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청약 열풍이 거세지면서 무순위 청약제도, 이른바 ‘줍줍’ 역시 광풍에 가까운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많은 사람이 바늘구멍보다 좁은 줍줍 청약에 뛰어들면서 온라인에는 관련 카페와 학원까지 생겼다. 이른바 ‘묻지마 줍줍’도 횡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묻지마식 줍줍의 경우 금융 조건과 세제 혜택, 투자입지 등의 조건을 알아보지 않는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수도권 줍줍 열풍 지속될 듯


올해 무순위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들의 대다수는 올해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풍선효과를 기록한 지역이나 신규 공급이 부족한 서울 내 브랜드 단지들이다.

사전 무순위 청약을 도입한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포레'의 분양 현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실제 지난달 20일에 있었던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3가구 잔여물량에는 인터넷을 통해 26만 4625명이 무순위 청약을 접수하기도 했다.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풍선효과 등을 보인 경기 지역의 줍줍 청약 경쟁률도 상당히 높다. 하남 위례신도시의 '중흥S-클래스'에는 잔여 물량 2가구 모집에 4043명의 경쟁자가 몰렸고 사전 무순위 청약을 도입한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포레‘에는 1만733명이 신청했다. 

수원시 '쌍용 더 플래티넘 오목천역'에는 잔여 물량 21가구에 1만34명이 신청했다. 비규제 풍선효과 지역으로 지목받는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 역시 50가구 잔여물량 모집에 50만8000여명이 몰려 117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청약 열풍이 줍줍에도 이어졌다.

이런 선호 지역의 잔여 물량은 주로 복잡한 청약제도로 인한 부적격 물량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 지난해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7월말까지 집계된 부적격 청약당첨자만 14만4650명이었다. 거의 1개월에 2630여명씩 부적격자가 발생한 꼴이다. 청약가점 오류와 재당첨 제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가 각각 7만1157명과 5만5022명으로 1,2위를 차지했다.

무순위 청약에서 공급하는 잔여물량의 경우 청약가점이나 청약통장 유무 등의 조건이 적용되지 않아 청약 허들이 훨씬 낮다. 게다가 전매제한 강화 등 규제의 영향으로 향후 줍줍 시장에 대한 선호는 단기적으로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난해 6월 기준,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 주요 단지의  일반 청약경쟁률과 무순위 청약경쟁률 비교. 출처=직방

문상동 구도 D&C 대표는 “향후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는 아파트의 경우 5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형사법적인 규제도 마련돼 위반시 1년 이내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적용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표는 “전매 규제 역시 8월부터 강화된다. 따라서 그 전에 이런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무순위 청약에 대한 선호가 단기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정세법·입지조건·금융조달 등 꼼꼼히 봐야


문제는 이른바 '묻지마 줍줍'에 나선 청약자들이 주의를 간과하고 나서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문 대표는 세제와 주택 관련 개정법안에 대해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다주택자의 경우 대출이 금지된 상황이다. 일반인들이 당첨이 되더라도 대출 규제나 다주택자 요건에 걸리지 않고 높은 금액의 잔금 등을 치룰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분양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포레스트의 무순위 청약에 당첨된 3명 중 1명은 이미 계약을 다시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관계자에 의하면 대출 등으로 높은 잔금을 마련하기 힘들어 계약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3가구 모집에 26만여명이 몰린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지난해 12월 발표된 12.16 대책에서 언급된 세법 일부 개정으로 분양권 역시 주택의 개수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분양권이 주택 수에 포함되면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 등 각종 상향된 과세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문 대표는 “금융 문제에 대한 선행 파악이 없이 섣불리 청약을 하더라도 전매까지 여의치 않으면 오히려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올해 2월 조정대상 지역 확대 등으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지역이 줄어든 바 있다. 특히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수도권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 지방광역시 도시지역 등의 민간 아파트는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의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로 강화된다.

문 대표는 당분간은 청약시장과 매매시장에 대한 규제로 무순위 청약에 대한 선호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그는 ‘줍줍’시장도 지역에 따라 양극화 될 가능성이 큼에 따라 입지 등을 잘 따져 무순위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 대표는 “서울·수도권 경기권 등 분양시장의 경우 무순위 줍줍 선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오는 3일 무순위 청약 접수를 앞둔 수원 영통자이의 경우 3가구 분양에 최소 수만대 1의 경쟁률도 가능할 것으로 단지 인근의 업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어 “'줍줍'시장에도 지역적인 양극화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양극화로 지방의 무순위 청약은 외면 받을 가능성이 있다. 대신 틈새시장으로 경매시장이나 비주거 상품 등이 이슈화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무순위 청약에 대한 규제 이외에 실질적인 해결이 필요하는 점도 꼬집었다. 문 대표는 “실수요자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혜택이 같이 수반되어야 한다. 중저가 이하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풍부하다. 청약에 대한 규제로 실수요 요건은 강화하되, 이런 사람들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상향하는 등 실수요자에 대한 완화된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