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에서 두 번째 이계선 대표, 그 옆이 정복수 작가<사진=통인화랑 제공>

정복수의 작품에는 두 가지의 상반된 정서가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철저한 자기소외와 자기애-나아가 휴머니즘의-고양된 감정이다. 그는 인간에 대한, 정확하게는 인간의 본능에 대한 집요한 질문과 그것의 수용과 부정을 통해 인간의 참모습을 발견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은 야만적인 인간성을 공격하는 것으로 집중되고 있으며 그것은 대체로 성적침탈, 동물적 본능에의 집착, 무자비한 노출에 의해 폭력적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런 점은 분명히 인간에 대한 깊은 혐오와 불신에 근거한 부정적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화면 속에 등장하고 있는 기호화된 인간들은 처절하게 소외되어 있으며, 추상화되고 일반화된 채 나타나고 있다. 인간들은 초월적인 시·공간 속을 떠돌아다니는 악령과도 같은 존재 즉, 몽상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 심판, 72.7×90.9㎝ 화포에 유화, 2004-2009

그의 그림 속에서 삶이란 믿을 수 없는 것이고 의문투성이이며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된 고독한 개인의 중얼거림으로 가득 차 있다. 신뢰와 존경이 사라진 공간 속을 배회하고 있는 인물들 위로 뱀이 스물스물 기어 다니거나 수많은 눈들이 마치 감시하듯 그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를 향해 노려보고 있다.

희로애락의 감정조차 증발해버린 원생 동물적 욕망만이 꿈틀거리는 그 작품 속에서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부정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비록 탄력 있는 근육과 볼륨을 지닌 디오니소스나 아프로디테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 볼성 사나운 육체를 통해 성적으로 억압받고 있는 우리의 욕망을 돌이켜 보게 만들고 우리 내부 깊숙한 곳에 은폐시켜 놓은 성적 공격성의 실체를 깨닫게 만드는 힘을 그의 작품은 지니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 혐오스러운 도상들이 비상한 도덕의식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의 보편적인 삶의 진실에 대해 말해주고자 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매너리스트적 정신주의와 그 맥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정신적 숭고성이 내면화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의(정복수 작가,丁卜洙,JUNG BOCSU,화가 정복수,JEONG BOK SU,정복수 화백)작품 속에 깔려있는 휴머니즘의 정신을 읽을 필요가 있다. 그의 그림이야말로 도덕성이 고갈된 현대사회를 향해 던지는 진술이며 또한 비평인 것이다.

△글=최태만 미술평론가/Choi tae man Art critic

△전시=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11월17~12월12,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