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의 그라운드X가 발행하는 가상자산(디지털 자산) 클레이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거래소 지닥과 데이빗에 이어 코인원까지 그라운드 X와 별다른 논의도 없이 상장을 추진하며 일각에서는 ‘도둑상장’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반대편에서는 ‘구조적으로 가능한 일’이라는 반론이 충돌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코인원은 “거래소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상장에 있어 프로젝트의 허락을 받는 것이 아니다”면서 “클레이 자체를 두고 업계에서 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코인원과 같은 검증된 거래소가 나서 상장을 단행하면 시장은 물론 업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 출처=코인원

막전막후는?

카카오의 그라운드X는 현재 외국 일부 거래소에서만 가상자산 클레이를 발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1일 피어테크의 거래소 지닥이 클레이를 원화마켓에 최초, 단독 상장한다고 밝히며 논란이 시작됐다.

그라운드X는 “사전에 논의된 사안이 아니다”며 반발했다. 클레이튼(그라운드X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발행되는 가상자산(KCT)을 지닥에 상장하는 것을 두고 업무협약은 맺었으나 원화 마켓에 상장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뜻이다.

피어테크는 그라운드X가 일종의 월권행위를 한다고 반박했다. 피어테크는 “그라운드X와의 협력은 단순히 기술적인 차원의 파트너십이기 때문에 상장여부와는 무관하다”면서 “클레이 상장은 클레이튼과 상장하기로 협의하거나 상장하지 않기로 협의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상장을 위한 논의도 없었지만, 상장하지 않기로 협의한 바도 없다는 주장이다.

이 대목에서 피어테크는 “모회사인 카카오가 대기업이라고해서 블록체인이 가지는 본질적인 오픈소스와 퍼블록 블록체인의 기능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이 문제를 대기업의 갑질 프레임으로 끌어가는 분위기도 연출했다. 그리고 현재 지닥은 예정대로 클레이를 상장시켰다.

6월 5일 오전 10시 기준, 클레이는 지닥에서 4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저점가(96.39원) 대비 400% 이상 폭등한 가격이다.

클레이를 둘러싼 논란은 그라운드X가 모바일 지갑 서비스 ‘클립(Klip)’을 출시하며 더욱 출렁였다. 클립은 카카오톡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지갑 서비스다.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에서 쉽게 디지털 자산을 접해 볼 수 있도록 개발됐으며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모바일 앱 우측 하단의 ‘더 보기’ 탭 내 ‘전체 서비스’ 메뉴에서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 계정과 연동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자연스럽게 클레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가운데 일부에서는 시장 혼탁행위도 벌어졌다. 그라운드X가 클립 출시 기념 클레이 이벤트를 벌이며 이를 확보해 물량을 타인에게 넘기거나, 심지어 중고나라 장터 및 카카오톡 오픈방에서 거래되는 일도 벌어졌다. 불법이 아닌데다 간편하게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해프닝이지만 클레이, 즉 카카오 코인의 강력한 존재감이 전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 출처=그라운드X

코인원 깜짝등판

카카오의 그라운드X 클레이가 연이어 원화 상장되며 관련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거래소 코인원도 등판했다. 코인원은 4일 클레이를 상장한다고 밝히며 5일부터 거래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코인원 차명훈 대표는 “그라운드X는 블록체인 대중화를 목표로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이라면서 "최근 출시한 가상자산 지갑 클립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이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끔 도와줄 최고의 제품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프로젝트 초기 단계인 만큼 상장 이후 시장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으며,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 클레이튼이 가져올 혁신을 응원하고, 코인원 역시 클레이튼, 더 나아가 블록체인 생태계가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문제는 코인원도 그라운드X와 아무런 소통없이 상장을 단행했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코인원 관계자는 “그라운드X와 논의한 것은 없다”면서 “거래소가 자체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상장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코인원은 과거에도 비슷한 상장을 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코스모체인이 발행한 코스모코인이 코인원에 상장됐을 때, 프로젝트와 거래소의 협의가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논란이 커진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거래소가 상장 수수료를 받는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별다른 협의없이 상장을 추진했다는 코인원의 설명이 받아들여졌다. 이어 양측은 원만하게 갈등을 해결했고 코스모체인의 코스모코인은 이후로도 코인원에 상장되어 올해 초 거래량 부족에 따른 가이드 라인에 막혀 상장폐지될 때까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 한재선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블록체인의 특성이라지만...

클레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업계의 주장은 정확하게 갈렸다. 업계에 따르면 프로젝트와 거래소가 상장을 앞두고 논의를 하는 것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으나 일종의 관행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대부분의 상장은 관행적으로 논의가 이뤄지며 이 과정에서 상장 수수료를 둘러싼 ‘짬짜미’ 논란이 나오지만, 역시 사전협의가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그라운드X의 클레이는 많은 관심을 받는 가상자산이며, 이슈성이 강하기 때문에 특히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누군가 클레이를 해외 거래소에서 매집한 후 그라운드X와 상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이 운영하는 국내 거래소에서 원화 상장을 시작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라며 “카카오 코인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그라운드X가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개미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클레이 시세는 폭등하고, 결과적으로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거래소는 독립적인 심사기관이며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프로젝트 상장에 있어 프로젝트 자체의 허락을 구하거나 협의를 진행해야만 상장을 하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힘있는 프로젝트가 거래소에 상장과 관련된 엄격한 규제를 한다면, 이 역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논란이 커지며 아직 시장은 답을 찾지 못했으나, 일각에서는 코인원의 행보, 특히 상장 타이밍을 두고 뒷 말도 무성하다.

‘블록체인 시장의 특성상 프로젝트가 거래소의 허락을 받지 않는다는 구조’라지만, 일단 코인원은 클레이 거래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될 때 굳이 상장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전망이다. 실제로 클립 출시 후 일부 이용자들이 클레이 거래에 있어 정상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했고, 이 사태가 벌어진 후 코인원은 ‘묻지마 상장’을 벌였다.

‘프로젝트는 거래소에 허락받지 않는다’는 시장의 관념에 숨어 돈되는 후각에 몸을 던졌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코인원 관계자는 오히려 이런 시장의 혼탁함이 코인원의 상장에 당위성을 부여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자사 거래소의 상장이 카카오 클레이의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