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출처= 두산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오랫동안 누적된 부채로 위기에 빠진 두산그룹(이하 두산)의 경영 정상화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됐다. 실제로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클럽모우 컨트리클럽(CC) 골프장 매각으로 약 1800억원의 자본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정상화 작업의 시작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셈이다.

다만 이는 두산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부채들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재계에서는 두산의 상황을 두고 '갈 길이 멀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두산 정상화 프로젝트 "이제 시작"  

29일 두산중공업은 “클럽모우CC 매각 입찰 결과 1800억원대 입찰가를 제시한 하나금융투자-모아미래도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클럽모우CC는 두산중공업이 2013년부터 강원도 홍천군에서 운영 중인 골프장이다. 두산중공업은 클럽모우CC 매각과 관련된 모든 절차를 7월 안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클럽모우CC 매각으로 그간 뜬소문이 무성했던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거래가 확정되기 전 재계에서는 두산의 계열사 매각에 대해 온갖 추측들이 난무했다. 지난 6월 1일 산업은행·수출입은행으로 구성된 두산 채권단은 두산중공업에 대해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두산은 자산매각과 더불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총 3조원 이상의 자본을 확보해 재무구조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클럽모우CC 매각은 두산 경영 정상화의 첫 걸음으로 볼 수 있다. 

시련은 지금부터

경영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두산의 시도는 재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시련은 지금부터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하고 있는 두산의 금융부채 현황에 따르면 두산이 1년 내로 상환해야 할 금융부채의 계약상 원금은 약13조8435억원이다. 5년 내로 상환해야하는 계약상 원금은 약 4조4951억원 그리고 상환기간 5년을 초과하는 계약상 원금은 약 1421억원이다. 이를 전부 합치면 약 18조4808억원(부채비율 327.7%)이다. 통상 기업들이 100%에서 200% 사이 부채비율을 ‘안정적’이라고 하는 것을 감안하면, 두산은 5년 동안 적어도 9조원에서 10조원의 부채를 갚아야 한다. 
    
문제는 두산이 계열사 매각으로 상환할 수 있는 금액이 여기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다. 현재 유력한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두산솔루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타워, 투자자문사 네오플럭스 등 계열사들의 시장가치 합계는 약 3조7000억원에서 최대 4조원 수준이다. 이는 계열사 매각만으로, 부채를 청산하고 경영 안정화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두산중공업 전경. 출처= 두산중공업

경영 성과에서 답 찾아야 

기업들이 긴급하게 자본을 동원하는 방법은 계열사 매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두산도 박정원 회장이 공언한 것처럼 유상증자, 부동산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자본조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두산에게는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런 이유로 투자업계에서는 두산의 경영 정상화에 있어 매각보다 중요한 것은 남아있는 두산의 계열사들이 추후에 내는 ‘경영 성과’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은 “두산그룹이 각 계열사들을 매각해서 부채를 갚는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앞으로 두산중공업을 포함한 각 계열사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수 있는 것 역시 중요하다”라면서 “만약 부채 상환 기간 동안 경영 성과 측면의 해답을 찾지 못한다면 두산은 언제든 같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