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주가가 말 그대로 폭등하고 있다. 올해 430달러에 머물던 주가는 최근 폭발적으로 급등해 시가총액 기준 테슬라는 세계에서 가장 몸 값이 높은 자동차 기업으로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물론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말하지만, 당분간 테슬라의 고공행진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파괴적인 영향력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의 진짜 저력은 전기차나 에너지 등 눈에 보이는 인프라가 아니라 하늘 위 우주를 날고있는 스타링크에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테슬라의 일반적인 저력
주가 상승의 일등공신이자 테슬라의 핵심 경쟁력은 전기차에 있다. 테슬라는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29%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으며 2030년에는 무려 600만대의 차량을 출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서도 인기는 폭발적이다. 지난달 테슬라의 한국 시장 판매량은 2827대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으며 지금도 물량이 없어 아우성인 상황이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신차 등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테슬라의 모델3는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무려 6839대가 팔렸으며, 이는 같은 기간 4078대를 판매한 현대자동차의 코나를 압도하는 성적이다.

테슬라 전기차의 인기는 복합적이다. 당장 일론 머스크에서 테슬라로 이어지는 강력한 브랜드는 열정적인 팬덤을 창출했으며, 막대한 보조금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오토파일럿 이상의 강력한 기술력을 보여준 대목이다. FSD(Full Self-Driving,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테슬라의 초월적인 기술력은 현 상황에서 레벨4에 가장 가까운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기간 인프라 전반의 저력이 강력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가팩토리다. ESS(에너지저장시스템)부터 이어지는 배터리 및 에너지 전략은 전기차로 이어지는 강력한 연결 생태계를 구축하며 테슬라의 '근육'으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최근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에 기가팩토리5 건설을 위한 협상에 돌입하는 등 테슬라 전반의 에너지 인프라 강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팰컨9에 들어가는 스타링크 위성. 출처=테슬라

솔루션, 그리고 스타링크
테슬라의 존재감은 전기차와 에너지 기간 인프라에서 나온다. 그러나 테슬라의 진짜 실력과 비전은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청사진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바로 데이터와 자율주행 등으로 이어지는 입체적인 전략이다.

테슬라가 단순히 전기차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사명을 테슬라 모터스에서 테슬라로 변경하는 순간 스스로의 정체성을 기간 인프라 플랫폼에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지인 비즈니스인사이더가 테슬라를 두고 "21세기 제너럴 일렉트릭(GE)"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다.

그 연장선에서 테슬라의 미래비전, 스타링크(Starlink)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테슬라는 수 많은 소형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날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지난 3월 기준 무려 360개의 소형 인공위성이 지구 저궤도를 돌고있는 가운데, 스타링크 프로젝트는 약 1만2000개 소형 인공위성을 띄우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여기에 최근 미 항공우주국과 협력한 크루 드래곤 발사로 각광받는 스페이스X의 팰콘9 로켓과 스타링크의 시너지도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스타링크는 5G를 넘어 6G 시대를 맞아 이동통신시장 전반에 상당한 파급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인공위성 1만2000대를 올려 1Gbps급 초고속 인터넷을 뿌린다는 전략 자체가 곧 이동통신 인프라 확보에 야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최근 국내에서 기간통신사업자 신고를 마친 배경이다.

결국 테슬라는 기간 인프라 솔루션 사업자를 표방하며 21세기 GE 야망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자율주행차 기술력과 에너지 인프라, 그리고 플랫폼 비즈니스의 연장선에 있는 스타링크의 입체적 연결 전략이다. 전기차부터 에너지를 넘어 이동통신까지 아우르는 초연결성을 통해 강력한 솔루션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로드맵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제 테슬라의 진짜 무서움과 만날 순간이다.

테슬라는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최강자로 활동하며, 그 점유율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조 과정을 단순화시키고 스마트팩토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한편 자체 NPU(Neural Processing Unitㆍ신경망처리장치)까지 제조하며 잔근육을 키우는 중이다. 전기차의 오프라인 이동 데이터, 그리고 이동 데이터를 창출하고 모을 수 있는 막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가팩토리로 대표되는 에너지 기간 인프라의 시너지가 창출되는 순간이다.

그 연장선에서 스타링크와 같은 이동통신기술이 덧대어지는 순간, 도심항공을 제외한 미래 이동 플랫폼의 모든 데이터는 테슬라의 손에 떨어지게 된다.

당장 테슬라의 강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많은 고객이 모여 모델3가 팔리면 팔릴수록 테슬라가 가지는 데이터의 총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스타링크를 통해 GPS와는 차원이 다른 정교한 위치기반 서비스가 시작되고 자체적인 에너지 인프라가 뒤를 받친다면 모든 게임은 끝난다. 지하에는 하이퍼루프가 달리고 우주를 나는 스페이스X까지 존재하는 상황이다.

테슬라가 지난 2018년 국내에도 공개한 프리미엄 커넥티비티 서비스가 더욱 섬뜩한 이유다. 구독경제의 틀을 유지하며 스타링크와 같은 통신 인터넷을 활용해 차량에서 실시간 인터넷 서비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테슬라의 모델3가 걸어다니는 데이터 확보의 첨병이 될 수 있음을 재확인시켜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테슬라의 퍼즐에는 비어있는 곳이 없다. 전기차, 에너지, 오프라인 인프라가 솔루션 기간 플랫폼으로 작동하면서 스타링크와 만나 데이터 창출의 한계까지 넘어버린다. 심지어 전기는 물론 수소 에너지에 기반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여지도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로보틱스 및 자율주행 비즈니스 등 비즈니스의 유연한 확장도 노릴 수 있다.

동력 창출도 가능하다. 미래를 향한 여정을 소화하며 단기적 관점에서의 수익창출도 가능하다. 조립형 모듈과 같은 혁신적인 제조기법에 힘입어 전기차 마진은 2025년 기준 2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나 스타링크 이용권을 외부에 판매할 수 있는 길도 열려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위성통신 전시회 ‘새틀라이트2020’에서 스타링크로 연 300억달러(36조60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넘어설 수 있나
테슬라의 퍼즐에는 비어있는 곳이 없지만, 아직 관련 로드맵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전기차 로드맵과 기가팩토리 등 에너지 인프라는 현실적인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나 스타링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려면 적어도 2년의 시간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기 때문이다. 지하의 하이퍼루프는 아직 시험단계에만 머물러 있다.

'테슬라 천하'가 펼쳐지기 전, 아직 이에 대항할 시간은 남아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선봉에 서는 분위기다. 먼저 가장 기본이 되는 에너지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대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연이어 만나며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을 묶는 K-배터리 동맹을 구축하고 나섰다. 전통적인 협력관계인 LG화학과의 유대를 유지하면서 삼성SDI와의 판로 확대 및 전고체를 기점으로 하는 미래 동맹을 설계하고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1차 물량을 소화하는 SK이노베이션과 밀착하는 그림이다. 이는 테슬라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항하려는 K-배터리 동맹으로 봐도 무방하다.

미래 모빌리티에 있어 현대차는 전기차, 수소차, 도심항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전기차는 코나를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시키는 한편 조만간 E-GMP 플랫폼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또 수소경제 전반의 인프라를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와 만나 SA-1을 공개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CES 2020에서 도심항공 로드맵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마지막 키워드인 도심항공에 시선이 집중된다. 미 항공우주국에서 일하던 신재원 박사를 UAM사업부 부사장으로 영입한 상태에서 입체적인 모빌리티 플랫폼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S-A1은 전기 추진 수직이착륙 (eVTOL: 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기능을 탑재한 PAV며 최고 비행 속력은 290km/h에 달하고, 최대 약 100km를 비행할 수 있다. 또 100% 전기 추진 방식으로, 이착륙 장소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5~7분여 동안 재비행을 위한 고속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여기에 각각의 프로펠러에 전기 분산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최적의 안전 성능을 제공하며, 도심 비행에 적합하도록 소음도 최소화 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UAM사업부 신재원 부사장은 “우리의 도심 항공 모빌리티 비전은 도시 교통에 대한 개념을 바꾸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현대차는 이를 바탕으로 모빌리티 솔루션 플랫폼 전략을 키우는 중이다.

테슬라가 유독 도심항공 플랫폼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최근 국내에서 플라잉택시 전략을 키우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이어지는 장면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현대차는 테슬라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의 왕'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테슬라는 막강한 전기차, 자체 에너지 인프라, 저궤도를 아우르는 우주 인프라로 무장했다면 현대차는 테슬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막강한 전기차, K-배터리 동맹을 바탕으로 하는 합종연횡 에너지 인프라, 도심항공 등 입체 전략을 강하게 추진한다 볼 수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 및 다양한 세부 인프라가 붙는 한편 솔루션 플랫폼, 친환경 에너지로의 체질 전환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가 스타링크로 대표되는 테슬라의 데이터 확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제대로 추구하지 못하면 큰 틀에서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테슬라가 CPU 기반의 절제된 모듈식 제작 등으로 마진을 크게 늘리며 시장을 흔들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테슬라는 본인이 스스로 질서를 창출하며 혁신적인 제조 기업을 보여주고 있으나 전통적인 내연기관 제조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는 그 속도를 맞출 수 없다. 테슬라의 길을 가려면 빠르게 체질을 개선해 부품과 공장 인프라를 스마트팩토리에 준하는 플랫폼으로 바꿔야 하지만, 무수히 많은 전통 협력사들과의 관계가 걸림돌이다.

최근 테슬라가 중국 외 아시아 시장에 기가팩토리를 추가 건설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장면도 현대차에게는 부담이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6일 트위터에서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에 테슬라 공장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기가팩토리에서 협력하는 파나소닉이 활동하는 일본, 혹은 글로벌 배터리 업체 1위 LG화학이 버티고 있으며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라는 강자들도 움직이는 한국이 유력하다는 말이 나온다.

만약 기가팩토리가 한국에 지어진다면 LG화학과의 협력 가능성이 높다. K-배터리 동맹이자 현대차와 오랫동안 협력한 LG화학이 기가팩토리를 기점으로 테슬라와 접촉을 늘린다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합종연횡 큰 그림은 다시 그려져야 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모두가 테슬라의 길을 가며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아무나 그 길을 갈 수 없는 것은 현대차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전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