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KT, 현대중공업그룹,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양대학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참여하고 있는 산학연 협의체인 AI 원팀(AI One Team)의 진용이 커지고 있다. LG전자 및 LG유플러스가 AI 원팀에 합류하며 국내 AI 연합군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AI 원팀 확장을 통해 KT와 LG의 AI가 만나는 등 실질적인 시너지 창출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 타진도 벌어질 전망이다. 특히 두 AI의 결합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와 아마존의 알렉사가 만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 및 카카오의 또 다른 AI 연합군이 출범한 가운데 국내 AI 업체들의 플랫폼 전략도 날카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 출처=갈무리

AI 원팀, 떴다
KT와 LG전자 및 LG유플러스는 3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East에서 AI 원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식에는 AI 원팀을 대표해 KT AI/DX융합사업부문장 전홍범 부사장,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박일평 사장, LG유플러스 FC부문장 이상민 부사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AI 원팀은 KT를 비롯해 현대중공업그룹, 한양대, KAIST, ETRI 5개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LG전자와 LG유플러스는 AI 원팀 참여기업 및 기관들과 함께 AI 역량 기반 사회적 이슈 해결 기여 및 보유기술 및 경험 공유를 통한 AI 역량 강화는 물론 제품, 서비스, 솔루션 분야의 AI 경쟁력 향상을 통한 사업성과 창출과 산학연을 연결하는 AI 인재양성 플랫폼 구축 등을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AI 원팀에 LG전자, LG유플러스가 합류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스마트선박, 제조, 로봇에 이어 스마트가전, 스마트기기 등 다양한 산업 역량을 AI로 품을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

시너지의 청사진은 이미 나왔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KT의 통신 데이터와 감염병 확산방지 노하우에 LG유플러스의 통신 및 로밍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기로 했으며 LG유플러스는 AI 원팀을 통해 5G 통신 네트워크 기술력과 자체 AI 솔루션 및 네이버 클로바, 구글 어시스턴트와 협력해 선보인 스마트홈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시너치 창출에 기여할 전망이다.

여기에 AI 원팀은 LG전자 제품과 AI 기술력을 결합해 입체적이고 새로운 관점에서 감염병 확산과 위험을 방지하는 모델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여세를 몰아 환경오염, 산업안전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보유 기술과 경험을 활용해 빅데이터, 딥러닝 등 AI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공동연구와 협력도 추진하며 대한민국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AI 인재양성에도 나선다. 

제품, 서비스, 솔루션 분야의 AI 경쟁력 향상 및 사업적 성과 창출을 위한 협력도 강화된다. KT AI 플랫폼 ‘기가지니’와 LG전자 ‘LG 씽큐(LG ThinQ)’의 상호 연동, 대화 확대 등 시너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LG전자 CTO 박일평 사장은 “오픈 이노베이션 관점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 대학, 연구소들과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해 AI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실질적인 사업성과를 창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 FC부문장 이상민 부사장은 “국내 AI 기술 경쟁력 제고와 고객 경험 혁신을 위해 기존의 틀을 깨는 과감한 협력에 나선다”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AI 협력 방안 논의를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공지능 신사업 발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KT AI/DX사업부문장 전홍범 부사장은 “AI 분야에서 남다른 역량을 갖춘 LG전자와 LG유플러스가 합류하면서 AI 원팀의 협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KT는 AI 원팀과 함께 AI를 바탕으로 국가경쟁력 강화는 물론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이슈 해결, 그리고 국민들의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각자의 역할, 그리고 동기부여는?
KT는 이미 AI 원팀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었다. 신임 구현모 대표를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로 AI에 집중하고 있으며, 관련된 로드맵을 강하게 끌어가는 분위기다.

LG전자는 AI 원팀에서 AI와 하드웨어 가전제품을 가진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AI 측면에서는 이미 다양한 연구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실리콘밸리(미국), 토론토(캐나다) 등 전 세계 5개 지역에 AI 연구개발 거점을 두고 딥러닝, 알고리즘, 강화학습, 에지 컴퓨팅, 데이터분석 등 다양한 AI 분야를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KT와 동일한 통신사로서 활동하는 한편 스마트홈 측면의 시너지 창출에 나설 전망이다.

업계의 관심은 KT와 LG의 AI 만남에 집중되어 있다. 실제로 KT의 기가지니와 LG의 씽큐가 만나는 점도 고무적이다. 

지난 2018년 아마존의 알렉사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알렉사가 만나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한 대목이 오버랩된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AI 플랫폼의 결합을 통해 하드웨어의 지평을 넓히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AI 성과를 낸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AI가 곧 운영체제가 되는 세상을 맞아 KT와 LG 각자가 보유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융합되는 것은 AI 영토와 영향력 확장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한편 AI 원팀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지며 그 영토도 넓어진 가운데 SK텔레콤과 삼성전자 및 카카오와의 생산적인 경쟁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이들 모두 글로벌 AI 시장의 전선이 복잡해지는 한편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토종 AI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AI 연합전선을 통해 내부에서 생산적인 경쟁에 나서는 한편 외부의 AI 거물들에 대항하기 위한 전력의 집중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AI 원팀이 오픈 이노베이션, 즉 열려있는 협력 생태계를 바탕으로 국가 AI 인프라를 강화하는 쪽에도 방점이 찍힌 점이 눈길을 끈다. 결국 회사 단위가 아닌 국가 차원의 AI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며, 플랫폼 생태계를 창출하려는 동기가 선명하다. 추후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