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시계 제로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통째로 바꿔버린 느낌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그동안 생물학적 생존을 위한 대응책에 집중했다면, 이제 곧 다가올 경제쓰나미 앞에 사회적 생존을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모든 촉각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치료제나 백신개발에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된다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이들은 분명 자영업자이다. 하지만 세상 경제는 물고 물려있는 톱니바퀴와 같아서 자영업자에서 시작된 위기는 곧이어 직장으로도 불어닥칠 것이다. 이미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업종에서는 권고사직, 무급휴직, 주 2일 출근이라는 고육지책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어디서 몇 명 잘렸더라’하는 소문은 SNS가 보편화된 세상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그에 따른 위기감도 상당해진다. 갑자기 회사 직원들이 말을 잘듣고 회사 욕하는 뒷담화가 없어지고 있다고 하니 직장인들 스스로도 달라진 공기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리라.

이런 상황에서 우리 직장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수년전에 썼던 채용사이트 아이디를 다시 찾아보고 코로나에도 괜찮다고 하는 회사에 이력서를 내는 것만이 방법일까? 코로나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기에 피할 곳이 있을까 싶다. 잘 알려진 IT대기업의 입장에서도 지금 당장 성과를 낼만큼 우수한 인재인가 여부가 채용의 첫 번째 기준일 수밖에 없다. 시대적으로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지 않나? 그렇다고 갑자기 배운 적도 없는 마케팅이나 IT교육을 받자니 밑빠진 독에 물붓는 느낌이고 참 난감하다.

시대와 상황을 막론하고 우수인재는 희소하다. 경제학의 기본원리인 희소성의 원칙이 여기서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우수한 인재는 아무리 경제상황이 어렵다 하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직장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수인재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필자의 제안은 다음과 같다. 현재 자신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금 직장에서 지금의 업무를 재설계해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UC버클리 모튼 한센 교수가 저서 ‘아웃퍼포머’를 통해 주장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업무재설계’ 방식을 기반으로 필자의 의견을 첨언해본다.

* 제대로 된 일을 고르기

첫 번째, 기존 활동중에 부가가치가 낮은 일은 과감히 제거하라. 우리에게 ‘노동의 종말’로 친숙한 제러미 리프킨 교수는 대다수 산업국가 노동자의 75%는 단순반복적 업무에 종사하고 있고 이는 곧 로봇과 같은 하이테크 산물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근로자의 하루 평균 부수적 관리업무에 사용되는 시간이 3.58시간으로 전 세계 3위라고 하니 심각하기 이를 데 없다. 이게 사실인지는 당신이 오늘 회사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스스로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올 것이다. 일의 속성상 부수적이고 단순 반복적인 일들은 그가 생산하는 부가가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 우선 당신의 업무 중 부가가치가 낮은 일을 찾아내 과감하게 줄일 필요가 있다.

두 번째, 기존 활동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늘려라. 업무를 줄이기만 한다면 누가 인정해 주겠나?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를 줄이고 대신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를 늘려야 한다. 당신이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여부는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으니 따로 말하지 않겠다. 우수인재로 평가받고 싶으면서 문제해결능력, 업무전문성과 같은 구체평가 요소에 관심이 없다면 앞뒤가 안맞지 않을까? 그리고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는 지금 현재 업무로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기존에 없던 새로운 활동까지 개발하여야 한다. 한 가지 영역에만 매몰된 인재는 흔히 요즘 말하는 융합적 인재가 되지 못한다. 자신의 영역에 대한 전문가적 지식 위에 다른 영역에 대한 끝없는 관심을 바탕으로 생산적 딴 짓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이제 그 일을 제대로 하기

일의 양을 줄이게 되면 남은 일에 대해 꼼꼼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적 허락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일을 통해서 창출하고자 하는 궁극적 ‘가치’가 무엇인지,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문이 이어지고 그에 대해 답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기존 활동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주니어 시절 ‘일의 핵심’을 모른 채 ‘시키니까 하는 일’이 생각하며 일을 했을때 상사에게 된통 혼이 났던 적이 있다. 단순히 상사가 시키니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안하는 게 좋다. 중요한 건 변화의 크기가 아니라 창출되는 가치의 크기다. 상사로부터 수명을 받든, 스스로 궁금해서 찾아서 하게 되든, 어떤 일이라도 ‘왜’ 하는지, ‘무엇이 핵심’인지 파악하려고 해야 한다. 이는 결과물의 퀄러티 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동기부여에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니 명심하자.

그렇다면, 업무재설계의 시작점은 어디로 잡아야 할까? 개선효과가 가장 큰 업무일까? ‘Quick win’ 할 수 있는 업무일까? 글쎄. 필자의 생각엔 ‘자신이 분노하고 있는 지점’을 따라가 보는게 가장 좋겠다고 본다. 어떤 업무이던지 ‘재설계’를 한다는 것은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다. 기존 형태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협업관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크든 작든 양해를 구해야 하는 작업이 수반된다. 이런 재설계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 잡겠다는 의지와 확신이며, 그것은 현실에 대해 분노하는 에너지가 뒷받침될 때 강력한 힘을 얻는다. 그런 점에서 현실에 합리적 분노를 느끼고 있는 당신은 업무재설계를 통해 새로운 인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진 셈이다. 이제,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