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일지.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통보한 인수합병(M&A) 선결조건 이행 마감시한이 다가오고 있으나 양측은 팽팽한 눈치싸움만 벌이는 분위기다. 이스타항공이 막대한 미지급금을 해결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어떤 결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 측에 보낸 공문에 대한 답변을 이날 자정까지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영업일 기준 10일 이내에 선결 조건을 해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공문을 전달한 바 있다. 제주항공은 3100만달러의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건, 250억원의 체불임금, 조업료와 운영비 등 총 1700억원 규모에 이르는 미지급금 해결이 이행돼야 M&A를 완주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마감 시한이 됐다고 계약이 자동 해지 되는 것은 아니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것뿐”이라 말했다. 이어 “이스타항공의 대응에 따라 향후 관련 일정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만큼 양측이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M&A가 아니면 파산을 택해야 하는 이스타항공은 노사가 합심해 미지급금 줄이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사측은 1000억원으로 추정되는 미지급금을 채우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2개월 치 임금 반납 동의서를 돌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리스사 등 거래처에 유류비와 리스비 등을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국토교통부에도 공항시설 이용료 감면을 요구했다.

그동안 임금 반납에 부정적이었던 조종사 노조도 이스타항공 정상화를 위해 고통분담에 나서기로 했다. 조종사 노조도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인력감축 중단과 고용 유지를 보장해준다면 임금 반납 및 삭감 등의 고통분담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모든 미지급금을 해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국토교통부에 이어 고용노동부까지 나서 제주항공과 면담 자리를 마련하고 있지만 제주항공의 인수 의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수 후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만큼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제주항공은 연결기준 매출액 808억원, 영업손실 84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전망이 현실화 되는 경우 제주항공은 지난 2005년 창립 이래 사상 최대 분기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코로나19로 비행기는 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정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발생한 데 따른 결과다. 현금 유동성에 대한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1분기 말 제주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79억원에 불과하다.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것은 제주항공에 그야말로 모험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인수 대상인 이스타항공도 올 1분기 기준 부채는 2200억원으로 보유 현금이 바닥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올 3월부터 전 노선의 운항이 중단되면서 4개월째 매출은 0에 가깝지만, 매달 나가는 고정비만 250억원에 달한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품는다 해도 셧다운 장기화로 사라진 이스타항공의 항공운항증명(AOC) 효력 회복 및 사업 정상화까지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된다는 우려다. 이스타항공 인수로 인한 제주항공의 재무 상황 악화는 불 보듯 뻔 하다는 말이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경우 막대한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 자체도 유동성 이슈가 과중한 만큼 이스타항공 인수를 철회할 경우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하반기 자금조달 이슈가 지속 제기될 것”이라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당장 계약을 파기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선도 있다. 정부부처까지 나서 매각 완주를 독려하고 있어 부담이 큰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또한, 이스타항공을 인수해야만 지원금은 물론 추가 지원금도 받을 수 있어서다. 앞서 산업은행은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를 전제로 17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 정부로부터의 추가 지원금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제주항공에 뿌리치기 어려운 제안이다. 

한편,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내놓은 선결조건 이행 기간이 완료되긴 했지만, 이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이미 6월 말 선결조건을 이행했다는 내용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노력은 하고 있지만 미지급금 규모가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규모인 만큼 해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관련 내용을 별도 표명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