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글로벌 제약사들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 효율화를 모색하고 있다. 비핵심 사업 분야를 매각 혹은 분할하고 성장 가능성 높은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키움증권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머크와 GSK는 이미 성장궤도에 오른 바이오시밀러, 피부 질환 등 컨슈머 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부가가치 높은 항암제와 백신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 제약사는 노후화된 주력 제품의 세대교체를 위해 똘똘한 파이프라인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대로 된 파이프라인 하나가 앞으로 수십년간 제약사의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 최근 빅파마의 매각 및 중단 내용 정리 출처=키움증권

선택과 집중 위한 매각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인슐린 '란투스'를 개발한 사노피는 지난해 말 당뇨와 심혈관질환 분야의 연구를 중단하고 암·혈액질환·희귀질환·신경계질환 등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사노피는 면역항암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신쏘륵스를 인수하는 등 새옷 갈아입기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기술수출했던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임상 3상 도중에 반환되는 피해를 입었다.

화이자도 성공 가능성 낮은 사업을 지속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8년 1월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의 신약 개발을 중단했다. 다년간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1월에는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의 병용 임상을 포함한 항암제 프로젝트 6개의 개발을 포기했다.

일라이릴리는 올해 초 IDO 저해제를 비롯해 임상 단계에 있는 항암제 프로젝트 3개를 중단했다. 지난해 1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돈을 들여 항암제 전문 기업 록소를 인수한 만큼 부가가치 높은 항암제 파이프라인 선별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 일라이릴리 파이프라인 중단 내역 출처=릴리, 키움증권

똘똘한 파이프라인 주목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은 성장을 위한 파이프라인 솎아내기 작업에 한창이다. 다수의 파이프라인에 돈과 시간을 쓰기보단 하나라도 제대로 된 파이프라인 연구에 공을 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즉 똘똘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똘똘한 파이프라인은 우선심사 대상 지정 등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심사 및 허가제도를 이용해 미국에서 빠르게 출시될 가능성이 높은 의약품을 말한다. 혁신 신약이나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의약품이 이 같은 제도 활용에 용이하다.

대표적으로 희귀질환 전문기업 버텍스파마슈티컬즈가 지난해 10월 허가받은 낭포성섬유증 치료신약 '트리카프타'를 꼽을 수 있다. 트리카프타는 12세 이상 낭포성섬유증 환자 대상의 임상 3상에서 폐기능개선 효과를 입증하면서 예정보다 5개월 빠르게 FDA 허가를 받았다. 이후 출시 2달만에 매출 4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며 버텍스의 가치를 높였다.

허혜민 연구원은 "똘똘한 파이프라인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혁신치료제나 우선심사 지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제품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신제품 허가 속도가 빠를수록 이른 출시가 가능해 경쟁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