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정부의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가동되며 이제 국내 모빌리티 기업은 택시와 함께하지 않을 경우 생존하지 못하게 됐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의 손을 잡고 KST 모빌리티가 두각을 보이는 한편, 쏘카 VCNC 타다 베이직이 중단되고 어디고의 위츠모빌리티 및 카풀 플랫폼 풀러스가 역사속으로 사라진 배경이다.

이제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서 택시와의 동맹을 전제로 하지 않은, 또 유일하게 남은 카풀 플랫폼은 위모빌리티가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위모빌리티는 카풀 비즈니스의 마지막 불꽃을 살리기 위한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하는 한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실험에 나서는 것으로 1일 확인됐다.

▲ 출처=위모빌리티 갈무리

외국인 대상 서비스 가동

박현 위모빌리티 대표는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대기업과 함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정보와 렌터카 이용은 물론 커넥티드카 기반의 반자율주행기술력을 덧댄 허브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에 도전한다는 뜻이다.

최근 국내 대형 모빌리티 기업들은 특화 전략 중 하나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전용 모빌리티 서비스를 공개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위모빌리티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가운데, 기존의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른 허브 플랫폼을 노린다는 각오다.

박 대표는 “단순한 이동을 넘어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모빌리티와 관련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총결합시키는 전략을 고려하는 중”이라면서 “특히 반자율주행차와의 로드맵은 강력한 기술력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미있고 실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추후 자율주행차 로드맵도 가동할 것”이라 밝혔다.

다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위모빌리티의 주력은 아니다. 위모빌리티의 정체성이자 핵심은 여전히 카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왜 전선의 분산을 감수하면서도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일까.

박 대표는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허브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런칭을 두고 ‘벼랑 끝에 몰린 플랜B’라고 설명했다. 지금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카풀로는 의미있는 행보를 보일 수 있는 방안이 원천적으로 막혔고,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박현 위모빌리티 대표. 출처=갈무리

위모빌리티의 위기

박 대표의 말대로 현재 모빌리티 시장은 획일화된 정부의 방침으로 고사직전이다. 특히 카풀의 경우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사실상 의미있는 서비스를 전개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3월 카카오 모빌리티가 택시업계와 함께 사회적 대타협에 참여하며 출퇴근 카풀 가능 시간대를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카풀을 말살하려는 택시업계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결과다.

박 대표의 위모빌리티는 이런 엄혹한 상황에 대비하는 유연한 방안을 내놨다. 택시의 1회 평균 이동 거리인 5.4Km보다 긴 10Km 이상 장거리 이동이거나, 기존 출퇴근 경로와 카풀 이용자 경로가 70% 이상 동일할 때만 카풀 실수요자로 인정해 매칭하는 방안이다.

말 그대로 실제 카풀 수요자만 인정하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서울에 직장을 가진 직장인 중 많은 사람들은 직장과 평균적으로 40Km 떨어진 수도권 위성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이들은 출퇴근 때 대부분 택시를 이용하지 않고 광역버스 등을 이용한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을 피해 정해진 시간을 보장하는 광역버스가 유리하기 때문”이라면서 “광역버스를 이용하고 택시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카풀을 대안으로 제공하는 것이 위모빌리티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카풀 이용 가능시간에 있어 출근은 오전 5시에서 10시, 퇴근은 오후 6시에서 11시까지 늘리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박 대표는 “많은 직장인들이 혼잡한 출퇴근 시간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워 시간대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카풀의 정상적인 안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정”이라 설명했다.

박 대표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10Km 이상 장거리, 출퇴근 패턴 70% 일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카풀수요를 타겟팅하면서 현실적인 출퇴근 시간 반영을 카풀 이용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친 몸을 이끌고 출퇴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피곤한 광역버스’를 대신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고, 어차피 택시를 이용하지 않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택시업계와 이해충돌도 벌어지지 않는다.

박 대표는 “요금은 40Km 수준에 1만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면서 “택시업계와 분쟁을 겪지 않으면서, 무엇보다 직장인들에게 편리한 이동 옵션을 하나 더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출처=위모빌리티 갈무리

정부는 묵묵부답

위모빌리티는 최근 명확한 카풀 이용자 타겟팅 및 택시업계와의 불필요한 충돌을 걷어내는 방안을 중심으로 삼아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다.

규제샌드박스 신청 후 국회 및 4차 산업혁명위원회 등이 직접적인 방식, 혹은 우회적인 방식으로 최근 위모빌리티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초보적인 수준의 가능성 타진’일 뿐 의미있는 논의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표는 “국토교통부에서도 실무진들은 우리의 정책을 두고 충분히 협의할 가치가 있다 느끼지만, 윗 선에서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기류가 팽배한 것 같다”면서 “플랫폼 택시 법제화를 선언한 직후라, 우리의 정책을 받아들이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당장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뒤집자는 것도 아니고, 일종의 베타 테스트처럼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에 맞게 카풀 서비스의 현실성을 직시해 달라는 것이지만 상황이 참 어렵다”면서 “최근 서울시 등에서 연락이 오는데 대부분 택시업계와 관련된 부서 일색이다. 이미 우리에 대해 색안경을 착용한 상태에서 연락을 하는데, 지금은 그들이라도 함께 대화하고 논의하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마지막으로 “솔직히 우리의 제안은 언젠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할 것이라 본다. 승객에게 새로운 이동의 옵션을 제공하고 카풀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윈윈 전략이기 때문”이라면서 “직원 전체가 사명감 하나로 버티면서, 더 이상 밀려날 곳도 없다. 오죽하면 카풀 문제로 어려운 가운데 국내 대기업과 함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허브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겠는가. 카풀 서비스를 위한 끈질긴 설득에 나설 것이며,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