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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또 구속되나...산업계 '한 숨'

시스템과 결단의 삼성, 멈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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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검찰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국내외 경제가 불확실성의 시대를 걷는 가운데 한일 경제전쟁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 측이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요청을 사실상 묵살하고 초강수에 나서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서고 있다. 출처=뉴시스

혐의의 온도차이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본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그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합병 과정에서 불법적인 정황이 있다고 본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6일과 29일 이 부회장을 소환해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으나 이 부회장은 "(관련된 일을) 보고받거나 지시한 바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무리하게 전개된다는 말도 나온다. 국내 10대 그룹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문제를 삼는 분식회계의 경우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면서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지난 2017년 금융감독원이 위반 사항이 아니라 판명했음에도 다시 뒤집히는 등 석연치 않은 정황이 많다"고 비판했다.

   
▲ 이재용 부회장이 시안반도체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출처=삼성

2017년의 역사 되풀이되나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지난 2017년 2월 17일 수감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의 선 굵은 행보는 사실상 '일시멈춤' 상태가 됐다.

당초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와병 후 경영 전면에 나서 힘있는 경영을 보여준 바 있다. 특히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상당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2014년 8월 스마트싱스, 미국의 공조회사 콰이어드사이드 인수에 이어 11월에는 서버용 SSD 소프트업체인 프록시멀데이터를 인수했으며 2015년 11월에는 브라질 문서 출력관리 기업인 심프레스를 품에 안기도 했다. 2015년 2월 루프페이를 인수해 현재의 삼성페이를 완성했고 3월에는 예스코일렉트로닉스도 확보했다. 여기에 2016년 6월 조이언트, 애드기어 인수, 2016년 8월에는 데이코를 인수했다. 여기에 인공지능 개발 기업인 비브랩스는 물론 하만까지 품으며 광폭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수감되며 삼성전자의 공격적인 경영은 완전히 멈췄다. 당시 삼성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부재한다고 삼성이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사업은 모두 멈췄다고 보면 된다"면서 "삼성이 멈추니 삼성에 영향을 받는 관련 기업들도 정지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물론 이 부회장은 약 1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다시 글로벌 경영에 시동을 걸어 중국과 일본, 미국, 유럽을 넘나드는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검찰이 "외부의 의견도 듣겠다"는 이 부회장의 요청을 사실상 묵살하며 삼성은 초긴장 상태다. 2017년부터 약 1년 간, 삼성이 멈췄던 순간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심지어 현재 한국 경제는 최악의 불확실성에 빠져 있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심해지며 홍콩 국가보안법에서 시작된 난타전이 벌어지는 한편, 글로벌 반도체 시장도 크게 출렁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나서는 한편 TSMC의 미국 공장 건설 유치를 끌어내며 기세를 올리고 있고 두 나라는 '무역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운운하며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는 중이다.

한일 경제전쟁도 뇌관이다.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풀어야 한다 요청했으나 일본이 묵묵부답인 가운데, 최근 WTO를 통한 분쟁절차가 다시 시작되며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시대를 맞아 온 산업계가 뭉쳐 컨틴전시 플랜을 짜는 한편 민관 합동작전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그러나 그 선봉에 서야 할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검찰의 구속영장 발부에 직면하며 상황은 '시계제로' 사태에 빠지게 됐다.

한편 삼성전자는 현재 검찰의 구속영장 발부를 두고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변호인단은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 사건 수사는 1년 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소환 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돼왔고,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에서는 경영 위기 상황에서도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왔다"고 말했다.

나아가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의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면서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사심의위원회 절차를 통해 사건 관계인의 억울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주고 위원들의 충분한 검토와 그 결정에 따라 처분하였더라면 국민들도 검찰의 결정을 더 신뢰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삼성

삼성의 길은 계속된다
검찰의 칼날이 이 부회장을 바짝 조이는 상황에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알려진 4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 삼성 계열사들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안과 관련한 구체적 이행 방안을 마련해 위원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이사회 산하에 두어 노사 정책을 자문하고 개선 방안도 제안하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역할을 부여하기로 했으며 ▲국내외 임직원 대상 노동 관련 준법 교육 의무화 ▲컴플라이언스팀 준법 감시활동 강화 ▲노동·인권 단체 인사 초빙 강연 등도 이행 방안으로 제시했다.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지속가능한 경영체계의 수립과 관련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시민사회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상호 발전 방안 논의 등을 위해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할 전담자를 지정할 계획도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대국민 사과를 한 후 준법경영 의지를 다지는 한편 승계 의혹의 차단과 무노조 운동 철폐를 선언한 상태에서, 비록 검찰의 칼날이 여지없이 찔러와도 '약속은 지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독립적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선언하며 재계에서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처음으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삼성전자의 사례에 시선이 집중된다. 주인공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2016년 3월부터 사외이사로 활동한 박 사외이사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인사가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이 부회장은 최근까지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과 회동하는 한편 정부의 경제정책 활성화에 적극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중국 시안반도체 현장을 전격 방문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검찰의 구속영장 발부다. 삼성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20.06.04  1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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