발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게임사에 남는 것이 됐다. 

지난해 여름 판교 넥슨 사옥 앞에 600여명(노조 측 추산)의 넥슨 노조원이 모여 고용안정을 외쳤다. 전체 직원의 10% 이상인 적지 않은 수였다. 특히 당시 현장에 참여한 노조원 대부분은 20~30대 젊은 층이었다.

이들을 탓할 수는 없지만, 많은 도전과 실패 속에서 발전하는 게임 업계에서 이 같은 고용안정 추구가 산업에 긍정적으로 발현될지는 의문이 남는다. 우리는 지금 자율성과 창의성으로 대표되는 게임 업계의 2030조차 ‘안정’을 최우선 덕목으로 외치는 시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