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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피해 떠나요]①꽉 막힌 하늘길, 국내 여행지의 '재발견'

국내 주요 관광지 이미 ‘만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불안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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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경원재 한옥호텔 앰배서더.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올 여름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할일은 무조건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 강원도, 부산 등 국내 주요 관광지는 이미 인파가 몰리면서 숙소 확보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인파가 붐비지 않는 여유로운 여름휴가는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영향에 하늘길이 꽉 막히면서 여행객들의 발길이 국내 주요 관광지로 몰리고 있어서다.

한적한 곳으로 떠나고 싶지만, 벌써부터 시작된 무더위에 제주도 특급호텔은 이미 만실행렬. 코로나19 장기화에 움츠렸던 여행심리가 여름휴가로 폭발하면서 해외여행을 포기한 직장인들 사이에선 휴가지 선택을 놓고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해외여행 못 간다면 국내 여행이라도… 제주도·강원도로 몰리는 인파

국내 호텔업계에 따르면 여름 성수기 국내 주요 관광지 호텔과 리조트 객실이 높은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제주신라호텔은 7~8월 예약률이 6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며 평균 50%대를 보였고, 같은 달 출시한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 판매량도 지난 3월보다 5배 높았다. 해비치 호텔 제주는 7월 말 부터 8월 초까지 예약률이 93%로 나타났다.

   
 

제주도 외 주요 휴양지도 높은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강원도 평창 소재 켄싱턴호텔은 성수기 예약률이 90%를 넘어섰고,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쏠비치 양양은 7월 2주차 주말까지 전 객실이 만실이다. 

서울 도심 호텔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올 여름 7월과 8월 2박 이상 예약한 고객이 6월 19일 기준 작년 동기보다 약 60% 늘었다.

홈쇼핑에서도 국내 여행상품 인기는 고공행진이다. 롯데홈쇼핑이 지난 5월 22일 롯데호텔과 협업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L7 숙박권’을 판매한 결과 총 80분 방송에서 주문건 수 7700건, 주문금액 약 6억원으로 52분 만에 매진됐다. 같은 달 26일에는 백령도 여행상품을 판매해 주문건수 1600건 이상을 기록하며 이른 새벽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목표 대비 600% 이상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펜션과 캠핑도 인기몰이다. G마켓이 올 상반기(1월 1일~6월 25일) 여행 상품 판매량을 작년 동기와 비교 분석한 결과, 상반기 펜션·캠핑 판매량은 작년 대비 53%가 증가해 전체 여행 상품 중 가장 큰 신장세를 보였고, 국내 호텔·레지던스 역시 10% 증가했다. 특히 여름휴가 기간이 다가오는 최근 한 달(5월 26일~6월 25일)간 국내 펜션·캠핑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 올랐고, 같은 기간 국내 호텔·레지던스 판매량도 27% 신장했다.

이은지 G마켓 여행사업팀 매니저는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대안으로 국내 여행을 즐기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여행 보다 시간과 경제적 부담이 적은 만큼, 주말 등을 활용해 틈틈이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는 여행 형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생활관광’ 중심으로 재편되는 관광활동

여름휴가를 겨냥한 국내 여행지로의 패턴 변화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한국관광공사가 SKT의 T맵 교통데이터 및 KT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조사에 따르면 하남시, 남양주시, 옹진군 등 수도권·대도시 주변 ‘근거리’ 관광수요 증감률이 전년보다 각각 17%, 9%, 6% 늘었다. 안전을 우려해 장거리 관광목적지보다는 집 근처 친숙한 근거리 생활 관광지를 방문하고 있다는 게 공사측 분석이다.

   
 

밀폐된 실내에서의 관광활동보다는 사회적 거리두기(생활방역)가 용이한 야외활동, 아웃도어 레저 액티비티 관련 지역(장소) 방문객이 증가했고, 국내여행 재개시 여행 동반자로 응답자 대부분이 ‘가족’(99.6%)을 꼽아 전년 49.4%보다 매우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감염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이 최대한 담보된 가족 단위 소규모 관광활동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높아진 ‘안전’에 대한 의식이 여행 트렌드까지 바꾼 것이다. 전국적으로 ‘집 근처의 자연친화적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안전하게 야외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생활권역’ 내에서 ‘일상’과 연계된 관광을 즐기는 이른바 ‘생활관광’ 중심으로 관광활동이 재편되고 있었다.

글로벌 여가 플랫폼 야놀자 역시 국내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근 3개월간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특급 호텔 ▲언택트 트렌드 부상 ▲개인화 여가 ▲체험형 레저 증가 ▲여행심리 반등 등을 키워드로 꼽았다. 특히 국내 4·5 성급 호텔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고, 상대적으로 타인과의 접촉 가능성이 낮은 펜션의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5%, 독채형 펜션은 93% 늘었다. 소규모 체험형 레저 활동 인기도 늘면서 원데이 클래스 등 직접 체험 가능한 레저 상품의 이용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53% 늘어 동기간 전체 레저·액티비티 상품 중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리스크로 인한 ‘안전’ 불안감 속에서도 여전히 관광 욕구는 지속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동환 강원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가의 경우 더 고급형을 선택하거나 카라반 등 독립된 여행을 할 수 있는 자동차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관광은 필수적인 것으로 조금이라도 가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름휴가요? 포기했어요”… 3명 중 1명 꼴 ‘휴포자’

#. 직장인 최모씨(37)는 올해 여름휴가를 포기했다. 당초 태국으로의 해외여행을 예정했지만, 비행기표를 예약했던 타이항공이 코로나19 영향에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취소됐기 때문이다. 환불금마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돈만 날린 듯해 착잡하기만 하다.

여름휴가 자체를 포기한 ‘휴포자(휴가포기자)’들이 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10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9.1%에 불과한 반면 ‘여름휴가를 따로 가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한 사람은 31.9%에 달했다. 즉, 3명중 1명은 여름휴가를 포기한 셈이다.

   
 

최씨 경우처럼 일부는 예정했던 휴가계획에 대한 변수에 따른 비자발적, 또 일부는 코로나19 공포로 인한 자발적 선택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홈쇼핑회사 근무자 김수연(가명·32)씨는 재택근무 장기화에 따른 ‘눈치보기’ 때문에 휴가를 포기한 사례였다. 김 씨는 “여름휴가 이야기를 꺼냈다가 눈총만 받았다”며 “근 2개월간 재택근무하면서 밀린 업무가 많은데 휴가를 꼭 챙겨야 하냐고 핀잔만 들었다. 재택근무도 근무 일환인데 쉬는 것처럼 여기는 상사 태도에 당황했다”고 말했다.

재택근무에 연차를 사용하면서 연차 자체가 부족해졌다는 사례도 있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정유경(가명·여·26)씨는 “인근 지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갑작스레 재택근무에 돌입했고, 출근하지 않은 날들을 연차 사용을 권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연차가 많이 줄었다”며 “여름휴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휴가는 일정대로 소화하되 여행을 가지 않는 무늬만 ‘휴포자’도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여름휴가를 ‘1년간 고생했던 나에게 주는 선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그간 소홀했던 ‘자아계발’에 예정했던 비용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IT 회사에 다니는 싱글족 김미나(여·43)씨는 “예정대로 휴가기간을 사용하며 처진 얼굴 리프팅과 기미제거를 위한 레이져 시술을 예약했다”며 “시술 전 시장투어나 동네 여행을 하며 잠시 머리를 식힐 예정”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미니 인터뷰] 전동환 강원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국내 여행지, 재발견 기회... 철저한 방역으로 관광특수 살려야"

올해 상반기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는 생활패턴부터 근무방식, 여행 패턴까지 많은 것을 바꿔놓고 있다. 하지만 현재 여행업계가 직면한 위기는 일시적인 것으로, 세계 각국 빗장이 열리면 다시 활성화될 것이란 목소리가 제기된다. 또 국내 여행산업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접어들면서 1만여 개에 달하는 여행사들이 대형사 위주로 흡수합병 돼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동환 강원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해외여행이 가능해지면 국내 여행객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로, 여행은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여행업 위기는 일시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행업체들은 융자를 받아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본력이 없는 군소여행업체들이 많다”며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기존 여행사들은 사라지고 대형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향후 신종 사업자들도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올해 코로나19 이후 맞게 될 첫 여름 휴가지에서는 민박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명예교수는 “각 지자체에서는 장기간 집에 머물던 여행자들의 소비를 지역 관광으로 돌리기 위해 임시적으로라도 공공 서비스를 늘릴 것”이라며 “이로 인해 강원도 해수욕장과 같은 여름철 주요 관광지에서 바로 오픈이 가능한 민박업이 늘고, 여행객들은 유스호스텔 등의 저가 콘도미니움 혹은 특급 호텔 등 고급형으로 양분되면서 수요가 차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카라반 등 자동차 여행차 등 독립적 여행이 가능한 방식으로도 많은 수요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동안 해외로 집중됐던 여행패턴이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리게 될 기회(?)에 있어 코로나19 방역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번 꺾인 여행업은 바로 과거와 같은 상태로 활성화될 순 없겠지만, 한번 방문한 관광지에서 재미를 맛본 여행객들은 두 번, 세 번 재방문 하는 성향을 갖고 있어 지역 관광 경기에 도움이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도 “많은 여름 휴가자들이 선택한 국내 여행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하면 국내 여행업은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지현 기자 gee7871@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7.04  1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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