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최근 식품업계에서 주시하고 있는 것은 ‘우윳값’이다. 원유가격 인상·인하를 놓고 낙농가와 유업계가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30일 원유 기본가격조정 협상을 위한 6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결렬됐다. 이사회에서 표결을 통해 마지막 인상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서로 간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재 낙농가는 원유 가격의 인상을, 유업계는 인하·동결을 요구하며 치열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우선 낙농가는 인건비와 축사 개선비용 등의 이유로 원유 1L 당 21~26원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년 동안 사료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이 상승한 만큼 원유가격 또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한 무허가축사적법화로 인해 축사개선 등에도 많은 비용이 사용됐고 ‘원유가격연동제’라는 제도가 있는 만큼 이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유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급식이 중단되는 등 이번 사태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만큼 원유 가격의 동결·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 개학이 수차례 연기되면서 지난 3월과 4월간 200ml 제품 기준 약 120만 팩이 판매되지 못했다.

특히 급식우유는 200ml 한 팩당 단가는 360~380원으로, 일반 판매용 제품 출고가(500원대)보다 훨씬 낮다. 이에 흰우유를 급식 우유로 납품하는 주요 유업체들은 적게는 5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이상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출산율이 낮아지며 학생 수도 줄어든 상황에서 급식우유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이번 코로나19발 타격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우유 가격을 두고 생산자와 수요자가 크게 대립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소비자 의견이 제외된 것도 문제다. 본래 원유가격연동제는 해마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을 연계해 결정된다. 전년도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일 경우 당해 연도 가격을 조정하고 미만일 경우 2년마다 조정한다. 지난해 동결 이후 협상 테이블은 2년 만에 열린 것으로, 그동안 원유가격연동제의 협상에서 소비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만약 원유가격이 인상되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비용, 마진까지 합쳐서 가격 인상이 결정되기 때문에 원유가격 인상보다 더 큰 폭으로 소비자가격이 올라간다. 지금보다 소비자 부담은 더 커지는 셈이다. 낙농가와 유업계가 서로 치열하게 각자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동안 낙농업계의 생산비 인상분, 유가공업체의 제조비 인상분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회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우유는 남아도는데 한국 원유값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다”면서 “무분별한 원유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글로벌시장에서의 우유 소비 추세만 봐도 원유가격 인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낙농전문연구기관(IFCN)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우유 소비 부진으로 세계 원유가격은 올해 4.6% 하락했고, 특히 미국과 인도의 원유가격은 각각 29%, 19% 하락했다. 국내 역시 전 산업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민간 소비 부분이 크게 위축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이 유례없는 경제불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각자의 입장차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원유가격이 오른다면 유가공제품 가격의 인상도 불가피하다.

더 이상 우유가격이 비싸서 사먹기 부담스러운 상황은 오지 않아야 한다. 소비자가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와 낙농업계, 유가공업체가 머리를 맞대 시장상황에 맞는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