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는 제주항공, 아래는 이스타항공 항공기. 출처=각 사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사실상 파기 수순에 달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양사는 연일 첨예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매각이 불발되는 경우 책임소재를 피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 운명의 날이 8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토부가 중재에 나설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주항공·이스타항공, M&A 둘러싸고 진흙탕 싸움

7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관련 제주항공 입장’을 통해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주장해온 셧다운, 구조조정, 선행조건 등 그간 M&A과정에서 논란이 된 쟁점을 반박하고 나섰다. 

전날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양사 사장의 녹취록과 구조조정 내용이 담긴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파문이 일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제주항공은 입장문을 통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직후 이스타항공은 지상조업사와 정유회사로부터 급유 및 조업 준단 통보를 받은 상황이어서 현실적으로 운항을 지속하기 어려웠다”며 “적자만 늘어나는 등 상황에서 이석주 전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조언’을 한 것이고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이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당사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며 이스타항공 노조가 언론에 공개한 파일의 경우 3월 9일 12시 미팅 종료 이후 이스타항공이 3시간 여만에 송부한데다, 최초 작성일이 2020년 2월 21일로 이스타항공이 SPA 체결 전 미리 작성해 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분 헌납도 일방적인 결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타홀딩스의 보유 지분에는 제주항공이 지불한 계약금과 대여금 225억원에 대한 근질권이 이미 설정되어 있어,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과 상의 없이 지분 헌납을 발표할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제주항공은 이 의원의 지분 헌납에 따라 이스타항공에 추가 귀속되는 금액은 80억원에 불과해 체불임금 해결에도 부족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임직원의 체불 임금 규모는 약 250억원 수준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스타항공을 회생 불가능 상태로 난도질하고, 이제 와서 체불임금 해결 등을 이유로 인수거부를 선언하고 있는 제주항공의 악질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3월 이후 발생한 모든 채무에 대해 영업일 기준 10일내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제주항공의 요구는 250억 가까운 임금체불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혀 해결 불가능한 요구”라며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해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는 통보에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갈등이 진실공방을 넘어 진흙탕 싸움으로 치달으면서 M&A 무산 가능성에 힘이 쏠리고 있다. 통상 M&A 진행까지 서로간의 합의에 따라 내부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폭로전까지 이어간다는 것은 이미 신뢰가 깨졌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앞서 제주항공은 이달 15일까지 이스타항공이 미지급금 등 선행조건들을 해소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M&A 물거품 가능성 큰데… 정부 중재 나설까

현재 열세에 몰린 쪽은 이스타항공이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보유하고 있던 현금이 완전히 바닥나 완전자본잠식(1분기 기준 –1042억원) 상태로 알려진다. 지난 2월부터 5개월 동안 임직원에게 월급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고 있으며, 협력사에도 대금을 연체 중이다.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파산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아울러 양사 최고 경영자간 통화내용이나 협상 중 회의록 등과 관련 M&A의 비밀 유지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불이행해 매각 불발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됐는지 모르겠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유출에 관한 의심을 정황상 완전히 피해가긴 어렵다. 

아울러 인수계약 이행을 위한 선행조건과 관련해서도 제주항공의 의혹을 털어내지 못했다. 타이이스타젯 보증 문제는 물론, 계약 체결 이후 미지급금도 해결되지 않은 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행되지 않은 선행 조건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제주항공은 매각 완주를 위한 노력을 성실히 펼쳐왔다는 평가다. 자금난을 겪고 있던 이스타항공의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00억원을 저리(1.3%)로 대여했고, 계약 보증금 119억5000만원 중 100억원을 이스타항공 전환사채로 투입하는데 동의했다. 또한 국내외 기업결합심사도 성실히 수행해 7월 7일 베트남 기업결합심사도 완료한 상황이다. 

남은 변수는 정부의 중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차례로 만나 M&A 성사를 당부했다. 이어 양사 M&A가 재개되면 당초 지원하기로 한 1700억원과 함께 추가적인 금융 지원을 하는 등 전폭적 지원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나서 양사의 막판 극적 타결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제주항공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나, M&A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것인 만큼, 견실하게 회사를 운영하여 갚을 수 있는 확신이 필요하다”며 정부 지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도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인수전 수습의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진기영 공공운수노조 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한 명의 일자리도 소중히 생각한다 했는데 1600명 노동자는 소중한 일자리에 포함되지 않느냐”며 “정부와 여당은 해도해도 너무하다. (양사 사장 간) 녹취록에 나온 것처럼 관(官)이 뭘 해준다는 약속은 모르겠지만 책임있게 하라”고 강조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몇 차례 공방전이 어이지며 양쪽 신뢰가 깨질대로 깨진 상황”이라며 “언제까지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적극적인 중재자가 나오지 않는 경우 진전이 있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민간기업 M&A에 개입해야 하는 국토부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