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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쌓아두는 대한항공, 경영권 분쟁 대비?

유동성 확보 자금 연내 갚아야 할 금액 웃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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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회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출처=뉴시스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대한항공이 유동성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길어지는 코로나19에 대비해 재무 안정성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2분기 호실적 전망 등을 이유로 들어 경영권 분쟁을 염두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금 마련을 통해 향후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대한항공, ‘알짜 사업’ 눈물의 매각… 1조원 추가 확보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대한항공은 이사회를 열어 기내식 사업과 기내면세품 판매사업 매각 추진을 위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했다. 배타적 협상권은 일정기간 단독으로 우선 협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대한항공은 해당 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한 후 한앤컴퍼니와 매각 업무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향후 실사 등 구체적인 후속 진행사항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다만, 이날 그간 기내식기판 사업본부와 함께 매각 대상으로 거론돼온 항공정비(MRO)나 마일리지 사업부 등은 매각 검토 대상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연내 최소 5000억원에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리면서 알짜 사업인 기내식과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 매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서울시와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가격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매각은 난항을 겪고 있는 상태다. 

두 사업부문이 포함된 기내식기판 사업본부의 매각 금액은 대략 1조원 규모로 관측된다. 

기내식기판 사업본부는 연 매출 규모가 2000억원이 넘는 알짜 사업부로 꼽힌다. 코로나19 종식 후 하늘길이 정상화되고 수요가 회복되면 곧바로 매출이 회복될 수 있는 부문인 만큼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정일 수밖에 없다. 

이번 매각 추진을 계기로 대한항공의 경영 정상화는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자구안 마련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며, 송현동 부지와 함께 왕산 마리나 등 부동산 자산 매각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으며, 1조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 추가 지원도 약속받은 상태다. 

대한항공의 유동성 확보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항공기 운항이 90% 이상 중단되는 등 창립 이래 최악의 비상상황을 겪고 있다. 매달 나가는 인건비·리스료 등 고정비만 4000~5000억원인데다, 올해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총 3조75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올 1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이 보유 중인 현금은 약 8262억원에 불과하다. 부채비율이 낮으면 회사채라도 발행하겠지만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871.5%에서 올 1분기 1222.6%까지 대폭 치솟은 상황이다. 알짜 사업이라도 파는 것 밖에 답이 없다는 뜻이다. 

   
▲ 출처=한진그룹

대한항공, 유동성 확보… 한진칼 지분 매집 활용될까?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의 유동성 확보가 향후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한항공의 자본 확충 수준이 연내 상환을 앞둔 금액을 웃돈다는 점에서다. 공적 지원과 자구안, 2분기 실적 등을 고려할 경우 경영 정상화를 위한 비용은 이미 충분히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올해 대한항공이 채권단 지원과 자체 자구노력을 통해 확보 가능한 자금은 최대 5조3000억원+ α 수준으로 추산된다. 

채권단과 기안기금 등으로부터 투입되는 공적자금만 2조2000억원이며, 이와 별도로 채권단이 지원하는 회사채 차환 지원 등은 4100억원이다. 유상증자로 1조1587억을 확보하기로 한데다, 기내식기판 사업본부 매각으로 1조원을 마련할 수 있을 예정이다. 만약 송현동 부지까지 대한항공이 원하는 금액으로 매각이 이뤄진다면 5000억원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총 5조3000억원 규모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선 여객 운송은 급감했지만 화물 운송 수요가 늘어나 손실이 상당 부분 상쇄됐을 것으로 예측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8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저유가로 인한 유류비 감소, 직원 휴업 등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 등 고정비 축소 효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항공유 가격 급락으로 인해 평균 급유 단가는 전년 대비 40% 이상 낮아졌으며, 유류비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5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적으로 사업부 매각이나 왕산 마리나 등 부동산 부지 매각이 이뤄질 경우 자금은 더욱 여유가 생긴다.

유동성 확보를 통해 모은 금액이 한진칼 지분 매집 재원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는 이유다.

현재 한진그룹은 경영권 분쟁 2차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3자 주주연합은(조현아·KCGI·반도건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에도 꾸준한 지분매집을 해오고 있으며, 이달 초 3월 열린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격을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초 3자 연합의 지분율은 45.23%이며, 조원태 한진칼 회장 측 지분율은 41% 내외로 추정됐다. 

이에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3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BW 발행으로 늘어나는 지분은 최대 5.3%다. 

다만, 주식 수가 늘어남과 동시에 기존 주주들의 지분은 낮아지는 상황이다. 3자 연합의 지분은 45.24%에서 42.61%로, 조 회장 측 지분은 41.04%에서 약 38.7%로 줄어들게 된다. 3자 연합이 최근 0.7%를 추가로 늘려 총 43.31%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 회장 측의 BW 발행 후 추가 확보 지분은 공개되지 않았다. 양측의 신주인수권 매입에 규모에 따라 한진그룹의 미래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 3월 정기 주총을 보면 조원태 회장과 3자 연합이 가지고 있는 지분 외 획득한 소액주주 비율은 비슷했다”며 “3자 연합이 주총 이후 추가 매입해 확보한 지분율은 과반 이상 득표가 가능한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환해야 할 차입금 규모 이상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알짜 사업을 내놔야 하는 이유에는 경영권 방어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며 “3자 연합이 언제든 임시주총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어 한진칼 측도 그 이전에 시급히 지분율을 안정적인 수준까지 확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young@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7.08  18: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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