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50년 역사의 세운상가가 도시형 생활주택 등 신(新) 주거지역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정비지역 해제 등을 피한 구역의 분양도 최근 속속 진행되고 있다. 주택 규제와 분양가 통제로 도시형생활주택의 분양이 늘고 있지만 일각에서 고분양가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세운지구, 규제 피해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탈바꿈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 이후 일부 지역 해제 등의 부침을 겪은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의 분양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아파트와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혼합된 단지의 분양이 주를 이룬다. 주택 시장에 대한 규제 홍수로 비교적 규제 강도가 덜한 도시형생활주택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세운 지구의 도시형 생활주택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세운지구 6-3구역에서 분양한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는 평균 10.69대 1, 최고 34.88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1구역 재개발 사업 현장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2009년 도심의 주거 공급을 위해 도입된 ‘도시형생활주택’은 도시지역 내 전용 85㎡ 이하 300세대 미만 규모로 조성되는 주거 형태다. 주택법상 공동주택 아파트로 취급된다. 통상 청약통장 없이 분양이 가능하다는 점과 청약 재당첨제한 등의 적용을 받지 않고, 취득세 등에서 자유로운 점, 20㎡ 이하인 경우 무주택으로 취급되는 점, 실제 사용면적이 넓다는 점 등에서 꾸준히 선호되고 있다.

문상동 ‘구도 D&C’ 대표는 “당초 종로구와 중구 일대의 개발사업 방향이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 등으로 변경되고 있다. 일정 면적 이상이면 주거로 포함돼 규제의 영향에서 완전 자유롭지는 않지만, 취득세 감면 등의 장점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달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하는 1022가규 규모의 ‘힐스테이트 세운’ 분양이 예정되어 있다. 아파트 535가구와 도시형생활주택 487가구로 구성된다. 이 중 도시형생활주택 487가구를 이달 먼저 분양할 계획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수요자들에게만 메리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대형건설사의 도시형생활주택 시장 진입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전언이다. 실례로, 롯데건설 역시 지난해 서초구 ‘신사역 멀버리힐스’나 강남구 ‘펜트힐 논현’ 등을 분양한 바가 있다.

대형건설사들이 도시형생활주택에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수주 경쟁 외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나 분양가 상한제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꼽힌다.

세운지구에서 분양하거나 분양을 앞둔 주상복합 단지 역시 전체 분양가구의 절반은 도시형 생활주택 형태로 분양되고 있다. 아파트로 분양하는 경우보다 더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인근 업자들의 주장이다.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 역시 도시형생활주택이 293가구로 아파트 281세대보다 더 많다.

힐스테이트 세운 역시 당초 998가구를 아파트로 공급하려고 했지만 결국 이 중 487가구는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는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전환해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종로3가 일대의 한 업자는 “힐스테이트 세운의 경우 HUG의 분양가 산정 과정에서 갈등이 많았다. 결국 기존 아파트 공급 수를 줄이고 일부 세대를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돌려 공급을 늘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당초 해당 사업장의 분양이 늦어진 이유가 시행사와 HUG간의 분양가 이견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4,5구역 재개발 사업 현장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문 대표도 공급측면에서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얘기한다. 문 대표는 “주택시장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비주거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이 증가고 있다. 종로구 숭인동과 창신동의 경우 서울시에서 재개발 사업을 중단하면서 1·2인 가구 중심의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세운지구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현재 개발을 진행 중인 다른 구역 역시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오피스텔로 분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양가 통제 피했지만...고분양가 책정 논란

분양가 통제에서 벗어난 해당 도시형생활주택이 잇달아 고분양가를 책정하면서 관련 논란도 발생하고 있다.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의 도시형생활주택 분양가는 전용 24㎡의 경우 4억5000만원대, 전용 28㎡는 5억5000만원에 분양됐다. 특히 대형 평형인 40㎡는 7억원 중반에 분양가를 형성했다. 인근 소형평수 아파트와 비교하면 분양가가 낮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인근업자들의 주장이다.

2014년 분양한 경희궁 자이의 경우 현재 37㎡이 8억3000여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힐스테이트 세운의 경우 아직 분양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보다 3.3㎡당 300여만원은 더 비싸게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것이 인근 업자들의 전언이다.

종로3가역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분양가 규제 영향도 없고 입지가 워낙 좋다보니 수요가 있다. 분양가가 세게 나올 수밖에 없다. 시행사 입장에서 고분양을 해도 분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