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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난세영웅전] 프레임에 갇힌 대기업, 영웅의 부재

反기업 정서 확산… “한국경제 반전 이끌 영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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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대내외적 위기 앞에서 분전하고 있는 재계 총수들의 행보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들을 향한 여론의 시선이 달가운 것은 아니다. 물론, 각 경영자들이 자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을 스스로 자초한 부분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 나라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에 비해 그들은 지나치게 박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현 정부와 여당이 이런 대기업과 총수들의 저평가를 주도하고 있다.

   
▲ 최근 정부의 여러 기업 정책들은 기업인들에 대한 강한 견제의 관점이 반영돼있다. 출처= 뉴시스

사회의 ‘악’ 대기업?

현 정부는 국내 재계 인사들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는 ‘지배구조 개선’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재계 총수들이 온갖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대기업을 사회의 악(惡)으로 치부하는 집권여당의 정치적 의도가 스며든 결과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정부는 새로운 국회의 출범과 함께 대기업 규제강화 방안들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재계가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하면서 정부와 대기업간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이 가장 잘 드러난 사례가 현재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의 개정이다. 현재 정부는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통한 현행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현재는 177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한 여당은 새로운 국회가 구성되자마자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여러 법안들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법안들 중 기업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시각이 가장 잘 녹아든 것이 바로 ‘전속고발제’ 폐지다.

전속고발제는 1980년 도입된 제도로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이 수사와 기소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정위를 통한 고발이 선행돼야 함을 법으로 정한 것이다. 고발의 남용으로 각 기업들의 정상적 경영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제도의 기본 원칙이다. 이 안은 지난 2018년 현 정부와 여당이 같은 내용으로 국회에 제출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여당 측이 주장하고 있는 전속고발제 폐지의 목적은 ‘대기업으로 인해 개인이나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고발 절차가 까다로워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것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내용의 이면에는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의 절차를 간소화시켜 정부와 집권 여당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검찰을 동원해 기업을 쉽게 감시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여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야당의 반대는 큰 의미가 없다. ‘이변이 없는 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법안들은 이번 국회에서 거의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기업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자 감시”라면서 “현재 국회 논의가 진행 중인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반대 의견을 정부에 곧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 재계도 예외 아니다

더 이상의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재계는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힘든 것은 일반 직장인들이나 자영업자나 대기업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2019년 기준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신고한 2020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공시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대비 올 1분기는 국내 100대 기업의 해외 매출이 약 1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정적 요인은 코로나19의 확산이었다. 지난해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됨에 따라 중국 정부는 2월부터 14개 지역의 이동이나 해외인력 유입을 봉쇄했다. 그로 인해 한국 기업의 중국 법인과 현지공장이 한 달 가까이 영업을 멈췄기 때문이다.

   

세부 업종별로는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의 해외매출이 감소했다. 해외생산 비중이 약 70%에 이르는 자동차 기업의 1분기 해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4.3% 감소하며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휴대폰·TV 등 해외생산비중이 90%를 상회하는 전기·전자 기업의 매출은 9.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5대 대기업으로 조사 대상의 범주를 줄여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같은 조사에서 중국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는 상위 5대 기업(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SK하이닉스·현대모비스)의 1분기 중국 매출은 지난해 4분기 대비 2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는 대기업들도 당장의 형편이 좋아서 총수들이 나서 분위기 반전을 이끌고 있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어떤 면에서는 국내 대기업들도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자로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지금은 기업에 힘 실어줘야 할 때

30개 경제단체의 대표자들은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유사한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산업별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게 되고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로 인해 우리나라의 제조 강국기반도 약화될 수 있다”면서 “기업들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최대한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지원과 국회의 입법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재계의 절실한 규제완화와 정책지원 요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삼성전자, LG, 한화, LS 등 대기업에 대한 견제의 수위를 점점 높여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는 전방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고군분투 중인 대기업들이 잘 버틸 수 있도록 현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인호 교수는 “현 정부가 표방하는 ‘한국판 뉴딜’에서는 민간기업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정부가 모든 투자 계획을 주도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처럼 정부가 지나치게 국가 내 투자를 주도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구축효과(Crowd-out Effect·정부지출 증가 때문에 민간부문 투자가 위축되는 현상)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장이 잘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역할과 상생을 추구할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이른바 친(親)기업 정책으로 정의되는 이 접근법은 미국에서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 세율을 35%에서 21%로, 기업들의 해외 보유 현금을 국내로 송금할 때 부과하는 세율을 종전 35%에서 15.5%로 낮췄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으로 2018년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자국으로 보낸 현금은 6650억달러(약 771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의 1551억달러에서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렇게 유입된 자본들은 혁신 스타트업 육성, 사회 간접자본 확충 등에 활용되며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박정훈 기자 pjh5701@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6.30  08:11:40

<경제를 리뷰, 미래를 본다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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