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항공기(오른쪽),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왼쪽).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항공사들의 실적이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전망돼 시선을 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경우 적자 쓰나미가 현실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풀서비스캐리어(FSC) 항공사들의 경우 어닝 서프라이즈가 예상된다. 예상지 못한 항공화물 호조세가 코로나19 속 ‘단비’가 됐다는 평가다. 

證 “LCC 적자폭 확대, FSC 흑자 전환”… 항공업계 ‘희비교차’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총 3개 상장 LCC 4곳의 2분기 연결 기준 적자폭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0~80% 줄어드는 가운데, 영업손실 규모는 2~3배 늘어나면서다.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영업손실 846억원이 예상된다. 전년 동기 274억원과 비교할 경우 3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또한 영업손실이 각각 634억원, 530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266억원, 258억원과 비교하면 2.4배, 2.1배 씩 적자폭이 확대됐다. LCC 톱3의 영업손실액만 2010억원 수준이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을 진행 중인 이스타항공의 상황도 비슷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반영되면서 항공업계의 적자 쓰나미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LCC들의 적자폭 확대는 줄곧 예상돼왔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뚜껑을 열어보면 시장 전망치를 훨씬 밑도는 수준의 실적 악화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FSC의 경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가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줄지만, 영업이익은 흑자전환 하면서다. 

대한항공의 경우 별도 기준이기는 하나 2분기 181억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실화 되는 경우 올 1분기 적자 전환했던 대한항공은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게 된다. 연결 기준으로는 손실액 소폭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흑자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KTB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각각 영업이익 95억9000만원, 1050억원을 기록해 대한항공이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영업이익 624억원으로 전년 동기 –1241억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연속 적자행진에서 흑자로 탈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유종의 미에 대한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를 앞두고 있다. 

▲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의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FSC 흑자 전환 배경, 항공 화물·저유가… 3분기는 글쎄

항공사들의 실적 희비는 코로나19로 인한 항공 화물에서 비롯됐다.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면서 여객수요는 대폭 줄어든 상황이지만, 예상지 못한 항공화물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FSC의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이다. 공급 축소와 마스크 등 방역용품 수송 증가 등으로 화물 운임이 급등하면서 화물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일례로 올 들어 TAC(항공 화물 운임지수)의 상승세는 가파르다. 홍콩~북미 노선의 경우 1월만 하더라도 1㎏당 3.1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4월엔 5.7달러까지 올랐고, 5월엔 7.7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아울러 저유가도 인한 항공유 가격 인하도 FSC들의 실적 개선폭에 기여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올 들어 국제유가는 20달러선 아래까지 떨어지는 등 초유의 사태에 맞닥뜨렸다. 그 결과 항공유(등유) 가격도 연초 대비 대폭 하락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 1월 1일 배럴당 80.30달러였던 등유 가격은 4월 22일 13.02달러까지 떨어졌다. 7월 8일 기준 43.27달러까지 올랐지만 연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항공유 가격 급락으로 평균 급유 단가는 전년 대비 40% 이상 낮아졌으며, 이를 감안할 경우 유류비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45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FSC들의 이 같은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 세계 항공사들이 여객기 운항을 슬슬 재개하면서 항공 화물 수요와 운임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6월 국제선 화물 운송실적은 21만4150톤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한 수치다. 지난 2월 21만9719톤을 기록해 20.2% 급증했지만 이후 감소폭이 증가하고 있다. 

항공 화물 운임도 하락세다. 지난 6월 말 기준 TAC지수는 전주대비 중국~유럽 노선에서 7.01% 하락했으며 상하이~유럽 노선에서도 11.08% 줄었다. 이 밖에도 시카고~유럽 10.16% 프랑크푸르트~미국 노선 가격 또한 5.51% 줄었다.

여기에 국제선 여객 수요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름 방학과 휴가 등이 몰려 있어 업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지만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조짐이 보이면서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여객 수송량은 약 32만8200명에 그쳤다. 전년 동기 1518만4368명 대비 약 97.8% 감소한 수준이다. 이번 달 대한항공은 28개, 아시아나항공은 22개의 국제선 노선에 비행기를 띄우겠다는 계획이지만, 해당 국가의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어 운항 노선과 편수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하게 항공 화물이 사상 초유의 호황을 누리면서 2분기는 흑자전환이 기대되지만 3분기는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잡히지 않는 경우 오히려 3분기 실적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