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 로고. 출처=한국화웨이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미국이 중국 최대 통신 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숨통을 죄고 있는 가운데, 화웨이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발표됐다. 

14일 화웨이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매출은 4540억위안(약 7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 늘어났다. 순이익은 9.2% 증가했다.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23.2%에서 10%포인트 가량 쪼그라든 모습이다. 미국의 강력한 압박으로 통신 장비 부문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매출 상승 폭이 제한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화웨이의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가 중국 공산당에 국가 기밀을 넘길 수 있다는 보안상 이유를 들며, 영국과 미국 등 유럽 동맹국들에 화웨이 배제 전선 동참을 촉구해왔다.

미국은 나아가 지난해 5월부터 화웨이가 미국산 부품 및 소프트웨어를 납품 받는 것을 어렵게 하는 제재를 시작한 바 있다. 최근에는 화웨이의 최첨단 반도체 부품 조달 경로를 틀어막고자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착 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화웨이의 관계를 끊으려는 분위기도 포착되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가 경영 실적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한 바 있으나,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했다. 일각에서는 미국발 고립에 장사 없다는 말도 나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기 위축까지 겹친 가운데 두 자릿수 성장세 기록은 '선전'이라는 평가도 따랐다.

사업 부문별 매출을 살펴보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담당하는 컨슈머 비즈니스 부문이 2558억위안(약 43조7000억원)으로 지난 2019년 상반기보다 약 16% 상승했다. 전체 사업부 중 가장 큰 매출이다.

과거 화웨이의 주력 사업은 중계기 구축 등 이동통신사 관련 부문었으나, 최근 소비자 사업의 비중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과 유럽의 반(反)화웨이 움직임에 대항하는 중국 내 '애국 소비'의 증가와 내수 시장의 스마트폰 소비 회복세가 해당 부문의 매출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동통신사 업무를 맡은 캐리어 비즈니스 사업부의 매출은 1596억위안(약 27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9% 증가했고, 미국과 유럽에서 철퇴를 맞고 있는 통신 장비와 관련된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사업부의 매출도 15% 늘어난 363억위안(약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미국·유럽 시장에서 외면 받는 대신, 자국 내 5G 장비 수주를 싹쓸이해 견조한 매출 상승세를 유지한 것이다.

문제는 다음이다. 이례적인 호실적이 하반기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의 압박 고조와 유럽 내 퇴출 추세가 지속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초 '저가'를 이유로 미국의 반대를 무릎쓰고 화웨이의 5G 장비를 공급 받으려던 영국도 점진적 화웨이 퇴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화웨이 측은 "앞으로 어떤 도전에 직면하더라도 고객과 공급 업체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고, 생존하고, 전진하겠다"며 굴기를 밝혔다. 코로나19 불확실성과 위축된 글로벌 입지 속에서 화웨이가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