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자산관리를 위한 재테크 수요층이 4050 세대에서 밀레니얼(2030) 세대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투자에 보다 공격적인 모습을 띠며 급변하는 재테크 시장의 주축으로 급부상했다. 예·적금부터 국내외 주식, 암호화폐, 부동산 청약 등에 이르기까지 ‘돈’이 보이는 곳에서 세대 교체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모토로 하이일드 투자에도 거리낌 없이 활보 중이다.

‘돈’이 보이는 곳 어디라도 간다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강한 무기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빠른 습득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발전한 인터넷 환경부터 2010년대 모바일 환경까지, 이들은 IT 디바이스를 하나의 도구로 활용했다. 도구를 통해 ‘정보’를 보다 빠르고 쉽게 습득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돈’에 관심을 가지면서 재테크 시장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일찌기 밀레니얼 세대의 무서운 재테크 능력을 보여준 시장은 암호화폐다. 그들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암호화폐 광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흡사한 암호화폐 거래에 쉽게 접근했고, 24시간 거래, 제한 없는 등락률, 쉬운 가입 등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소문을 탄 암호화폐 거래 시장은 급성장했다. 2017년 말 암호화폐 일간 거래량은 코스닥 일간 거래량을 추월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암호화폐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가입자 분포를 보면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 40대, 50대 순으로 분포를 보인다”라며 “암호화폐 거래 시장이 과거보다 한풀 꺾였어도 여전히 밀레니얼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접근성의 차이, 사용자 유입을 위한 마케팅 등 암호화폐 거래 시장만의 특수성은 유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출처=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부동산 시장에서도 밀레니얼 세대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청약통장 가입자 중 2030 세대가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인구수 대비 주택청약통장 가입자 비중은 2019년 3월 기준 20대 67.2%(470만7000명), 30대 62.5%(465만2000명)로 기성세대 대비 압도적으로 높았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 같은 주택청약통장으로 부동산 재테크를 시도 중이다. 그들은 기존 계약금부터 대출금까지 안전한 설계를 바라는 기성세대와 달리, ‘청약을 넣어보고 안되면 말자’라는 식이다. 수도권 각지에서 신축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날로 높아졌다.

물론 이 같은 밀레니얼 세대의 재테크에 부작용도 있었다. 합법적인 재테크 수단이 아닌 불법적인 곳에 손을 댄 것이 대표적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불법도박 시장은 제4차 실태조사(2019년)에서 81조5474억원으로 제3차 실태조사(2015년)보다 약 10조원 이상 늘었다. 문제는 온라인 불법 도박이 과반을 넘어서는 54조4586억원에 달했으며, 사설 FX마진거래와 같은 금융상품을 위장한 불법도박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밀레니얼 세대뿐만 아니라 청소년들까지 빠져들어 사회적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증시로 향하는 밀레니얼 세대

16억원을 맡겨도 월 이자 88만원인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했다. 예금금리를 통한 장기적인 투자에 가까운 은행 예적금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투자와 거리가 멀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은 부동산 규제, 저금리를 피해 주식시장으로 향하고 있으며 밀레니얼 세대 역시 그곳을 바라보고 있다.

실제 밀레니얼 세대는 주식시장으로 꾸준히 진입 중이다. 기존 증권사들은 밀레니얼 세대가 꾸준히 유입될 수 있도록 MTS의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을 고도화하고 있다. 올해 출범한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6월 28일, 4개월 만에 가입자 140만 명을 끌어 모았다. 특히 이 가운데 62.1%인 약 87만명이 밀레니얼 세대다. 또 사용자 중 밀레니얼 세대가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토스도 증권투자중개업에 뛰어들면서 투자 창구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식시장에서도 재테크를 성공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동학개미운동’을 통해 시세 차익을 실현한 투자자들이 늘고 있으며, SK바이오팜 등 공모주 청약에서 막대한 개인자금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주식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 미·중 갈등, 코로나19 2차 팬데믹, 주식양도세 부과 등 변수가 혼재하고 있어 밀레니얼 세대가 재테크의 완성인 ‘성투’까지 이어갈 지는 두고볼 일이다.

신동일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하이일드 시장 투자도 투자의 한 분야이지만 실질적인 경기회복이 이뤄지는 시점까지 전체 투자자산의 10% 미만으로 보수적인 투자 비중을 제안한다”라며 “부동산 특히 아파트 투자에 대한 조바심을 버리고, 급여의 50%는 반드시 저축이나 투자를 한다는 각오로 꾸준하게 노력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