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이 통상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애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당시 애플은 중국 정부와 스킨십을 유지하며 최악의 위기를 넘겼으나, 이번에는 최근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인도에서 중국과의 대결국면이 펼쳐지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 인도 분쟁, 애플 전전긍긍?

미중 무역전쟁 당시 현지에 진출한 많은 미국 기업들은 ‘탈중국’을 모색한 바 있다. 중국의 압박은 물론 자국 정부의 압박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리쇼어링 현상의 배경이다.

애플은 그 위기를 현명하게 넘겼다.

애플은 지난해 미국 오스틴 세트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려 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팀 쿡 애플 CEO가 회동한 후 해당 계획은 백지가 됐다. 그러면서도 애플은 중국과의 스킨십을 시도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성공했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중국과 인도의 분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중국 군인과 인도 군인들이 지난 6월 15일 인도 북동부 히말라야산맥 자락의 갈완 계곡에서 몽둥이를 들고 난타전을 벌인 후 두 나라의 신경전은 극에 달하고 있다. 사태 초기 중국은 미국과의 분쟁을 의식해 인도와의 분쟁은 최소화시키려 노력했으나, 현재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 인도는 최정예 육군 특수 부대인 ‘가탁 돌격대’(Ghatak commandos)를 국경지대에 파견했고 중국은 격투가로 구성된 쉐아오 고원반격부대를 보내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두 나라의 분쟁은 애플에게 커다란 시련이다.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도 지켜낸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면서 인도와의 관계정상화에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인도의 존재감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에서 애플은 인도에도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팀 쿡 CEO가 내년부터 인도에서 직영 오프라인 매장을 열 것이라 밝힌 이유다.

상황은 심상치 않다

애플이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으나 상황은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인도 현지 제품 출하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애플의 최대 제조 파트너인 대만 폭스콘의 부품이 인도 항구에 원만하게 하역되지 못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애플 전체 제조 로드맵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는 “몇몇 현지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찾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폭스콘이 생산하는 애플의 제조 물량 대부분이 아직은 중국에서 나오지만, 이번 사태로 애플 전체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폭스콘은 최근 연례 총회에서 인도 공장에 대한 추가 공장 건설을 선언하며 공격적인 현지 투자에 나설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의 분쟁이 격화되며 폭스콘은 물론, 애플의 인도 제조 공급망 단절 상황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사태는 더욱 악화되는 중이다. 당장 인도는 자국 통신사가 중국 화웨이 5G 장비 사용을 선택하자 이를 반려시켰고,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6월 29일 "인도의 주권과 국방, 사회질서에 해를 끼치는 59개 앱을 금지한다"면서 중국 동영상 앱 틱톡의 퇴출을 기정사실화했다. 틱톡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는 이 조치로 무려 60억달러의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심지어 인도 마하라슈트라주는 만리장성자동차의 인도 현지 공장 건설 계획을 무력화시키는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올리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애플의 고민도 깊어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