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게임즈가 연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카카오게임즈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2018년 실패 이후 2년만에 기업공개(IPO)에 재도전한다. 카카오게임즈는 시장에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최대 2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국내 증시 상장 게임사 중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카카오게임즈는 밸류에이션이 실적에 비해 너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 추정한 카카오게임즈의 밸류에이션은 3년 새 최대 2배 가량 상승했지만, 실적개선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가 해외 매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타이틀 이탈까지 전망되는 등 ‘악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실 다진 카카오게임즈…첫 IPO 연기 후 기업가치 껑충

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6월 11일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IPO 공동 주관사로 선정해 한국거래소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018년 6월 유망기업에 적용되는 패스트트랙제도로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으나 같은 해 9월 중도 포기한 바가 있다. 당시 카카오게임즈 측은 “현재 고려하고 있는 투자나 기업 인수·합병(M&A) 검토 등이 IPO 진행 중에는 추진하기 어려워 경영 전략상 순서를 옮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상장 준비과정에서 자회사 지분가치 산정 문제 등으로 회계감리 작업이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상장 제도가 일부 변경되면서 카카오게임즈는 IPO에 다시 추진력을 얻었다. IPO 회계감리가 폐지되고, 재무제표 심사제도가 도입되면서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변경 후 상장 준비 기업은 감리를 받지 않아도 되고, 회계 오류가 발견되면 재무제표만 수정·보완하면 된다. 또 재무제표 심사는 3개월 이내로 처리되기 때문에, 회계 문제로 상장 지연은 차츰 사라질 전망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IPO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과거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톡’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통해 퍼블리싱(유통)·채널링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을 장악했지만, 부족한 자체 개발력이 약점으로 지목된 바 있다. 이에 개발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게임산업의 흐름에 발맞춰 엑스엘게임즈를 비롯한 다수의 중소 개발사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성장 모멘텀을 가져올 개발력과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한 것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꾸준한 내실 다지기를 통해 게임개발과 퍼블리싱 등 2가지 주요 사업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다. 현재 카카오게임즈는 주관사 추정 밸류에이션 최대 2조원으로 2017년 기준 최대 1조2000억원 대비 대폭 상승했다. 또 코로나19 사태로 수혜를 받은 업종이라는 것도 플러스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적과 동떨어진 벨류에이션…주력 게임 계약 종료까지

카카오게임즈는 일각에서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18년 실적 대비 2019년 실적이 감소했는데도 밸류에이션이 상승했다. 2018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208억원, 472억원이었지만, 2019년에는 각각 3910억원, 350억원으로 전년 대비 7%, 15% 하락했다. 이는 PC온라인 게임 ‘검은사막’ 국내 서비스 계약 종료와 ‘흥행 롱런’ 모바일 게임 부재가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는 2021년 1분기 이내 검은사막 북미·유럽 퍼블리싱 계약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게임즈는 2019년 전체 연결 매출 3190억원 중 검은사막이 중심인 북미·유럽 지역 매출이 약 20% 수준인 838억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에는 전체 매출 964억의 30%(285억)까지 늘었다. 현재 카카오게임즈는 북미·유럽 매출의 상당 부분을 검은사막에 의지하고 있는 만큼, 계약 종료 이후 실적 둔화가 예상될 수 밖에 없다.

▲ 자료=카카오게임즈

또한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와 올해 선보인 신작 게임들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부분도 과대 밸류에이션을 우려하는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대대적인 마케팅과 함께 출시한 엑스엘게임즈의 ‘달빛조각사’가 대표적이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달빛조각사는 지난 5월 99만달러(약 11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첫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10월의 789만달러(약 92억원)에 비하면 약 80억원이 감소한 셈이다.

또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서비스를 담당한 지 1주년을 맞은 PC온라인 게임 ‘패스오브엑자일’ 또한 그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출시 당시 한때 동시접속자 8만명을 기록한 패스오브엑자일은 최근 한국 단독 서버 출시 논란과 높은 진입장벽 등으로 순위권에서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공모주 투자 열풍, 카카오게임즈까지 이어지나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카카오게임즈는 밸류에이션이 확대됐다. 이는 ‘0%’대 저금리 기조 아래 6·17 부동산 대책과 잦은 사모펀드 사고로 시중 부동자금이 우량 공모주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왕성한 거래대금 수준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시중 부동자금은 약 1200조원에 육박할 만큼 대기 투자자금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공모를 진행한 SK바이오팜은 청약금 31조원을 끌어모았다. 청약 경쟁률은 323.02 대 1로, 공모규모 5000억원 이상 종목 중 기존 최대 경쟁률이었던 제일모직(195대1)을 훨씬 넘어섰다. SK바이오팜은 개인투자자가 청약 증거금 1억원을 넣어도 8주 밖에 배정을 받지 못하는데도 과열 경쟁이 벌어졌다.

그간 공모주는 개인투자자들이 선뜻 투자를 결심하기 어려운 종목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SK바이오팜이 역대급 증거금과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기가 카카오게임즈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게임즈의 과대 벨류에이션에 우려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의 밸류에이션이 최근 코로나19 수혜 기대와 공모주 투자 열풍의 영향으로 펀더멘탈에 비해 고평가가 이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모바일 게임 플랫폼 1위를 지키고 있고, 다수의 개발사를 인수해 개발력을 확충한 만큼 펀데멘탈과의 괴리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으리라고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상장을 시도할 당시에도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가 많이 나왔지만, 현재 그 이상의 성장을 이뤄냈다”며 “단기적 평가보다는 장기적 관점에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