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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향하는 '보톡스 전쟁', 대웅제약·메디톡스 상처만 남았다

美 ITC, 메디톡스의 손 들어줘’…대웅제약 '나보타' 10년간 수입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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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다툼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두 회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 분쟁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아직 ITC의 최종판결이 남아있지만 메디톡스는 승리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반면 대웅제약은 ITC 예비결정에 허점을 지적하며 이의 제기를 예고했다.

   
▲ 미국 ITC 행정판사 "대웅제약, 메디톡스 균주 도용했다" 판결. 사진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  출처=메디톡스

메디톡스 ITC 소송에서 승기 잡아

이날 미국 ITC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10년 수입금지를 권고하는 예비판결을 내렸다.

이번 예비판결은 지난해 1월 메디톡스가 미국 파트너사인 앨러간과 함께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훔쳐갔다며 ITC에 제소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두 회사의 다툼은 보툴리눔 톡신 원료인 균주 출처를 두고 시작됐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를 훔쳐갔다고 주장하고, 대웅제약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두 회사의 첨예한 갈등은 국내를 넘어 미국 ITC 소송전으로 확대됐다.

이번 예비판결로 양사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에 안착한 나보타의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고, 주력제품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메디톡스는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기술을 도용했음이 이번 판결로 명백히 밝혀졌다”며 “이번 판결은 대웅제약이 수년간 세계 여러 나라의 규제 당국과 고객들에게 균주와 제조과정의 출처를 거짓으로 알려 왔음이 객관적으로 입증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미국의 자국산업보호를 목적으로 한 정책적 판단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면서 "ITC로부터 공식적인 결정문을 받는 대로 이를 검토한 후 이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ITC의 일반적인 조사절차. 출처=사법정책연구원, 하나금융투자

"국내 민형사 가속화" VS "배상책임·형벌 물을 수 없어"

미 ITC는 이번 예비판결 권고를 토대로 올해 11월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ITC 전체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미국 대통령이 승인하면 최종 확정된다. 다만, 예비판결은 번복된 전례가 흔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인 상황이 메디톡스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메디톡스는 국내 민사 재판부에도 이번 예비판결 결과를 피력해 빠르게 소송을 진척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대웅제약에 대한 막대한 손해배상청구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관련 자료가 제출되면 한국 법원은 물론 검찰에서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는 ITC의 판결과 동일한 결론을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ITC의 예비판결에 대해 민사적인 배상책임이나 형사적 형벌을 물을 만한 직접적인 조건이 될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ITC 소송에는 일반 사법기관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법적 절차가 없기 때문에, 민사법원과 달리 행정판사가 이해하는 사실관계 만으로는 피고에게 아무런 민사적인 배상책임이나 형사적 형벌을 물을 수 없다"며 "오로지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ITC 최종판결 이후에도 두 회사의 다툼은 지속될 수 있다. 대웅제약이 판결에 불복해 60일 이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소절차와 상관없이 최종판결에 대한 조치는 그대로 효력을 가진다. 대웅제약이 항소해도 최종판결에서 내려진 나보타의 수입 금지 명령은 계속 유지된다는 의미다.

   
▲ 메디톡스가 제출한 ITC 소송 진행 일정 관련 보고서. 출처=메디톡스

남은 건 상처뿐…합의 가능성에 침묵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긴 소송전에 두 회사는 상처투성이가 됐다. 이미 막대한 소송비용을 지출하며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대웅제약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1% 줄어든 228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87% 감소한 13억원에 머물렀다. 1분기 소송비용으로 137억원을 투입한 결과다. 지난해 210억원을 더하면 대웅제약은 소송비용에만 약 350억원을 썼다. 메디톡스도 1분기 매출 339억원, 영업손실 99억원으로 저조했다. 지난해 178억원과 올해 1분기 100억원 등 300억원에 달하는 소송비를 지출한 영향이 컸다.

앞으로 진행될 국내외 소송전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웅제약은 향후 나보타의 미국 진출에 제동이 걸릴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나보타는 지난해 2월 국산 보툴리눔 톡신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관문을 통과했다. 현재 미국에서 1320만달러(약 153억원)에 달하는 분기 매출을 달성하며 급성장 중이다.

메디톡스도 지난달 18일 주력 제품인 메디톡신의 국내 시장 퇴출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메디톡신을 대신할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두 회사의 기나긴 분쟁에 마침표를 찍는 합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양사는 합의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합의 여부에 대해선 따로 언급을 하지 않겠다"면서 "다른 기업의 제품과 기술을 도용해 이득을 보는 기업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jway0910@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7.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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