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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로 항해하는 유럽, 우리는 어디에?

EU, 수소전략 발표…차세대 에너지 두고 벌써부터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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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인류의 미래를 보장하는 약속어음"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본인의 저서 '수소 혁명'을 통해 말한 '수소의 미래'다. 그의 말대로 수소는 세계 에너지 시스템 전환의 핵심에 있다. 

190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지배했던 화석 연료가 환경문제로 주춤하며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상황에서, 석유 시대의 내리막길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더욱 가팔라졌다. 그 연장선에서 차세대 에너지는 기존 에너지의 대안인 동시에,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딜로서도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수소가 각광을 받는 이유다. 새천년의 남은 반세기를 이끌어갈 에너지로 물망에 오르며 엄격한 환경 규제를 시행하는 유럽을 중심으로 '수소경제'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먼 미래의 기술로 요원하게 느껴졌던 수소 에너지가 이제는 성큼 가까워진 모습이다. 구하기 쉽고 고갈되지 않으며 공해도 없는 수소 에너지가 상용화 된다면 2050년 에너지 지형도는 현재와 사뭇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유럽의 공격적인 행보에시선이 집중된다.

EU,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
   
▲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8일(현지시간) '유럽 수소전략'을 발표했다. 출처=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회(이하 EC)는 지난 8일(현지 시간) '유럽 수소전략'을 발표해, 수소경제 육성을 선언했다. 산업·교통·건물·전력 생산 등의 '탈(脫) 탄소화'를 지원하기 위해 재생 가능한 수소, 즉 '그린수소'의 생산을 늘리겠다는 30년짜리 중장기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총 750억유로(약 101조67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된다.

앞서 EC는 오는 2050년까지 유럽을 '최초의 기후 중립 대륙'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기후 변화 대응 및 친환경 정책 등을 포함한 '그린 딜'을 청사진으로 제시한 바 있다. '탄소 중립'이라고도 하는 기후 중립은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의 배출량을 늘어나는 만큼 감축해, 실질적인 순배출량을 '0'으로 상쇄하는 것을 뜻한다. 

기존의 주된 에너지원인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산업 구조를 신·재생 에너지 기반으로 바꾸겠다는, 경제 패러다임 재편의 예고이기도 하다. 

극적인 시대 전환을 위해 EU가 선택한 카드가 바로 수소다.

EU의 수소전략은 수소경제 규모를 현재 20억유로(약 2조7000억원)에서 10년 뒤인 2030년까지 1400억유로(약 188조8100억원)로, 70배 키우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는 14만개 가량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목표 기한인 2050년까지로 따지면 수소 에너지 관련 투자의 누적 규모는 최대 4700억유로(약 633조8000억원)에 달하며, 이를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100만개에 이를 것으로 EC는 내다봤다. 아울러 EC가 이날 인용한 분석에 따르면 EU가 주력할 그린수소는 2050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전망이며, 연간 매출액은 6300억유로(약 854조 5800억원) 수준일 것으로 관측됐다.

   
▲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출처=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U는 현 2% 이하에 불과한 수소 에너지 비중을 23%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2050년까지 시기별 단계를 나눠 그린수소의 점진적 상용화에 나선다. 우선 2024년까지 올해 기준 1기가와트(GW) 규모인 제조 설비를 최소 6GW로 증설해, 생산 능력을 최대 100만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는 그린수소 제조 설비를 다시 40GW 용량으로 확대, 1000만톤의 그린수소를 확보할 방침이다. 2030년 이후로는 탈탄소화가 어려운 다른 에너지 분야까지 그린수소가 대체하는, 완전한 상용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그린수소의 제조 단가를 현재 1kg당 2.5~5.5유로에서 그레이수소 수준인 1.5유로로 절감할 수 있으며, 그린수소를 적극 보급해 버스·택시·트럭·철도·배 등 교통수단부터 정유·화학·철강 등의 제조업까지 두루 활용되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그린수소 제조 설비인 수전해 장치의 증설에 240억~420억유로, 수소 운송·충전·보관 등의 인프라에 650억유로, 그린수소의 생산 과정에 관여하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시설 건설에 2200~3400억 유로 등이 각각 투입된다. EU는 당장 올 하반기부터 100메가와트(MW)급 수전해 장치를 발주할 예정이다. 현재 최대 규모의 수전해 장치는 10MW 용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 프란스 티머만 유럽연합 집행부위원장. 출처=유럽연합 집행위원회

프란스 티머만스 EC 부위원장은 "수소가 성공적인 에너지원이 되기 위해서는 생산·운송·보관·시장 등이 적정한 가격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수소전략을 통해 이 모두를 활성화 하겠다"고 말했다.

티머만스 부위원장은 이어 "이날 채택한 수소전략을 통해 유럽은 그린 딜과 녹색 회복을 실현하고, 2050년까지 경제 탈탄소화에 들어설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EC는 수소 에너지 관련 투자 유치 등 수소전략 현실화를 위한 일환으로 각국 정부와 관련 기업, 시민 사회, 투자은행 등으로 구성된 '유럽 청정 수소 연합'을 발족했다. 

한편 AFP 통신에 따르면, EC의 수소경제 육성 방안과 관련해 환경단체들은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현 수소 생산 방식이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그레이수소는 화석 연료로부터 추출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반면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 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얻으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나오지 않아 가장 청정한 수소로 불린다. EC는 이 그린수소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으나, 그린수소 제조 기술은 아직 실험 단계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유럽 수소차 시장 확대 전망에 현대차 '방긋'
   
▲ 수소 전기 자동차 '넥쏘'. 사진=현대자동차

EU의 수소경제 육성으로 세계적인 '탈(脫) 내연기관 자동차' 흐름이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소 자동차 개발 및 출시에 주력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수혜를 보리라는 기대가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 EC의 수소전략 발표를 보도하면서 "그린에너지 기반 경제를 도모하고 있는 EU는 이미 청정 에너지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한국·미국·중국·일본 등 국가들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지난해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수소차와 수소 충전소, 연료 전지 등 분야들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유럽의 수소 산업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는 지난 2019년 4987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전 세계 판매 1위를 차지했다. 넥쏘의 선전에 힘입어, 현대차는 지난 6월 수소전기차 누적 판매 1만대를 돌파하는 등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또, 현대차는 이달 6일 세계 최초로 양산한 수소 전기 트럭 '엑시언트' 10대를 스위스로 수출하기도 했다. 엑시언트의 경우 앞으로 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노르웨이 등으로도 공급될 예정이며 2020년 40대, 2025년까지 1600대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연간 판매량을 2025년까지 11만대로 늘리고, 연간 생산량은 2030년까지 연간 50만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새 에너지 패러다임…'퍼스트무버' 향한 치열한 각축전

수소경제는 아직 초읽기 단계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먹거리이기도 하다. 에너지 시장 특성상 초기 선점이 주도권 차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투자가 향후 에너지 지형을 가르고 나아가 패권을 좌우하리라는 계산이 서면, 수소 산업 투자에 적극 뛰어들지 않을 이유는 없다. 

주요 국가들은 이미 수소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차 개발 뿐 아니라 수소 열차·선박 등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며, 수소경제로의 이행을 국가 차원의 목표로 삼아 추진하는 모습이다. 

유럽에서 수소경제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 독일은 지난달 국가 수소경제 전략을 내놓고, 수소 운송용 탱크와 항공기 수소 연료 등 수소 산업 인프라 개발에 90억유로(약 12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수소 생산 능력도 2040년까지 현재보다 400배 확대된 10GW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또, 20억유로(약 2조7100억원)를 투자해 아프리카 등 다른 국가들과 수소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노르웨이도 EU의 수소전략에 앞서 지난 6월 수소 에너지 산업의 육성을 국가 핵심 사업으로 발표했다.

2002년 수소경제 비전을 발표했던 미국은 현재까지 매년 수억 달러 규모의 투자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30년까지 수소 에너지 시장을 연간 1400억달러(약 168조1400억원) 규모로 확장해 일자리 70만개를 만들 방침이다.

한편 미국은 전 세계에서 수소차 보급이 가장 활발한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수소 모빌리티 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2030년까지 수소차 120만대와 수소 충전소 5800개 등의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연료 전지와 수소터빈 등 관련 분야 기술을 개발해 수소 생산 및 공급 비용도 낮춘다는 설명이다.

호주는 풍부한 천연 자원을 통해 글로벌 수소 수출국으로서의 입지를 선점, 현재 그린수소의 단가를 낮추고 수소 제조 기술의 향상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옆 나라 일본은 2014년 수소사회를 명시한 것을 시작으로 수소 및 연료 전지 전략 로드맵을 발표, 2019년까지 총 세 차례 로드맵을 수립했다. 2030년까지 수소차 80만대와 수소 충전소 900개를 보급하고, 가정용 연료 전지도 530만대 공급해 생활 밀착형 수소경제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에서는 이미 일반 가정에도 수소를 이용해 전력과 온수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보급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친환경 에너지라는 대안적 차원을 넘어 차세대 경제 패러다임으로서 수소 산업을 주목하고 있다. 올해 교토 의정서가 만료되면 한국을 포함한 195개 유엔 기후 변화 협약(UNFCCC) 당사국에는 파리 기후 변화 협약이 발효된다. 선진국에만 요구됐던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넓게 적용되면서 수소를 비롯한 친환경 에너지 시장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지난 2019년 1월 3700억원 규모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 수소차와 연료 전지의 양대 축을 중심으로 세계 최고의 수소 선도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소차와 수소 충전소 등을 확충하는 데 애썼다면, 이제는 양질의 수소 공급에도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 23일 '해외 청정 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10년 내로 그린수소의 해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정부는 연간 수송용 수소 수요가 올해 4000톤에서 2030년 37만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소전기차 등이 가파른 증가세로 보급되고, 철강·화학 등 산업계에서의 수소 활용이 늘어남에 따라 수소 소비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공급에 한계가 있는 부생 수소나 공정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그레이수소를 주로 생산하는 한국은 앞으로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없으므로, 국내 수소 수요의 10~50%를 수입해야 할 것으로 예측됐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 발표도 눈길을 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부터 한국판 뉴딜에 대한 구상을 공개하고,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양대 축으로 하는 경기 부양책을 시사한 바 있다. EU를 비롯한 각국이 수소경제의 엔진을 예열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 역시 수소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을 제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민규 기자 minq@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7.12  08: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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