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가 연기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전당대회

오는 11월 3일 치러질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와 연방의회 선거. 겨우 110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같으면,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에서부터 전당대회까지 1년 내내 떠들썩했을 것이다. 하지만 2020년 상황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일단, 민주당이 1월부터 6월까지 치른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는 싱겁게 끝났다. 4월 13일 버니 샌더스 후보의 조 바이든 후보 지지로 선거 유세는 필요 없어졌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샌더스 후보와 동행하면서 선거유세를 끝마쳤다.

공화당은 공화당대로 정신이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대통령 선거 분위기를 띄울 형편이 아니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중국의 홍콩 보안법 통과, 존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출간 등의 악재가 이어졌다.

그래서 현재 미국은 대통령 선거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코로나19 사태 진정. 백신 개발이라도 이뤄져야 진정될 수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가장 큰 대응 자세는 확산 방지. 7월 14일 기준, 사망자는 13만 5천명.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 참가인원은 6만 명 이상. 그래서 7월 중순이면 치러졌어야 할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도 일단 8월로 미뤄졌다. 대의원과 당원, 취재진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당대회에 대한 위험성 때문이다. 남은 것은 개최 방식 선택.

 

미국 전역, 코로나19 재확산에 봉쇄령 확대

차기 미국 대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는 코로나19. 최근에는 재확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13일,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를 비롯, 뉴멕시코, 오리건주 등이 한꺼번에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규제 조치를 내놨다.

캘리포니아주는 경제 재가동 계획을 뒤집으며 주내 모든 술집의 영업을 금지하고, 식당 내 식사, 실내 포도주 양조장, 영화관, 동물원, 박물관, 실내 놀이동산 등도 영업을 중단하도록 했다. 또 피트니스센터, 종교시설, 실내 쇼핑몰 등도 문을 닫게 했다.

뉴멕시코주도 식당과 맥주 양조장의 실내 영업을 중단시켰고, 오리건주는 실내에서 10명 이상 만나는 모임을 금지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10일간 모넌게일리아카운티에서 모든 술집이 문 닫도록 했다. 미국 CNN의 보도이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새로운 일련의 규제들은 주 정부들이 기업체, 점포 문을 닫았던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를 연상시킨다”며 “다른 주들도 곧 이를 따를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런 조치들은 이미 다른 여러 주가 부분적 봉쇄령을 도입한 뒤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보도들에는 맹점이 있다. 보도의 의도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언론들이 착각하기 쉬운 것이 이점이다. 미국 현지 사정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미국 언론들이 전하는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인용에 급급한 것이다.

 

객관적 자료에 의한 코로나19 피해 실태

보도대로라면, 미국은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고, 2차 팬데믹 공포에 사로잡혀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 승리를 장담 못할 정치적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

7월 15일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3,483,905명, 사망자는 138,358명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주는 과연 어디일까? 바로 뉴욕주이다. 뉴욕주는 트럼프 대통령과 코로나 19로 설전을 벌인 민주당 소속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다스리고 있는데, 뉴욕주 확진자 407,875명, 사망자는 32,092이다.

2위는 뉴저지주로, 민주당 필 머피 주지사가 다스리고 있다. 뉴저지주 확진자는 177,862명, 사망자는 15,582명이다. 3위는 메사추세츠주로, 공화당의 찰스 베이커 주지사가 다스리고 있다. 메사추세츠주의 확진자는 112,130명, 사망자는 8,340명이다.

4위는 일리노이주, 5위는 캘리포니아주, 6위는 플로리다주이다. 그 밑으로 메인주, 버몬트주, 뉴햄프셔주, 로드아일랜드주, 펜실베이니아주, 델라웨어주, 웨스트버지니아주 등 동부연안 주들과 워싱턴주, 오리건주 등이 코로나19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이 주들은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고, 메사추세츠주와 웨스트버지니아주를 제외하면 주지사 역시 민주당 소속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주에서만 코로나19가 창궐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외국인이 이해하기 힘든 미국 대통령 선거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간접선거 방식. 외국인들은 여기까지만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주지사와 대통령의 관계. 미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주지사일까, 대통령일까? 바로 주지사이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 국민들에게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50개주의 연합체인 미국의 국민들은 자신이 속한 주의 주지사의 개별 정책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국가 정책보다 주별 정책이 더욱 중요하다.

미국 언론들은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뉴멕시코주 등의 코로나19 상황을 거론하면서, 각 주가 처한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이런 보도를 접하면, 미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엇박자를 내는 주지사를 욕하게 된다.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한 30개 주는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별말이 없다. 반면 클린턴 후보를 지지했던 20개 주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2차 팬데믹을 우려하며,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후속 규제 조치를 내놓고 있다.

반트럼프 주들은 주지사들까지 민주당 소속이라서,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엇박자를 취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나,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는 언론을 통해서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비난하기까지 했다. 미국 정부 지원이 닿을 수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발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민주당 주지사와 지지 주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생활에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 사정과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30개 주의 선택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나머지 20개 주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심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