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9년전 단종된 현대자동차의 최초 국산 전기차 ‘블루온’이 공도에서 포착됐다. 블루온은 미약한 시장성으로 인해 양산되지 못한 비운의 전기차지만, 현대차의 전기차 로드맵의 시작을 알린 이정표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 9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모처에서 포착된 현대자동차 전기차 블루온.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9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모처에서 공도를 달리고 있는 은색 블루온 차량이 발견됐다.

해당 차량의 번호를 자동차365 앱의 ‘타인차량조회’ 서비스로 검색한 결과 용도가 자가용으로 분류됐다. 현대차가 같은 해 블루온을 공공용·시험용으로만 생산한 점을 고려할 때, 해당 차량은 관공서에서 공무원 이동수단이나 전기차 연구용으로 쓰이다가 개인 소비자에게 중고 판매된 것으로 분석된다.

블루온은 최근 이뤄진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두 그룹 수장 간 회동으로 새삼 각광받았다. 정 부회장과 최 회장은 지난 7일 충남 서산 소재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사업협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이에 업계에서는 블루온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되는 등 과거 양 그룹이 전기차 부문에서 협력한 사실이 재조명됐다. 그 연장선에서 현대차의 블루온에 대한 관심도 커진 바 있다.

현대차는 친환경차 규제에 발맞춰 1년간 400억원을 투자함으로써 블루온을 선보였다. 소형 해치백 i10 기반으로 개발한 블루온은 전장 3585㎜, 전폭 1595㎜, 전고 1540㎜ 등 크기를 갖췄고 최고출력 81마력(61㎾), 최대토크 21.4㎏·m(210Nm) 등 수준의 구동력을 발휘했다. 또 4kWh의 전기차 전용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를 장착함으로써 1회 완전충전에 최대 140㎞까지 주행할 수 있었다. 블루온은 당시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차급 대비 높은 구동성능을 발휘하는 점 등 특징으로 시장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다만 블루온은 생산 당시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지 못하고 탄생 1년 만에 생산 중단된 비운의 차다. 

충전소 등 전기차 관련 인프라가 국내에 턱없이 부족한데다 높은 생산단가 때문에 판매가를 현실화하기 어려움에 따라 조기 단종됐다는 설명이다. 블루온의 외관이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된 i10을 바탕으로 만들어짐에 따라 한국 소비자 취향을 충족시키지 못한 점도 차량 인기를 떨어트린 요인이다. 현대차는 블루온을 2010년 공공기관 보급용으로 30대 생산한데 이어 2011년 183대를 시범 생산하는 등 총 213대만 만든 뒤 생산을 멈췄다.

블루온은 최근 감정평가 결과 구매 입찰 금액 50만~100만원에 불과한 구식 차량으로 전락했지만,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시키는 공을 세운 점으로 사내에서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가 블루온을 양산 직전 단계까지 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현대차의 전기차 양산 시스템을 조성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 현대자동차가 블루온을 시장에 소개하기 위해 제작한 이미지. 현대차는 블루온에 최초 국산 전기차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출처= HMG저널

2011년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전기차개발실에 소속됐던 홍존희 이사는 같은 해 국내 자동차 전문매체에 투고한 칼럼을 통해 “현대차는 블루온 양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차량 설계를 뒤엎는 등 여러 난관을 극복해왔다”며 “블루온을 통해 (전기차를) 만들어 보는 것과 양산의 차이를 절실히 느꼈다”고 소회하기도 했다.

블루온에서 시작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로드맵은 블루온 단종 이듬해인 2012년 기아자동차의 경차 레이를 전동화한 레이 EV로 재시동을 걸었다. 이후 쏘울 EV, 아이오닉 일렉트릭, 니로 EV, 코나 일렉트릭 등 승용 차량을 출시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지속 확장해 나갔다. 현대차그룹은 블루온을 개발·생산하는 과정에서 친환경차 핵심 부품과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판매 전략을 짜는 등 독자적인 친환경차 시스템을 확립해왔다. 정부 당국도 이후 전기차를 더욱 많이 보급하기 위해 구매 보조금, 세제 혜택 등 소비 진작 정책을 손질하는 등 행보를 이어왔다. ‘친환경차(blue)의 시작(on)’을 의미하는 블루온이 현대차그룹에 이름값을 한 셈이다.

한편 현대차·기아차는 이 같은 전기차 개발 역사를 토대로 최근 전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준의 판매고를 기록해오고 있다. 전기차 시장분석 플랫폼 EV세일즈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는 지난 1~5월 전세계에서 전기차를 2만6843대, 2만3204대씩 판매함으로써 각각 8위, 10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