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현되는 페이스북 샵스. 출처=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페이스북,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들이 최근 한국을 사업 범주에 포함시킨 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이용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들의 한국 이커머스 ‘공습’으로 국내 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구현할 수 있는 이커머스는 기존 업체들과 동일선상 비교가 불가능한 ‘명백한’ 한계들이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여러 의견들이 오고가고 있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을 연결하는 파괴력

페이스북은 자사 SNS 플랫폼에 무료로 디지털 상점을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인 ‘페이스북 샵스’의 서비스 권역을 미국·유럽에서 아시아까지 확대했다. 이 서비스는 판매자가 자유롭게 온라인 점포의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고 판촉의 효과를 높이는 제품군의 카테고리화를 할 수 있다. 아울러 페이스북이 보유하고 있는 또 하나의 글로벌 SNS 인스타그램과도 연동이 되는 것이 특징이다. 

영상 콘텐츠로 전 세계 미디어 업계의 가장 큰 흐름을 이끌고 있는 유튜브도 온라인 기반 커머스 서비스를 ‘쇼핑 익스텐션’을 시작했다. 이는 유튜브 영상 재생 중에 노출되는 광고 영상에 ‘SHOP NOW’ 탭을 추가해 광고 속 상품의 구매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서비스다. 현재는 유튜브의 일부 광고주들에게 한정된 시범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이용자들을 연결하고 있는 독보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커머스 영역까지 진출하려 하고 있다.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수십억 명에 이르는 고정 고객은 전 세계 그 어떤 이커머스 기업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자원이다. 이 업체들에게 있어 온라인 쇼핑을 지원하는 세계 최정상급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사업을 실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각 플랫폼들의 이커머스 사업 포트폴리오에는 대부분 우리나라가 포함돼 있다. 

▲ 유튜브 쇼핑 익스텐션. 출처= 유튜브

찻잔 속 돌풍

기업의 브랜드·인지도·고정 고객 수만 고려하자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의 이커머스 사업은 분명 국내 기업들에게 큰 위협이다. 업계에서는 그들의 이커머스 진출로 국내 업체들이 위축될 가능성도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이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구현할 수 있는 이커머스는 고객들이 인지하는 이커머스와는 차이가 있기에 당장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페이스북과 유튜브가 (현재까지) 선보인 이커머스 서비스는 모두 상품 판매의 절차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고객의 상품 구매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는 책임을 지지 않는 철저한 오픈마켓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업체들과 비교해 큰 약점이다. 물론 철저하게 ‘중개자’ 역할을 표방하는 그들이기에 구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책임을 질 의무는 없다. 그러나 그렇게 플랫폼을 방치한다면 우리나라 고객들에게는 반드시 외면을 당하게 된다. 전자상거래 절차에서의 책임은 국내 오픈마켓들이 십 수년 전부터 고객들의 빗발치는 불만사항으로 수도 없이 겪어 온 문제다. 

두 번째는 ‘라스트 마일(Last-Mile)’ 경쟁력의 차이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2014년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를 기점으로 고객이 상품을 차는 순간에서 무사하게 상품을 받는 순간을 책임지는 경쟁력을 키워왔다. 글로벌 기업들이 전사적으로 많은 자본을 들여 국내 물류 인프라를 확보하거나 국내 물류를 대행할 파트너를 찾는 정도가 아니라면, 기존 업체들과 동일선상 경쟁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가장 현실적인 한계는 우리나라에서 오픈마켓형 비즈니스로 물류 인프라 구축의 비용을 감당하면 엄청나게 수익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누적 적자로 설명된다. 

▲ 쿠팡의 배송서비스 로켓배송. 출처= 쿠팡

이러한 이유로 글로벌 기업들의 이커머스는 조금 다른 차원의 접근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한 전문가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의 이커머스는 사용자들에게 목적성 구매보다는 충동구매를 유도하거나 혹은 많은 유입자를 이끌 수 있는 마케팅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이 주된 역할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면서 “기존 이커머스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어느 정도는 있겠으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네이버와 같은 독점적 지위의 플랫폼이 얻는 수혜가 약화되면서 이커머스 전문 업체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송상화 교수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우리나라의 개별 판매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자사몰’들을 상대로 광고 노출 비즈니스를 이미 하고 있다”라면서 “철저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그들이 가뜩이나 수익성도 낮고, 업계의 리스크도 큰 우리나라에서 직접 이커머스 사업을 전사적으로 전개할 이유는 없다”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단순히 글로벌 플랫폼의 진출을 우려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국내 이종산업, 이종 플랫폼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여력을 마련하는 것이 더 발전적인 관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