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환 케이뱅크 은행장. 출처=케이뱅크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이문환 은행장이 9일로 케이뱅크 수장에 오른 지 100일을 맞았다. 이 기간 이문환 행장이 '기획통'이자 '협상자'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회사 경영정상화 속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전환주 발행이라는 '묘수'와 주주 이사진 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경영 청사진를 직접 설명하는 적극성으로 망설이던 우리은행의 마음을 사로 잡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BC카드 대주주 적격 심사 절차를 무사히 마무리 짓는다면, 금융·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분야 전문가인 이 행장과 케이뱅크와의 시너지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BC카드 사장에서 케이뱅크 수장으로…경영정상화 위한 KT 포석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지난 3월 31일 케이뱅크 수장 자리에 올랐다.

당시 케이뱅크는 자금난에 시달리다 1년여간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당시 케이뱅크는 성공적인 유상증자(유증)로 경영정상화를 앞당기고 인터넷전문은행 '맏형'으로서의 자존심을 다시 세워 줄 구원투수로 이 행장을 낙점했다.

이 행장은 케이뱅크 주요 주주인 KT에서 신사업개발 담당, 경영기획 부문장, 기업사업 부문장 등 요직을 거친 기획통이다. 2018년부터는 2년여간 KT 자회사인 BC카드 사장에 올라 금융·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기반의 혁신성장을 이끌어 낸 인물이기도 하다. 국내 카드업계 최초로 QR결제 서비스와 생체인증 국제표준 규격 ‘파이도'(Fast Identity Online·FIDO) 기반 자체 얼굴 인증 서비스를 도입하고, 재임기간  간편결제 플랫폼 '페이북' 가입자를 3배 이상 늘려 800만명 달성을 성공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행장 취임과 함께 KT 주도로 이뤄지던 케이뱅크 경영정상화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취임 직후인 지난 4월 KT 자회사인 BC카드는 KT를 대신해 케이뱅크 지분 34%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케이뱅크 대주주로 올라서려던 KT가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이 행장 선임은 돌파구를 찾으려는 KT와 케이뱅크의 포석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4월 말 임시국회에서 개정안 통과가 이뤄졌으나, KT는 BC카드를 최대주주로 내세우는 '플랜B'를 고수하기로 했다. 이후 BC카드는 5월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한도초과보유) 심사를 신청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행장이 기획통으로서 진면목을 보인 시점은 지난 6월이다. 이 행장이 유증 참여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던 우리은행 이사진의 마음을 돌리며 '7월 유증' 물꼬를 튼 것이다.

우선 이 행장은 우리은행과 협의해 전환주 발행이라는 해법을 찾았다. 전환주는 의결권이 없으나 일정 조건하에서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주식이다. 전환주 발행으로 협의점을 찾으면서 증자 참여 시 지분율이 더 높아져 더 많은 규제에 놓이게 되는 상황을 경계하던 우리은행은 부담감을 덜을 수 있었다.

이어 이 행장은 우리은행 이사진을 직접 설득하기 위해 나섰다.

유증 참여 여부를 결정할 우리은행 이사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마련된 이사회 간담회 자리에 이 행장이 참석한 것이다. 최고경영자가 다른 기업 이사회 간담에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이 자리에서 이 행장은  전환주 발행을 포함한 유증안을 설명하고 케이뱅크 운영 청사진을 이사진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6월 26일 우리은행은 유증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 참여하며 숨통이 틔인 케이뱅크는 이달 1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와 입출금통장 '마이입출금통장'을 출시한 데 이어, 개편한 대출상품 출시를 예고하며 경영정상화를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린 상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넘기면, 이 행장-케뱅 시너지 본격화" 

현재 케이뱅크는 영업정상화를 본궤도에 올리기 위한 선결과제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임기 동안 이 행장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이기도 하다. 주금납입일인 오는 28일 이전 심사에 통과하면 BC카드는 차질 없이 KT 지분 34%를 취득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주요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낸 만큼 무난한 통과를 예상하고 있다.

재무 건정성에 대한 시장 우려를 종식시키는 것도 이 행장에게 남겨진 과제다. 높은 연체율이 대표적이다.

케이뱅크는 대출이 재개되면 업계가 우려하는 높은 연체율도 업계 평균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케이뱅크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1.97%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 연체율 0.2%, 4대 시중은행 평균 연체율 0.25%와 비교해 7배 이상 높은 수치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기존 대출의 연체 발생률은 다른 은행과 비슷하지만, 연체채권을 매·상각이 원활하지 않고 신규 대출이 증가하지 않아 숫자상 연체율이 높게 나오는 것"이라면서 "현재 높은 연체율은 연체율 계산 시 분모인 전체 대출액이 줄었기 때문에 나오는 수치"라고 말했다.

1년 이상 멈춰섰던 케이뱅크가 고객에게 차별성을 제시할 수 있느냐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케이뱅크는 현재 준비 중인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을 업계 최초로 선보여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달 파킹박스인 플러스박스 등을 새롭게 선보였으며, 대출상품 재개와 함께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라면서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KT에서 BC카드로 대주주 손바뀜이 이뤄질 예정인 만큼, 이 행장이 BC카드와의 시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지도 주요 관심사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상화 물꼬만 트인다면 이 행장이 두 회사간 가교역할을 하며 케이뱅크에 혁신금융을 내재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BC카드가 QR결제, 페이북 등 ICT기반 혁신상품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온 건 사실이고, 이 행장이 BC카드 수장으로 금융ICT 부분에서 성과를 내 온 만큼, 향후 고객 유치나 혁신상품 개발 측면에서 이 행장의 노하우가 발휘될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KT 입장에서도 BC카드, 케이뱅크 등을 일종의 금융 계열사 소그룹으로 만든다면 ICT 기반 위에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