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마녀사냥은 중세 유럽의 그림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차마 입에 올리기도 끔찍하고 반 이성적인 사건으로 가득찬 가운데 당시 광기의 폭풍에 희생된 사람의 숫자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 피해 규모를 압도한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1628년 독일 바이에른주의 밤베르크에서 벌어진 요한네스 유니우스의 재판은 말 그대로 참담하고 어이없는 반이성의 집합체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도시의 시장이던 그는 난데없이 마녀 추종자로 몰려 끔찍한 고문을 당했고, 그는 혐의를 인정할 수 없었기에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다. 그러나 당시 재판관들은 그가 마녀와 마법사의 힘을 빌어 고문의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봤고, 그가 결백함을 주장하며 고통을 참아낼 때마다 더욱 그를 마녀의 추종자로 확신했다. 그들은 본인들이 정의와 신의 사도라고 생각했겠지만, 확증편향에 빠진 광기의 추종자들일 뿐이었다.

결국 재판관들은 그에게 스트라파도, 즉 팔을 뒤로 묶어 공중으로 들어올린 후 떨어뜨렸다가 줄을 낚아채며 온 몸의 뼈가 탈구되는 최후의 고문을 가했고 그 고통에 압도당한 유니우스는 본인이 마녀모임에 참가했으며 악마의 연인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본인과 함께 마녀집회에 참석했다는 사람을 몇몇 고르고 나서야 화형을 당해 죽는 '호사'를 누렸다.

▲ 출처=위키디피아

맞느냐의 문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가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 3명을 대상으로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과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으며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은 위증 혐의까지 추가됐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한 정지작업이며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소지가 있다는 것이 검찰의 생각이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교환하는 합병 방식이 정해진 가운데,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이 종료된 후 사실상의 지주회사가 된 삼성물산 지분을 안전하게 확보해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무리하게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또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계속 반영하지 않다가 2015년 합병과 동시에 이를 부채로 잡아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한 것을 두고 검찰은 분식회계가 명백하다고 본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오는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이 부회장을 대상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할 전망인 가운데, 삼성과 재계는 침통한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여러가지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는 주장이 나온다.

먼저 검찰이 문제삼는 이 부회장의 승계와 관련해 일각에서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의 방식이 분식회계라 볼 수 있는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함에도 검찰이 수사의 칼날을 필요이상 예리하게 들이댔다는 주장이다. 이에 삼성은 5일 관련된 보도가 봇물 터지듯 나오는 가운데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를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운 정황이 있다는 보도와 관련, 변호인 측에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이며 당시 시세 조정은 결코 없었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또 "삼성물산이 주가 상승을 막기 위해 당시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기초공사 수주 공시를 2개월 지연했다는 것도 검찰 수사에서 인정되거나 확인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면서 "변호인단은 제일모직이 자사주 대량 매입을 통해 주가를 관리했다는 데 대해, 자사주 매입은 법과 규정에 절차가 마련돼 있고 당시 이를 철저하게 준수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주식매수청구 기간에 '주가 방어'의 정황이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삼성은 "주가 방어는 모든 회사들이 회사 가치를 위해 당연히 진행하는 것이고 불법성 여부가 문제인데 당시 불법적인 시도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세 조종 등의 의사 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상식 밖의 주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지난 2017년 금융감독원이 위반 사항이 아니라 판명했음에도 이후 갑자기 뒤집히는 등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이 부회장이 승계 작업에 깊숙이 관여했으며 검찰이 관련된 단서를 잡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관련된 보도가 역시 6일 나온 가운데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은 어떤 불법적인 내용도 보고 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이어 "수사에 협조한 인물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정황이 있다는 내용은 어떤 진술이나 근거도 없는 사실무근"이라면서 "당사자는 물론 회사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최소한의 반론도 듣지 않은 점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논란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와 관련된 논란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일관되게 경영 승계 작업 개입을 부정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기소 타당성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해달라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으나, 검찰은 단 이틀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초강수를 뒀다.

원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제도는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의 기소독점 폐혜를 막으려는 제도적 보안장치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기습적인 구속영장 카드로 이 제도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와 별도로 일부 피의자들이 공소제기 여부 등 심의를 위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함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을 통해 부의심의원회 구성 등 필요한 절차를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으나 이는 구속영장 카드에 빛이 바래는 것이 사실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했음에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통해 구속수사 의지를 드러낸 것도 논란이 있다. 이미 '탈탈 털린' 이 부회장이, 심지어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1년 간 구속된 전적까지 있는 상황에서 증거인멸 등의 가능성이 있다며 재차 구속 위기로 몰아넣는 것은 무리하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은 수 차례 응답했다
정경유착. 한강의 기적을 일군 국내 대기업들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거의 망령이자 유령이다. 국내 경제 발전사에서 정경유착은 분명히 존재했고, 이 과정에서 정치와 경제는 응당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야 했을 이익을 본인들만 독식했고 이를 즐기기도 했다.

다행이라고 말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이 끈질긴 정경유착의 고리는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이라는 백신주사에 크게 힘을 잃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의 변화가 특히 극적이다.

삼성은 정경유착의 통로로 악용되던, 고 이병철 창업주가 1대 회장까지 지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했고 그룹 체제를 해체했다. 또 말 도 많았던 구조조정본부의 후신인 미래전략실도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초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올렸다.

지금까지의 삼성에서는 절대 상상하기 어려웠던, 삼성 준법경영감시위원회도 출범했다. 시작은 미비했고, 또 우려스러웠다. 실제로 삼성 준법위가 출범하덩 당시 국회의원 43명과 민주노총, 한국노총,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등 시민단체는 “삼성이 급조한 준법위가 삼성 지배구조에 개혁적 결과를 담보할지 여부는 앞으로 수년이 지나야 검증될 수 있는 것으로 단기간에 평가하기는 불가능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삼성 준법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 계열사에 권고문을 송부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반성과 사과, 향후 경영권 행사 및 승계에 관련해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들에게 공표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강력한 행보를 보였다. 그 쩌릿한 행보에 삼성 준법위를 지원한 삼성도 '머뭇거리는 수준'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더 이상 자녀 승계는 없다"라고 선언하는 한편 준법경영 의지를 보였다. 심지어 삼성의 짙은 그림자이던 무노조 경영도 사라질 전망이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 등에는 노조가 설립됐고 사측과 교섭하는 중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러한 최근 행보를 두고 '부담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노조 허용이야 삼성만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사건이지만, 자녀 승계가 없을 것이라는 선언은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는 사실상 처음 나온 선언이라 폭발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결국 삼성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셈이다.

▲ 삼성전자 노조가 출범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이런 상황임에도 여러가지 '다툼의 여지'가 있는 현안을 두고 검찰이 이 부회장을 겨냥하자 재계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중론이다.

특히 지금은 코로나19 정국을 맞아 글로벌 경제가 붕괴되고 미국과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정국을 기점으로 정면충돌하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심지어 한일 경제전쟁이라는 시한폭탄에도 불이 붙은 상태다. 그 무엇보다 삼성의 인상적인 행보가 필요한 위기상황에서 이 부회장과 삼성의 발목을 잡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이 부회장이 최악의 경우 구속되어도 삼성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지난 2017년 2월 17일 수감되어 1년간 경영을 하지 못했을 때도 시스템의 삼성은 스스로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공격적인 경영은 완전히 멈췄다. 당시 삼성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부재한다고 삼성이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사업은 모두 멈췄다고 보면 된다"면서 "삼성이 멈추니 삼성에 영향을 받는 관련 기업들도 정지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1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즉각 미국과 유럽, 중국과 캐나다 등을 누비며 글로벌 경영에 나선 것은 지난 1년간 멈춰버린 삼성의 시간을 만회하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공명정대
법치주의 국가에서 죄를 지었으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글로벌 기업을 지휘하는 삼성의 총수라도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정당한 수사를 통해 명확한 증거를 바탕으로 필요에 의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당국의 의지는 존중되어야 하며 받아들여야 하고 그 엄정한 결과는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명확한 인과관계를 짚어내고 정무적인 판단도 걷어내야 한다. 명확한 증거와 팩트가 아니라면 1위 기업 삼성이 흔들릴 수 있는 어떠한 여지도 허용해서는 곤란하다. 법(法)은 어떤 상황에서도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한 평범한 사람의 삶을 지켜야 하는 것처럼, 이 부회장에게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당연한 원칙이 과연 실제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지다. 삼성 공화국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최강의 권력자로 꼽힐 것 같은 이 부회장이지만, 역으로 이는 모든 사람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취약한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여론의 법정은 최강의 권력자를 반이성의 무대로 잡아올려 스트라파도의 잔인한 고문을 마음껏 자행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이기도 하다.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을, 그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근거를 무시하고 이미 정해둔 하나의 결론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행동은 지양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보여준 검찰의 행보는 분명 원칙을 벗어나지 않았으나, 앞으로의 행보에서 분명 고려해야 할 '의식의 구조'라는 평가다.

여담이지만 가련한 희생자 유니우스가 세상을 뜬 후 후대 역사가들은 그가 딸인 베로니카에게 몰래 쓴 편지를 발견했다. 편지에는 그가 당한 끔찍한 고문과 결백을 주장하는 유니우스의 절절한 심정이 가득하다. 

아무리 마녀 추종자가 아니라고 해도, 심지어 이를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해도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절망도 묻어난다. 이런 가운데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편지에 따르면, 본인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고통을 참는 유니우스에게 고문 집행인이 다가와 이렇게 속삭였다고 한다. "제발 아무거나 자백하세요. 당신이 마법사라고 할 때까지 고문은 계속될겁니다. 모두 다 똑같습니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