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과 인도의 갈등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번질 경우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두 나라는 모두 많은 것들을 잃게 될 것이다.     출처= Observer Research Foundatio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달 벌어졌던 인도와 중국의 국경 전투는 이미 기업과 기술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분쟁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번질 경우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두 나라는 모두 많은 것들을 잃게 될 것이라고 CNN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는 이미 중국에 경제적 압력을 행사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주 인도 무역 기구들은 인도 검문소에서 중국 상품들의 통관이 갑자기 지연되고 있다고 보고했으며, 인도의 한 주(州) 당국은 수억 달러 상당의 중국 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게다가 지난 주 인도는 바이트댄스 (ByteDance)의 틱톡(TikTok), 텐센트(Tencent)의 메신저 위챗(WeChat),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웨이보(Weibo) 같은 유명한 앱들을 포함한 수십 개의 중국 모바일 앱을 금지하는 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인도의 이 같은 반발에는 정치적 고위 인물가지 등장한다. 웨이보는 지난 주, 인도 정부의 요청에 따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계정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중국의 반응은 신중했다. 중국 관리들은 인도의 앱 금지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지만, 어떠한 종류의 보복도 제기하지 않았다.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협력을 가로막는 그 어떤 것도 ‘인도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행정연구원(IIPA)의 게탄잘리 나타라지 경제학 교수도 "중국은 현재로서는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을 뿐"이라며 "무역전쟁은 두 나라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강경론

중국이 인도의 앱 사용 금지에 대해 보복을 선택한다면 여러 가지 수단을 가지고 있다.

인도는 오랫동안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었다. 인도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9 회계연도(2019년 4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인도는 중국으로부터 650억 달러(78조원) 어치의 상품을 구입해 전체 수입의 14%를 차지했다. 중국과의 무역 수치에 홍콩과의 거래액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인도의 무역 교역국이다.

반면 중국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인도 비중은 훨씬 적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은 인도에서 166억 달러(20조원)어치의 상품을 사들였다. 인도 수출은 중국 전체 수출의 3%에 불과하다. 인도는 지난해 중국의 12번째 교역 상대국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교역 규모에 상관없이 중국이 아시아 이웃 국가와의 어떤 전쟁(경제 전쟁)이라도 벌인다면 중국은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중국은 이미 홍콩 보안법과 코로나 책임 문제로 서방국들의 압력을 받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1분기 사상 최저치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과 싸우고 있다.

미국에 소재한 중국의 싱크탱크인 중국전략분석센터(China Strategic Analysis Center)의 덩 위웬 연구원은 "중국은 인도와의 영토분쟁에 관한 한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지만 어떠한 형태의 대결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IIPA의 나타라지 교수도 “매년 수백억 달러의 상품을 인도에 팔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중국 이 인도와의 무역 관계를 위태롭게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미국 등 다른 나라들로부터 무역 제한에 직면해 있으며 과잉 생산이라는 어려움마저 겪고 있습니다. 중국이 인도처럼 큰 시장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베이징은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덩 연구원은 “중국이 영토 분쟁에 너무 관대하게 대응할 수는 없다”며 “그럴 경우 대중들의 화를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인민들은 중국이 인도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인민들은 중국과 인도가 체급이 다른 권투 선수와 같다고 생각하지요. 중량급이 경량급 선수를 물리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그러나 인도는 지상전투와 공군력에 상당한 경험을 갖고 있으며,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 전세계 곳곳의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는 산악 환경에서 상당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딜레마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인다면 인도 입장에서는 ‘잃을 게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나타라지 연구원은 말했다.

인도 역시 다른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취한 봉쇄조치로 큰 타격을 입었다. 산업 생산이 크게 위축되었고 서비스 산업은 거의 몰락했다. 지난 주 발표된 서비스 부문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 기업 활동은 6월에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타라지 연구원은 전자, 제약, IT 하드웨어를 포함한 인도의 많은 산업들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운송업체들은 이번 중·인 분쟁으로 이미 큰 손실을 입었음을 확인했다. DHL 익스프레스 인디아(DHL Express India)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로부터 들어오는 수입품에 대한 인도 당국의 통관 지연으로 배송을 위한 픽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페덱스(FedEx)도 "현재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 시설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나타라지 연구원은 "현지 기업들의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단기적인 반중(反中) 모멘텀은 인도 생산 네트워크의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들의 정서에 다른 임의적인 수입 제한이나 소비자 불매운동은 결과적으로 ‘자해 행위’가 될 뿐”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