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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풀었던 은행권, 건전성 우려에 대출문턱 높인다

정기예금↓·대출↑…코로나19·기준금리 인하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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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소재 한 은행지점 대출 창구에서 대출 희망자가 서류 등을 작성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고자 곳간을 활짝 열었던 국내 은행들이 최근 잇달아 대출문턱을 높이고 있다. 낮은 금리에 정기예금은 줄고 코로나19로 대출 증가세가 이어짐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대출 죄기’에 방점을 둔 조치로 건전성 관리 강화에 나선 것이다.

정기예금↓·대출↑…코로나19·기준금리 인하 여파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약 714조5000억원이다. 이는 전달(724조2000억원)과 비교해 1.4%(9조7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특히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하락폭은 더 컸다. 같은 기간 이들 시중은행이 확보한 정기예금 잔액은 633조1000억원으로 전달(643조8000억원)보다 1.7% 줄었다.

최근 은행 정기예금 감소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빅컷에 따른 0%대 저금리 기조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불러온 결과라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낮아진 금리에 투자매력이 떨어진 정기예금 대신 다른 투자처로 여유 자금을 넣고,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생활비 등을 위해 정기예금을 해지하는 개인들이 증가한 데 따른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업계는 정기예금 감소보다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는 대출 규모가 건전성을 관리하는 시중은행들에 더 큰 부담요소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928조8600억원으로 전달(920조7200억원)보다 8조1400억원 가량 늘었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4년 이래 역대 6월 기준 최대 증가 규모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565조3000억원에서 569조원으로 3조7000억원가량 늘었다. 대출 부실을 우려하는 은행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의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며 대출 몸집을 키웠다. 이는 그대로 시중은행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은행 기타대출 총 잔액은 242조원으로 전달(238조9000억원)보다 3조1000원 늘었다. 이 역시 2004년 이후 6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기타대출 규모도 114조7000억원에서 117조5000억원으로 2조8000억원 늘었다.

"경기 침체 장기화 대비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향후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등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중은행들은 이를 예방하고자 곳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8일부터 정기 산업등급평가(IR)에 돌입했다. 산업등급평가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산업들의 업황·정책 변화 등을 고려해 '등급'을 매기는 것으로, 이 등급에 따라 특정 업종은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산업등급평가는 매년 이뤄지지만 평가를 시작하는 시기는 정해져 있지 않다. 여러 산업들이 코로나19, 기준금리 인하 등 전례없는 이슈에 대한 초기 적응을 어느 정도 마친만큼, 건전성 관리의 연장선상에서 국민은행이 7월을 평가 적기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나은행도 고위험 차주와 일부 위험업종을 선정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포트폴리오 조종 등 고위험 차주에 대한 관리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게 하나은행의 설명이다.

신용대출로 몰리는 수요를 일부 차단하기 위한 선제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4일 비대면 신용대출인 '우리원(WON)하는 직장인대출'의 대출 요건을 변경, 이달 1일부터 최대 대출 한도는 2억원으로 그대로 두되 대출한도 산정 시 연소득으로 인정하는 비율을 하향 조정했다. 또 요식업종 대출 시 건당 1억원 이내로 제한하라는 공문을 모든 지점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3월 코로나19가 처음 국내에서 문제가 되기 시작할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로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코로나19가 가진 부정적인 파급력이 앞으로도 얼마나 지속될지 예단할 수 없다"면서 "경기 회복이 느려질수록 부실 대출 문제가 더욱 불거질 수 있기에 당장 건전성이 치명적인 문제라는 관점이 아니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해해야한다"고 말했다.

박창민 기자 pcmlux@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7.14  00:58:53

<경제를 리뷰, 미래를 본다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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